삼성전자, HBM 경쟁력 확보 절실···'M&A에 기대지 않는다'
삼성전자, HBM 경쟁력 확보 절실···'M&A에 기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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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항소에 李 사법리스크 지속···대형 M&A 기대 어려워
자체 기술력으로 HBM 개발 박차···"6세대에서 따라잡는다"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오세정 기자)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서울파이낸스 DB)

[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삼성전자가 차세대 D램인 HBM(고대역폭메모리) 시장에서 SK하이닉스에게 주도권을 내준 가운데 반격을 꾀하고 있다.

다만 이재용 회장의 사법리스크가 지속되면서 대형 M&A를 사실상 기대하기 어려워진 만큼 자체 기술로 경쟁력을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HBM 점유율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전체 90%를 차지하며 양분하고 있다. 다만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에 15%p 가까이 앞서면서 점유율 격차를 벌린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HBM은 데이터 전송 능력이 월등히 뛰어난 반도체로 생성형 AI를 구현하기 위한 AI 반도체의 핵심이다. 2013년 글로벌 표준으로 채택된 후 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 1세대 HBM 개발에 성공했다. 이어 2015년 삼성전자가 2세대 HBM2를 개발하며 반격했다. 이어 2019년과 2020년에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각각 3세대 HBM2E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지난해에는 양사 모두 4세대 HBM3 양산 준비에 들어가면서 동시에 5세대 HBM3E도 개발 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가 올해 5세대 HBM3E 양산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5세대 HBM3E 주도권도 당분간 SK하이닉스가 쥘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이재용 회장의 사법리스크 때문에 AI 반도체 시장에 적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삼성전자의 기술력은 HBM 기술 고도화와 양산 능력 확보에 큰 어려움이 없는 상황"이라며 "대내외 사정으로 AI 반도체 시장 대응 시기를 놓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 대표이사 사장도 최근 자신의 SNS를 통해 "샤인볼트와 같은 삼성 반도체 제품은 생성형 AI 애플리케이션의 속도와 효율성을 크게 향상시킬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샤인볼트'는 삼성전자의 5세대 HBM3E 제품명이다. 

이보다 앞서 경 사장은 지난해 7월 "HBM3, HBM3E가 내년에는 DS부문 수익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HBM3P는 지난해까지 삼성전자가 사용하던 5세대 HBM의 명칭이었으나 올해 초 제품 상용화 과정에서 HBM3E로 명칭을 변경했다. 

이처럼 삼성전자가 HBM 리더십 확보에 강한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지만,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초격차'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메모리 시장에서 초격차를 확보하기 위해 대형 M&A 추진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그동안 M&A를 통해 신사업 경쟁력을 단기간에 확보한 전례가 있는 만큼 HBM에서도 이 같은 전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만 AI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이미 상승했고 M&A 매물에 대한 가격이 크게 뛰어 앞으로 M&A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5일 삼성물산 부당합병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이재용 회장에 대해 검찰이 항소하면서 사법리스크가 장기화됐기 때문이다. 

당초 재계에서는 이 회장이 1심 무죄 선고에 따라 올해 주주총회에서 삼성전자 등기이사로 복귀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 봤으나 검찰 항소에 따라 등기이사 복귀는 미뤄지게 됐다. 다음달 20일 삼성전자 주총 주요 안건에서도 이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의 건은 빠진 상태다. 

삼성전자, 세계 최초 인공지능 HBM-PIM 개발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가 2021년 세계 최초로 개발한 HBM-PIM. (사진=삼성전자)

이에 삼성전자는 우선 대형 M&A를 통한 경쟁력 확보보다 내부 기술력에 기대는 분위기다. 황상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D램 개발실장(부사장)은 지난해 10월 삼성전자 뉴스룸에 게재한 기고문을 통해 "HBM4는 2025년을 목표로 개발 중으로 해당 제품에 적용하기 위해 고온 열특성에 최적화된 NCF 조립 기술과 HCB 기술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NCF(Non-conductive Film, 비전도성접착필름)는 적층된 칩 사이에 발생하는 절연과 기계적 충격으로부터 솔더 조인트 보호하기 위해 사용하는 폴리머 레이어다. HCB(Hybrid Copper Bonding, 하이브리드 본딩)는 차세대 본딩 기술로 기존에 솔더를 사용한 방식이 아닌 구리(전도체)와 산화막(절연체)을 이용한 접합 방식이다. 

황 부사장은 이어 "HBM과 함께 2.5차원, 3차원 첨단 패키지 솔루션을 포함한 첨단 맞춤형 턴키 패키징 서비스도 제공해 AI·HPC 시대에 최고의 솔루션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지난해 초 첨단 패키지 기술 강화 및 사업부간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AVP(Advanced Package)사업팀을 출범시켰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욜 그룹에 따르면 글로벌 HBM 시장은 올해 90억 달러(약 12조원)에서 2028년 240억 달러(약 32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전체 D램 시장에서 HBM의 비중도 지난해 9%에서 올해 18%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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