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의 난'은 없다"···재벌 3세 사업협력 확대
"'형제의 난'은 없다"···재벌 3세 사업협력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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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HD현대 오너家, CES서 수소 사업 논의···범현대가, 협력 기대
이맹희·건희 '형제의 난' 이후 삼성·CJ 교류 확대···가전·콘텐츠 시너지
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에서 HD현대 정기선 부회장과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회장이 HD현대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HD현대)
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에서 HD현대 정기선 부회장과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회장이 HD현대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HD현대)

[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지난 9일(현지시간)부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 최대 가전 박람회 CES에서 뜻밖의 풍경이 화제가 되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이 함께 대화를 나눈 모습이다. 

범현대가인 두 사람이 故 정주영 현대 창업주의 제사가 아닌 공식석상에서 함께 대화를 나눈 것은 이례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특히 두 사람은 수소 관련 사업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어 앞으로 사업 협력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정의선 회장은 9일 HD현대 부스를 방문해 정기선 부회장과 만났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CES에서 내세운 여러 미래 청사진들 가운데 '수소와 소프트웨어로의 대전환'을 내세운 만큼 정 회장은 HD현대의 수소 관련 사업에 관심을 보였다. 

HD현대는 이번 CES 부스에 탄소중립 실현과 수소 에너지의 생산·공급·활용 등 전체 과정을 쉽게 설명해 주는 전시물을 설치했다. 정 회장은 정 부회장으로부터 3분여 동안 HD현대의 수소 사업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특히 정 회장은 HD현대의 수소 추진선 개발 일정을 물었고 정 부회장은 2030년에 첫 배를 띄울 수 있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대화 때문에 현대차그룹과 HD현대가 수소 사업을 중심으로 협력을 진행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동욱 HD현대사이트솔루션 최고기술책임자(사장)는 "현대차그룹과 수소 에너지 밸류체인 협력에 관해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논의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범현대가는 정주영 창업주의 별세 이후 계열분리되면서 뿔뿔히 흩어졌지만, 그동안 형제관계는 나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2000년 현대가에 있었던 '형제의 난' 역시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과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 간의 갈등이 중심이 됐다. 

다만 원만했던 관계와 달리 대대적인 사업협력이 이뤄진 경우는 이례적이다. 2008년 정주영 창업주의 동생인 정인영 회장이 이끄는 한라그룹의 재건을 위해 범현대가가 나서서 도움을 준 적은 있었지만, 단순 지원이 아닌 구체적인 사업협력은 사실상 처음이다. 

구체적인 사업협력 방안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수소를 중심으로 모빌리티 사업까지 협력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해상 모빌리티를 중심으로 하는 HD현대는 최근 새로운 미래 먹거리로 무인 건설기기 등 육상 모빌리티 사업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18일 오전 경기도 용인시 호암미술관 인근 선영에서 열린 호암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 35주기 추도식에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참석해 있다. (사진=연합뉴스)
18일 오전 경기도 용인시 호암미술관 인근 선영에서 열린 호암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 35주기 추도식에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참석해 있다. (사진=연합뉴스)

범현대가와 함께 범삼성가의 협력도 기대되고 있다. 그동안 매년 11월이면 열리던 호암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추도식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중심으로 한 삼성가 사람들과 이재현 CJ 회장을 중심으로 한 CJ가 사람들이 참석했다. 

다만 2012년 이건희 삼성전자 선대 회장과 이맹희 CJ 명예회장이 상속 분쟁을 벌인 이후 추도식에 참석하는 시간을 달리 해왔다. 그러다 지난 2022년 35주기 추도식에서는 CJ 일가와 삼성 일가가 20분 간격으로 선영에 도착해 함께 머물렀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장남인 이맹희 회장과 이건희 회장의 갈등은 1970년대부터 비롯됐다. 당시 이병철 창업주의 차남 이창희 세한그룹 회장이 청와대에 아버지의 비리를 고발하는 '왕자의 난'을 일으키다가 실패로 돌아간다. 

당시 장남인 이맹희 회장이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으면서 이맹희 회장과 이창희 회장 모두 아버지의 눈 밖으로 나게 되고 삼남인 이건희 회장이 삼성그룹을 승계받게 된다. 2012년 상속 분쟁은 이때부터 이어진 갈등이 폭발하게 된 셈이다. 2년 넘게 이어진 법정 싸움은 2014년 이맹희 회장의 상고 포기로 일단락된다. 당시 이맹희 회장과 이건희 회장 모두 형제 간의 우애를 강조했지만, 공식적인 화해는 이뤄지지 못했다. 

삼성과 CJ는 3대에 이르러 서비스 교류가 일부 이뤄지기도 했다. 선대 회장의 법정 싸움으로 거래가 냉랭해졌던 삼성과 CJ대한통운도 상고 포기 이후 거래를 회복했고 삼성전자의 광고도 CJ CGV에서 볼 수 없었다가 재개된 적이 있다. 삼성 스마트 TV에서는 CJ ENM의 콘텐츠가 서비스되기 시작했으며 최근에는 '삼성 TV플러스'를 통해 본격적인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2018년에는 이재용 회장이 직접 추천해 박근희 삼성생명 부회장이 CJ그룹에 영입되기도 했다. 박 부회장은 2021년까지 CJ대한통운 부회장직을 맡다가 이후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재계에서는 재벌가 경영승계가 3, 4대에 이르면서 아버지대의 갈등을 풀고 미래사업을 위한 협력에 나서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글로벌 경영환경에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기상황에 대응하고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하기 위해 최선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향으로 협력이 이뤄지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우리 기업들의 글로벌 진출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해외 기업과 경쟁하는데 해묵은 갈등을 끌고 갈 이유는 없다"며 "그동안 '형제의 난' 등으로 갈등이 있었던 기업들도 앞으로 사업협력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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