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결산-건설안전] 1군 건설사도 안전불감증 도마 위···"앞으로가 더 문제"
[2023결산-건설안전] 1군 건설사도 안전불감증 도마 위···"앞으로가 더 문제"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무너지고 빠지고' 부실시공 논란에 중대재해 발생
"대내외 악재로 공기 지연···품질‧안전이슈 커질 수도"
서울의 한 아파트 건축 공사 현장. (사진=박소다 기자)
서울의 한 아파트 건축 공사 현장. (사진=박소다 기자)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올해 건설업계에서는 '안전'이 핵심 이슈로 떠올랐다. 국내 도급순위 10위권 안에 손 꼽히는 1군 건설사들이 짓는 아파트에 크고 작은 문제가 잇따라 터져 나오면서다. 일부 건설사 건설 현장에선 근로자 사망 사고도 지속 발생해 사회적 지탄을 받았다. 특히 앞으로 이 같은 사태가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돼 건설업계의 각별한 주의와 안전조치 마련이 요구된다.

2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 4월 인천 서구 원당동 검단신도시 내 GS건설이 짓는 아파트 지하 주차장이 무너져 내리며 건설업계 부실시공 논란이 불거졌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분양한 '검단신도시 안단테'(AA13-2블록) 단지 3402동과 3403동 사이 지하 주차장 슬라브가 무너졌다. 원인은 철근 누락으로 밝혀졌다. 

시공사인 GS건설은 공정률 70%였던 17개동을 모두 철거한 후 전면 재시공을 결정했다. 5년 후 완공될 아파트 브랜드는 입주 예정자의 요구에 따라 LH 브랜드 '안단테'에서 GS건설 브랜드인 '자이'가 붙게 된다. 입주 예정자들을 위한 보상안으로는 가구당 1억4000만원(전용 84㎡ 기준) 주거 지원비 무이자 대여, 이사비 500만원 지급 등 내용이 담겼다. 지체 보상금은 9100만원으로 책정됐으며, 중도금 대출은 GS건설이 대신 갚은 뒤 나중에 청구하도록 했다.

롯데건설도 부실 공사 논란이 일었다. 서울 강동구 상일동에 있는 '고덕롯데캐슬베네루체' 모 단지에서 벽 갈라짐과 함께 여러 개의 철근이 외부로 돌출됐다. 외부 구조안전진단 전문가가 조사한 결과 외부로 노출된 철근은 주철근과 무관한 철근으로 제거해도 무방해 보수처리를 마쳤다.

대우건설도 철근을 누락한 사례가 나왔다. 대우건설은 최근 서울 은평구 불광동 '푸르지오발라드' 기둥과 벽 등 부재 1443개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진행하고 지하 1층 주차장 기둥 7곳에서 띠철근 누락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설계상으로 15cm 간격마다 있어야 할 주철근이 실제 30cm 간격으로 시공돼 있었다. 띠철근은 건물 하중을 버티기 위해 주철근을 감싸주는 역할을 한다. 현재 철근이 누락된 기둥에 대한 보강 공사는 완료된 상태다.

안전사고 문제도 건설업계 주요 이슈였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DL이앤씨 소속 사업장에선 모두 7건의 사고가 발생해 8명의 근로자가 목숨을 잃었다. DL이앤씨는 사망자 8명의 유족에게 지난달 공식 사과를 하고 산업재해 현황과 재발 방지 대책 등을 담은 자체 진상조사 보고서를 유족과 시민대책위에 전달했다. 배상금도 지급한다.

DL이앤씨 외에도 현대건설, 롯데건설, 대우건설 등이 고용노동부의 집중 감독 대상으로 지목됐다. 지난해 1월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현대건설에서 6명, 롯데건설, 대우건설에서 각각 5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특히 롯데건설의 경우 지난 3년 동안 사망 사고가 끊이지 않았으며, 올해 들어서도 지난 2월과 5월, 7월, 9월까지 4건의 사망 사고가 연거푸 터졌다.   

문제는 앞으로다. 지난해 경기 불황이 이어진 가운데 코로나19 팬데믹,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화물연대 파업 등에 따라 자재 수급에 차질이 빚어진 데다 대부분 공사 현장도 지연‧중단되는 사례가 이어진 바 있다. 이에 입주일에 맞추기 위해 시공사들이 공기를 단축하기 위해 공사 일정을 무리하게 앞당기는 ‘날림공사’는 물론, 품질문제와 안전사고 발생 위험이 큰 우중타설도 만연하게 진행하고 있어서다. 일부 신축 아파트에서 마감공사가 덜 돼 누수, 새시 파손, 천장 곰팡이, 벽지 및 시트지 들뜸, 타일 파손 등 하자 발생률도 더 증가할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작년 대내외적으로 발생한 잇딴 악재로 인해 대다수 건설사들의 사업장 공사가 지연돼 입주일에 맞추기도 빠듯할 정도다, 실제 어느 건설사에선 일부 신축 아파트 입주일 직전에 본사 직원들이 직접 마감 청소를 하러 가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면서 "앞으로 품질 문제나 안전 이슈가 계속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올해 철근누락 사태와 중대재해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며 건설업 전반적으로 자정 노력을 하는 계기가 됐다는 게 업계와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이 관계자는 "올해 안전이슈가 부각되면서 건설업계에 시사한 점이 많다"면서 "각 건설사들은 해당 사안을 엄중히 느끼면서 품질과 안전에 대한 지침과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손태흥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발생한 건설업 안전사고의 경우 발주 유형과 공사 규모별로 주요 사고 유형과 사고 원인 및 사고 객체가 구분되는 특성이 있는 만큼 이를 고려한 안전관리 체계의 세분화와 안전교육 강화가 필요하다"면서 "또 데이터 기반의 주요 사고유형과 원인 및 객체에 대한 이해는 스마트 안전기술 연구개발의 방향성 결정에 중요한 근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