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故김용균 사건' 원청 대표 무죄···건설업계 미칠 영향은?
[초점] '故김용균 사건' 원청 대표 무죄···건설업계 미칠 영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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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이사의 책임·역할 낮춘 판결"···다른 사건 적용 가능성도
건설업계 "엄중한 사안, 일희일비 않고 안전관리 노력할 것"
고 김용균 노동자의 어머니 김미숙 씨가 지난 7일 오전 대법원 앞에서 열린 '판결에 대한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흐르는 눈물을 닦고 있다. 재판부는 원청인 김병숙 전 한국서부발전 사장에게 사망 사고의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사진=연합뉴스)
고 김용균 노동자의 어머니 김미숙 씨가 지난 7일 오전 대법원 앞에서 열린 '판결에 대한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흐르는 눈물을 닦고 있다. 재판부는 원청인 김병숙 전 한국서부발전 사장에게 사망 사고의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 제정에 도화선이 된 고(故) 김용균 씨 사망 사고의 형사 책임을 원청 기업 대표에게 물을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향후 건설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대재해법 영향권에 놓인 다른 사건들에도 해당 판결이 적용될 가능성이 나오면서 건설업계가 안도의 한숨을 내쉴 것으로 보인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고 김용균 씨 사망 사고와 관련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원청 기업 서부발전 김병숙 전 대표와 위탁용역 업체 한국발전기술 소속 임직원들에 대한 상고심에서 지난 7일 대법원 2부는 김 전 대표에 무죄로 판단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대표이사는 '안전보건 방침을 설정하고 승인하는 역할'에 그칠 뿐, 작업 현장의 구체적 안전 점검과 예방조치 책임은 '안전보건관리책임자'에게 있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지난 2022년 1월27일 시행된 중대재해법은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공사금액 50억원 이상)에서 노동자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 시 사고 예방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 등을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내년 1월27일부터는 50인 미만 중소사업장에도 중대재해법이 확대 적용될 예정이었지만, 최근 이를 2년 유예하는 법안 처리에 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이 가운데 이번 판결이 원청기업 대표에 대한 책임과 역할을 명확히 한 첫 판결이라는 점에서 영향권에 놓였던 건설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해당 판결이 다른 중대재해 사건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나오면서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무죄 판결이 나온 만큼 판례에 비춰서 대표자 책임이 낮아질 수 있을 것"이라면서 "중대재해법 시행으로 건설사를 비롯한 기업들이 경영상 위축된 측면이 있었는데 이번 판결이 각자 권한과 역할 안에서 책임을 따진 만큼 경영 위축이나 부담이 덜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이번 판결의 핵심은 안전보건최고책임자(CSO) 책임과 역할이 제한되며, 원청 대표에 대한 법적 처벌이 과도하단 것이라고 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원청에 대한 판결이 난 게 사실상 이번이 처음인 만큼 향후 업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선 알 수 없고 관련 리스크에서 해소됐다고 할 수도 없다"고 조심스럽게 입장을 밝혔다. 

특히 책임 주체를 넓힌 중대재해법에 대해 법원이 인과 관계나 귀책 여부 등 요건을 높여 처벌 범위를 조정한 만큼 실제 처벌까지 이어지는 사례가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예림 변호사(법무법인 심목)는 "형사법상 죄를 지은 사람을 처벌하는 게 원칙인데 중대재해법의 경우 원청기업 대표이사까지 처벌할 수 있도록 책임 주체와 처벌 범위를 넓히도록 했다"면서 "이번 판결은 재판부가 죄에 비해 형량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에서 고의 과실 여부나 직접적인 인과 관계 등을 보다 더 엄격히 따져 재량껏 처벌 범위를 조정한 판결로, 기업 입장에서는 처벌을 피할 수 있는 여지도 커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건설사들은 처벌을 피하기 위해 CSO 선임, 관련 조직을 신설·확대하면서 대응에 나선 바 있다. 국내 주요 대형 건설사들은 법 시행을 전후로 CSO직을 잇달아 신설하는 한편 인공지능(AI)과 스마트 건설 기술을 활용해 위험 현장의 인력을 대체하고, 안전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안전 사각지대를 줄여나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건설현장에서 잇딴 사망사고가 발생하면서 업계 내 안전관리 소홀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고용노동부의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발생 현황'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전체 사고사망자는 459명으로 전년동기(510명) 대비 10.0% 감소했으나, 중대재해법이 적용되는 50억원 이상 건설현장의 사망자는 15명(18.3%) 증가했다.

이에 따라 건설사들은 이 같은 상황을 엄중하게 보고 이번 판결과 무관하게 사고 예방과 안전관리에 경주를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하나의 판결로 인해 법이 무력화된다거나 업계가 일희일비할 상황은 아니다"면서 "판결과 무관하게 건설사들은 중대재해 문제에 대해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안전 관리‧사고 예방을 위한 캠페인 활동, 시스템 구축, 연구‧개발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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