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중고신입과 사회공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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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사원 채용을 묻는데 생뚱맞게 '사회공헌'이라는 답이 돌아온다. 중소기업에 짧게 근무하고 이러저러한 이유로 퇴사하는 '중고신입' 얘기다.

9월 하반기 신입 채용 시즌. 삼성과 SK, 현대차, LG, 포스코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대규모 공개채용 절차를 시작했거나 채용설명회에 나섰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공기업 취업을 희망하던 구직자가 더 많았지만 올해는 10명 중 6명이 대기업을 희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취업준비생들의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

그와 무관하게 채용 시즌이 되면 중소기업도 덩달아 바빠진다. 어렵게 뽑아 실무를 가르쳤던 신입 사원이 혹여나 그만두지는 않을까 노심초사 관리 모드에 들어가야 한다.

누구든 한 사람 몫의 일을 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사정은 다르겠지만 이 기간 급여 등 투입되는 비용은 분명 미래를 위한 투자다. 신입사원이 일찍 그만둬버리면 기업 입장에서는 그만큼 손실로 돌아온다.

취업포털 잡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소기업(50인 미만) 신입 사원의 1년 이내 조기 퇴사율은 17.1%로 집계됐다. 이들 중 36.4%가 다른 기업에 취업했다고 답했다. '중고신입'이다.

지난해말 고용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이 매출기준 500대 기업과 중견기업 등 총 758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8.6%가 지원자의 중고신입 여부를 파악하고 있었고, 45.6%는 채용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부정적 영향이 있다고 답한 곳은 3.1%에 불과했다.

중고신입을 선호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즉시 업무에 투입해도 성과 도출이 가능할 것 같아서'라는 답이 49.4%로 가장 많았다. '회사 적응이 쉬울 듯 해서(32.9%)', '기본적인 회사 예절을 알 것 같아서(11.0%)' 등의 답변도 이어졌다.

쉽게 얘기해 신입 사원 육성에 대한 투자 비용 감소가 기대된다는 의미다.

한 기업 관계자는 "업계에서 '사관학교'라고 불린다. 신입사원이 입사해 실무에 투입할 수 있을 정도가 되면 여지없이 퇴사소식이 들려온다"며 "우리 돈 들여 시장에 쓸만한 인력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더 나은 근무 조건과 환경을 선택하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다. 기업은 개인의 인생을 책임져주지는 않는다.

다만, '사회공헌'이라는 자조섞인 표현이 딱 들어맞는다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박시형 증권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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