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장사·가계빚 주범' 눈총에···기업금융 힘주는 5대 시중은행
'이자장사·가계빚 주범' 눈총에···기업금융 힘주는 5대 시중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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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은행, 기업대출 잔액 747조···전월比 8조↑
가계대출 성장에 한계···당국의 옥죄기 영향도
기업대출 수요 증가세···"건전성 관리가 관건"
은행 ATM (사진=서울파이낸스DB)
은행 ATM (사진=서울파이낸스DB)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은행권의 기업대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금융 당국이 가계대출 증가세를 막기 위해 고삐를 죄는 탓에 은행들의 선택지가 사실상 기업금융의 비중을 늘리는 방향으로 좁혀진 데다 기업들의 자금조달 수요도 늘면서 경쟁이 과열 양상을 보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기업대출 잔액은 전월보다 8조5974억원 증가한 747조4893억원으로 집계됐다. 중소기업과 대기업 대출이 고루 늘었는데 중소기업 대출은 전달보다 5조4025억원 증가한 618조849억원을, 대기업 대출은 3조1949억원 늘어난 129조4044억원을 기록했다.

은행권의 기업대출 규모가 빠르게 늘고 있는 것은 시중은행들의 전략이 가계대출 대신 기업금융 강화로 선회했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부동산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가계대출 성장폭이 제한된 후 기업금융에 열을 올리고 있다.

최근엔 규제 완화로 부동산 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가계대출 수요도 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금융 당국이 가계대출 증가세를 경계, '가계빚' 관리 모드로 돌아서면서 기업금융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는 게 금융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기업대출에 적극 나서고 있는 하나은행(154조6352억원)은 지난해 말 대비 기업대출을 16조7390억원(12.1%)이나 확대했다. 공세적인 법인 영업을 펼치며 중소기업 중심의 대출 증가를 이끌어낸 모습이다.

지난달 말 기준 가장 많은 기업대출 잔액을 보유 중인 KB국민은행(170조8011억원)도 지난해 말과 견줘 8조1920억원(5.0%)을, 신한은행(153조4447억원)은 6조7014억원(4.6%)을 각각 늘렸다.

이들 은행 중 가장 기업금융 규모가 작은 우리은행(135조6935억원)도 '기업금융 명가' 재건을 내걸고 공격적인 영업을 예고한 상태다. 올해 들어 기업대출 잔액을 전년 말 대비 6조4257억원(5.0%) 늘렸는데, 오는 2027년에는 237조9000억원까지 확대해 이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겠다는 계획이다.

올해 채권금리가 높게 유지되면서 은행 대출 창구를 찾는 기업이 늘고 있다는 점도 은행권 기업대출 경쟁이 더욱 가열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 중 하나다. 통상 회사채 시장 발행금리보다 은행의 대출금리가 높았으나, 최근엔 회사채 시장의 발행금리가 크게 올랐다. 은행들이 이런 상황을 적극 활용해 기업금융에 더욱 힘을 싣을 것이란 분석이다.

문제는 기업대출 증가세만큼 건전성 관리가 중요한데, 향후 경기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고금리에다 경기둔화로 일각에선 중소기업 대출의 건전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집계를 보면 9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전망치는 96.9를 나타냈다. BSI가 100보다 높으면 전월대비 긍정적 경기 전망, 100보다 낮으면 전월대비 부정적 경기 전망을 뜻한다. BSI 전망치는 지난해 4월(99.1)부터 기준선 100을 18개월 연속 밑돌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가계대출은 당국의 규제가 심하기 때문에 은행들의 전략은 가계대출보단 기업대출 비중을 늘리는 데 집중될 수밖에 없다"며 "경기가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해 은행들은 리스크 관리에 더욱 힘을 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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