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 변동금리 상단 6% 후반···7% 돌파 시간 문제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주요 은행의 예·적금 금리가 연 4%대로 올라서면서 수신잔액이 급속도로 늘자 대출금리 상승세가 가팔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은행 수신규모가 확대되면 자금조달 비용이 늘어나게 되는데, 이는 대출금리를 끌어올리는 요인이 된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달 말 기준 정기예금 잔액은 844조9671억원으로 전월 대비 11조9859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정기적금 잔액은 42조2814억원으로 1조294억원 늘었다. 요구불예금 등 다른 수신 상품까지 포함하면 5대 은행의 총수신 잔액은 1934조5651억원으로, 이는 전월보다 10조2025억원 불어난 규모다.
5대 은행에서 수신고 증가세는 5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미국발 시장금리 상승, 예대율 규제 정상화 등으로 4%대 금리를 주는 예금상품이 재등장하면서 은행에 자금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
이날 기준 1년만기 최고 연 4%대 금리를 주는 정기예금은 △SC제일은행 'e-그린세이브예금' 연 4.10% △Sh수협은행 'Sh첫만남우대예금' 연 4.02% △DGB대구은행 'IM스마트예금' 연 4.00% △DGB대구은행 'DGB함께예금' 연 4.05% △BNK부산은행 '더(The) 특판 정기예금' 연 4.00% 등이다.
4% 금리에는 못미치지만 3% 후반대 금리를 제공하는 예금상품도 수두룩하다. 1년만기 기준으로 △농협은행 'NH올원e예금' 연 3.85% △신한은행 '쏠편한 정기예금' 연 3.75% △국민은행 'KB Star 정기예금' 연 3.75% △Sh수협은행 '헤이(Hey)정기예금' 연 3.95% △대구은행 'DGB주거래우대예금(첫만남고객형)' 연 3.85% △전북은행 'JB 123 정기예금' 연 3.90% 등의 상품이 판매 중이다.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4%대 은행 예금금리가 다시 등장한 것은 시장금리가 상승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시장금리는 예금금리 산정에 반영되는 만큼 두 금리는 비례해 상승하거나 하락한다. 최근 은행채 금리는 두 달만에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연일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은행채(AAA·무보증) 6개월물 금리는 3.820%를 기록했다. 은행채 6개월물 금리가 3.82%대로 올라선 것은 지난 7월 중순 이후 약 2개월 만이다. 은행채 1년물(AAA·무보증) 금리도 지난 1일 3.901%를 기록했는데, 1년물 금리가 3.9%대로 올라선 것 역시 지난 7월 중순 이후 약 2개월 만이다. 5년물 금리도 연일 4.2~4.4%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예대율, 유동성커버리지(LCR)비율 등 유동성 규제 정상화 조치도 예금금리 상승 배경으로 꼽힌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해 말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자금시장 경색이 심화하면서 은행권에 대한 유동성 규제 비율을 완화했는데, 이를 올해 말까지 단계적으로 정상화하기로 했다.
예대율 규제는 예금잔액 대비 대출금 비율로, 은행이 차주에게 대출을 내주려면 일정 비율 만큼의 예금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예대율 규제가 정상화됐다는 것은 은행이 확보해야 할 예금 비율이 커졌다는 의미다. 예대율 규제가 정상화된 데다 최근 가계대출이 증가세로 돌아선 만큼 은행들은 수신고를 늘려야 하는 상황인데, 이를 위해 예금금리를 올렸다는 분석이다.
예금금리 인상은 예금자 입장에선 반길만한 소식이지만 대출자 입장은 다르다. 예금금리 인상과 이에 따른 수신고 확대는 조달비용 증가로 이어지는 만큼, 대출금리 상승을 불러온다. 은행권에선 수신잔액이 대규모로 증가하면서 오는 15일 발표되는 8월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가 전월 대비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코픽스는 은행권 주담대 변동금리의 기준이 된다.
현재 5대 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코픽스·은행채 6개월물)는 연 4.11~6.97%로, 상단이 연 7% 돌파를 앞두고 있다. 은행별로 보면 이날 기준 △하나은행 연 5.47~6.97% △농협은행 연 4.11~6.21% △국민은행 연 4.30~5.70% △신한은행 연 4.33~5.63% △우리은행 연 4.38~5.58% 등을 기록했다.
같은 날 기준 5대 은행의 주담대 고정금리(은행채 5년물)는 연 3.58~6.21%로 △하나은행 연 4.71~6.21% △신한은행 연 4.61~5.91% △농협은행 연 3.58~5.58% △우리은행 연 4.07~5.27% △국민은행 연 3.79~5.19% 등이다.
주담대 금리가 6% 후반대를 기록한 가운데, 수신고 확대 추세가 계속된다면 7% 돌파는 시간 문제란 분석이다. 특히, 최근 시장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 사이클이 종료될 것이란 예측이 힘을 얻고 있는 만큼 현재의 예금금리 수준이 고점일 것이란 인식이 확대된다면 수신고가 급격히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현재 마땅한 투자처가 없어서 요구불예금이 급격히 빠지는 대신 정기예금에 자금이 몰리고 있다"며 "그만큼 조달비용이 커지기 때문에 은행들이 인위적으로 (하향)조정하지 않는 한 대출금리가 오르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