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5연속 동결했지만 대출금리 인하 '먼 얘기'···주담대 7% 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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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동결에도 대출 금리 오름세···시장금리 상승세 영향
고금리 장기화 우려···美 10년만기 국채 금리, 16년 만에 최고
사상 최대 가계빚에 금융당국 '고삐'···취약차주 이자부담 가중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 앞에 붙어 있는 대출상품 관련 현수막.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 앞에 붙어 있는 대출상품 관련 현수막.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연 3.50%)를 5회 연속 동결했지만 은행 대출금리는 오름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미국의 금리 인하 시점이 미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이어지면서, 은행 대출금리에 영향을 주는 시장금리가 상승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사상 최고치까지 치솟은 가계부채를 잡기 위해 은행들이 대출문턱을 높일 가능성도 있어 차주들의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변동금리(신규코픽스·금융채 6개월물)는 연 4.09~6.949%로, 상단이 연 7%대 돌파를 앞두고 있다. 같은 날 기준 주담대 고정(혼합)금리(금융채 5년물)는 연 3.66~6.297%, 대표 신용대출(금융채 6개월물) 상품 금리는 연 4.51~6.539%를 각각 기록했다.

2년 전 최저 연 2%대를 기록하던 주담대 금리는 지난해부터 상승세를 이어오고 있다. 올해 초엔 변동금리 상단이 연 8%대를 넘어서는 등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점을 기록하다 긴축 종료 기대감이 커졌던 지난 5월을 기점으로 하락세로 전환했지만, 최근 들어 다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2월부터 5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했음에도 최근 은행 대출금리가 오름세로 전환한 것은 시장금리 상승의 영향이 크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인플레이션(물가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추가 금리인상 등 고금리 기조를 장기간 이어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시장금리가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10년만기 국채 금리는 지난 21일(현지시간) 연 4.35%까지 치솟았는데,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7년 11월 이후 16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글로벌 시장금리의 기준이 되는 미국 국채금리가 뛰면서 국내 시장금리도 5개월여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고공행진하고 있다.

주담대 고정(혼합)금리의 지표가 되는 금융채 5년물 금리는 지난 22일 4.412%로 지난 3월 초 이후 5개월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24일엔 연 4.347%로 소폭 내려앉았지만 꾸준히 오름세를 기록하고 있다. 주담대 변동금리, 신용대출 금리 등의 지표가 되는 금융채 6개월물은 23일 3.804%로 마감, 지난달 17일(3.808%) 이후 한 달여 만에 최고 수준을 보였다.

금융채 금리는 주담대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 산출에 반영된다. 이 추세대로라면 다음달 중순 발표되는 코픽스 금리는 전월보다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주담대 금리가 더 오를 수 있다는 의미다.

한미 기준금리 차이가 사상 최대인 2.0%p(포인트)까지 벌어진 상황도 부담 요인이다. 미국이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경우 한국은행은 금리차가 더 벌어지는 것을 막고자 기준금리 인상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실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24일 통화정책 정례회의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금융통화위원 6명 전원이 연내 기준금리를 연 3.75%로 인상할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에 동의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당분간 대출금리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면서 차주들이 느낄 빚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예컨대, 2년 전 변동형 주담대 3억원(연 3.20%·만기 30년·원리금균등)을 빌렸다면 월 원리금 상환액은 약 129만원이다. 하지만 이달 기준으로는 금리가 연 4.75%로 뛰어, 월 원리금 상환액도 27만원 더 많은 156만원으로 오른다.

여기에 매월 원리금을 낮출 수 있는 50년 만기 주담대를 앞으로 받기 어려워질 것으로 보이면서 안 그래도 뛰는 대출금리에 부담을 느끼던 차주들의 고민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은행들은 가계부채 급증의 주범으로 지목된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의 판매를 중단하거나 '연령 제한' 조건을 도입하는 등 대출문턱을 높이고 있다.

이와 함께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가계부채를 잡기 위한 금융당국의 움직임이 빨라지면서, 은행권 역시 보조를 맞출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이 가계대출 심사를 강화하면 자금이 필요한 차주들은 이자부담이 큰 2금융권을 노크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한은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은행 가계대출은 1068조1000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올해에만 21조9000억원이나 늘어난 가운데, 지난 6월(5조8000억원)과 7월(6조원) 두달 동안 12조원가량 급증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4일 '금융상황 점검회의'에서 "(금융사들이) 가계대출 확대, 고금리 특판예금 취급 등 외형경쟁을 자제하고 연체율 등 자산건전성 관리를 강화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대내외적으로 경기 침체가 계속되고 있고, 당국 눈치 등 금리 산정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이 있어서 국내 기준금리와 상관 없이 대출금리가 움직이는 모습"이라며 "금리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차주들에게 혜택이 큰 50년 만기 주담대까지 받기 어려워질 것으로 보이면서 관련 고민을 토로하는 고객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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