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경기, 부동산 거래 부진 등으로 세수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정부가 올해 들어 한국은행에 빌린 금액이 100조원을 넘어섰다. 13년 만에 가장 큰 대출 규모로, 한은에 지급한 이자만 1100억원 규모를 넘어섰다.
한은이 1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양경숙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대(對)정부 일시대출금·이자액 내역'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 말까지 정부가 한국은행으로부터 일시 대출해간 누적 금액은 총 100조8000억원에 달한다.
한은이 과거 연도별로 같은 기간 일시 대출액과 비교한 결과, 해당 통계가 전산화된 2010년 이래 13년 만에 가장 많았다. 이미 지난해 전체 누적 일시 대출액(34조2000억원)의 2.94 배에 이르고, 코로나19 발병과 함께 갑자기 돈 쓸 곳이 많아진 2020년 1∼7월(90조5000억원)의 대출액도 넘어섰다.
한은의 대정부 일시대출 제도는 정부가 회계연도 중 세입과 세출 간 시차에 따라 발생하는 일시적 자금 부족을 메우기 위해 활용된다. 올해 정부가 13년 만에 가장 많이 마이너스 통장을 이용했다는 것은, 그만큼 쓸 곳(세출)에 비해 걷힌 세금(세입)이 부족해 재원을 '임시변통'하는 일이 잦았다는 의미다.
실제로 올해 들어 6월 말까지 정부의 총수입(296조2000억원)에서 총지출(351조7000억원)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6월 말 기준 55조4000억원 적자를 나타냈다.
마이너스 통장과 마찬가지로 한은의 대정부 일시 대출금에도 한도가 있다. 올해는 △통합계정 40조원 △양곡관리특별회계 2조원 △공공자금관리기금 8조원 등 최대 50조원까지 빌려 쓸 수 있다.
정부는 올해 들어 지난 7월까지 한은 대출 잔액이 50조원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빌리고 갚기를 반복해왔다. 7월 말 현재 정부의 한은에 대한 일시대출 잔액은 0원으로, 100조8000억원을 빌렸다가 일단 모두 상환한 상태다.
정부가 올해 들어 6월 말까지 한은에 지급한 이자만 1141억원(1분기 642억원+2분기 499억원)에 이른다. 전산 통계가 존재하는 2010년 이후 최대 기록이다.
이율 등 대출 조건은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정하는데, 올해 1월 12일 금통위 회의에서 의결된 '대정부 일시대출금 한도 및 대출조건'에 따르면, 이자율은 '(대출) 직전분기 마지막 달 중 91일물 한은 통화안정증권의 일 평균 유통수익률에 0.10%포인트(p)를 더한 수준'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