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형 성장'에 먹구름 낀 韓경제···"부진 완화 vs 성장 둔화" (종합)
'불황형 성장'에 먹구름 낀 韓경제···"부진 완화 vs 성장 둔화"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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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기 GDP 0.6%↑···소비·투자·수출 부진 속 수입 급감
한은 "부진 완화 신호···올해 목표치 1.4% 성장 가능해"
내수 부담에 對중국 수출 부진···"올 전망치 하향 유력"
부산항 신선대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부산항 신선대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기 대비 0.6% 증가한 가운데, 해당 성장세가 '불황형성장'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민간소비, 투자 등 내수가 부진한 상황에서, 수출 보다 수입이 더 큰 감소폭을 보이며 순수출 기여도가 확대됐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내수부진이 기저효과에 의한 일시적 현상이라 일축하며, 오히려 반도체 등 제조업 호조가 순수출 개선을 한 반큼 부진이 완화되고 있는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전문가들은 성장모멘텀이 제한적이라 평가하며, 하반기 성장세 둔화가 유력하다고 입을 모았다.

2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속보)'에 의하면 2분기 중 실질 국내총생산이 전기 대비 0.6% 성장했다. 이는 전분기(0.3%) 대비 0.3%포인트(p) 확대된 성장률로, 2개 분기 연속 순성장이다.

문제는 세부적 지표가 가리키는 방향이 '부진'이라는 점이다. 먼저 1분기 국내 경제를 떠받든 2분기 민간소비가 0.1% 감소했다. 정부소비도 1.9% 줄었다.

건설투자는 0.3%, 설비투자는 0.2%씩 감소했다. 수출 역시 반도체·자동차 등이 늘었지만, 석유제품·운수서비스 등이 줄어 1.8% 감소했다.

다만 수입이 4.2%나 급감한 결과, 순수출로 기여도가 1.3%p나 늘어난 것이 2분기 성장세를 견인했다. 실제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GDP 증가세에도 교역조건 악화로 전분기 수준(0%)을 유지하는데 그치는 등 성장세를 체감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불황형성장' 아닌 '부진완화'···'상저하고' 유효

반면 정부는 이 같은 평가에 반박했다. '불황형성장'이 아닌 '부진완화' 과정이라는 해석이다.

이날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수출의 경우 자동차 수출 호조세가 이어지고, 반도체 수출도 늘어나면서 감소 폭이 줄어든 효과가 있었다"며 "오히려 반도체·자동차 등 제조업 호조가 경제의 성장을 견인했다고 해석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신승철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이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2023년 2/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속보)의 주요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신승철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이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2023년 2/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속보)의 주요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내수부진 역시 언급했다. 신 국장은 "연초 방역 조치 전면 해제로 크게 늘었던 의류·음식·숙박 등 대면 활동 관련 소비가 일시적으로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5월 연휴 기간에는 기상 악화로 대면 활동이 일부 제약된 영향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내수가 일시 조정된 부분은 일시적인 기저효과 영향이 컸기 때문이다. 현재 경제상황은 불황이라기보다는 부진에서 완화되는 흐름에 가깝다"며 "민간소비를 끌어내린 일시적 요인들이 해소될 경우 3분기 이후에는 원래의 완만한 회복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아가 신 국장은 남은 3·4분기에 전기 대비 0.7%씩 성장할 경우, 연간 성장률 전망치(1.4%)를 달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상반기 0.9%에 이어, 하반기 성장률이 1.7%면 산술적으로 연간으로는 1.4%가 된다"면서 "조사국 전망과 같이 올 한해는 상저하고 흐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對중국 수출 부진···"성장모멘텀 둔화돼"

반면 여러 경제전문가들이 해당 전망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주요 수출국인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데다, 반도체 경기 회복세가 가시적이지 못하다는 점 때문이다.

실제 지난달 국내 무역수지는 11억3000달러 흑자를 기록, 16개월 만에 흑자로 전환한 바 있지만, 수출은 전년 대비 6% 감소하며 9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기 때문이다. 다만 수입이 11.7%나 급감하며 무역흑자가 발생한 전형적인 '불황형흑자'였다.

세부적으로 보면 6월 자동차 수출이 전년 대비 58.3%나 급증하고, 선박(98.6%), 일반기계(8.1%) 등 7개 품목의 수출이 증가했지만,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가 28% 급감한 것이 원인이었다.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수출 경기확산지수나 BSI 등을 감안하면 하반기 수출 여건은 지금보다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며 "다만 수요 반등 보다는 과잉 공급 해소의 측면이 크다는 점에서 반등세가 강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내수 부담도 지속되면서 큰 폭의 경기 개선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지난해 전체 수출액의 22.8%를 차지한 대(對)중국 수출(105억달러)이 전년 동월 대비 19%나 감소했으며, 대미국과 대아세안 수출도 각각 1.8%, 16.6%씩 줄었다.

나아가 이달 1~20일 기준 수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15.2% 줄며, 무역수지가 14억달러 전자를 기록했다. 이로 인해 10개월 연속 수출 감소세와, 한달 만에 무역적자가 유력한 상황이다.

노시연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국내 경제는 반도체에 의존하는 바가 큰데, 중국의 자체 생산능력이 높아지며 반도체를 비롯한 중간재 수입이 감소했다. 대중국 수출 경쟁력이 둔화된 것"이라며 "향후 중국 경제가 기대 이상으로 회복돼도, 예전만큼의 성장세를 보이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고 진단했다.

장우애 IBK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역시 "대중국 수출 회복세가 부진한데다, 2분기 중국 경제성장률도 기대치를 하회했다. 주요국 긴축, 부동산 등 각종 리스크도 산재해, 성장 모멘텀이 제한적이다"며 "상반기 대비 개선된다는 관점에서는 한은의 전망과 부합하나, 성장폭은 일부 하향 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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