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에서 생계로', 급증하는 '불황형 대출'···보험사 약관대출 '불티'
'영끌에서 생계로', 급증하는 '불황형 대출'···보험사 약관대출 '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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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약관대출 68조원 육박···전년보다 2조 늘어
"시중은행 신용대출보다 금리 싸고 중도상환 부담 없어"
일부 보험사, 최고 금리 인하···"중소형사 중심 확산할 듯"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경기 침체와 금리 인상 등의 여파로 '불황형 대출'인 보험약관대출을 찾는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비교적 대출 문턱이 낮고, 시중은행의 신용대출보다 금리가 낮게 형성된 터라 한동안 약관대출 증가세가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8일 금융감독원과 업계에 따르면 보험사들의 약관대출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총 67조9904억원으로 집계됐다. 생명보험사 50조4537억원, 손해보험사 17조5367억원으로, 지난 2021년 말(65조8455억원)과 비교하면 2조1449억원(3.26%) 늘어난 규모다.

보험약관대출은 가입한 보험의 해약환급금 내에서 돈을 빌릴 수 있는 제도다. 대출 심사가 따로 필요 없는 데다 중도상환 수수료나 연체이자도 없어, 통상 급전이 필요한 고객들이 주로 이용한다. 경기가 어려울수록 수요가 늘어나기 때문에 '불황형 대출'이라고도 불린다.

2019년 말 62조원에 달했던 약관대출 잔액은 2020년 말 61조원 초반대로 잠시 주춤하다가 2021년 말 다시 65조원을 넘어서면서 증가세로 돌아섰다. 올해도 빠르게 몸집을 불리고 있다. 생보사의 경우 올들어 지난 4월까지 넉달 간 2조3176억원 급증, 지난해 같은 기간 증가세를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계약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는 얘기다.

이런 증가세는 경기 침체에다 금리 상승 등 여파인 것으로 풀이된다. 2021년까지만 해도 '빚투(빚내서 투자)'나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용도의 수요가 많았다면, 최근엔 취약차주들이 생계 목적으로 약관대출을 찾고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비교적 대출 문턱이 낮고, 시중은행 대비 금리가 낮게 형성된 점도 약관대출 증가세의 배경으로 꼽힌다. 약관대출 금리는 기준금리 격인 예정이율(금리확정형) 또는 공시이율(금리연동형)에 가산금리를 더해 산정되는데, 대형 생보사들이 지난 5월 취급한 약관대출 금리는 금리연동형이 4.19~4.75%, 금리확정형이 5.25~8.54% 수준으로 형성돼 있다.

같은 기간 5대 시중은행(신한·국민·하나·우리·농협)이 취급한 신용대출의 평균금리(서민금융 제외)는 5.12~5.57%. 금리연동형을 이용하고 있는 소비자라면 시중은행보다 1%포인트(p) 가까이 낮은 금리로 대출을 이용할 수 있는 셈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2000년대 초반 이전에 가입한 계약이 아닌 이상 전부 공시이율인데, 공시이율에 가산금리를 더해도 금리가 4~5%대"라면서 "시중은행 신용대출보다 금리가 낮고, 중도상환수수료 부담도 없기 때문에 수요가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한동안 약관대출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일부 보험사는 금리 인하도 단행했다. 기존 보험계약의 해지를 막고, 당국이 주문한 상생금융에 부응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실제 NH농협생명은 이달부터 보험가입자의 보험계약대출 금리 최고 한도를 연 6.5%로 3%p 인하했으며, 동양생명도 보험계약대출의 최고 금리를 5.95%로 3.95%p 내렸다. 당국의 상생금융 확대 압박이 더해진다면 약관대출 금리 인하 움직임이 업계 전반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당국이 보험사들에 상생금융 확대를 지속 주문한다면 다른 보험사들도 금리 인하에 동참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중소형사와 달리 대형사들의 경우 고금리 계약 보유액 자체가 조 단위라서 쉽게 움직이기 힘들다. 금리 인하 흐름이 이어지더라도 중소형사 위주로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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