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쑥날쑥' 분양에···서울 입주물량 가뭄 심화 우려
'들쑥날쑥' 분양에···서울 입주물량 가뭄 심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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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정부 규제로 신규 분양물량 감소···내년 1만4천가구까지 줄어
올해도 원자재값 상승 등으로 분양물량 '뚝'···집값 상승 악순환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사진=나민수 기자)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사진=나민수 기자)

[서울파이낸스 나민수 기자] 정비사업에 대한 규제 강화에 재건축 대단지들의 분양이 미뤄지면서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 가뭄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원자재값 상승 등으로 분양이 미뤄지고 있어 앞으로 수년간 입주물량은 평년 수준을 크게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공급 부족으로 향후 집값이 다시 불안정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21일 부동산R114의 서울 아파트 공급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서울에서 총 2만6499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다. 이는 최근 10년(2013년~2022년)사이 연평균 3만3595가구 입주한 것을 고려하면 7000여가구 감소한 수준이다.

가장 입주물량이 많은 곳은 강남구로 개포동 재건축을 비롯해 수서역세권 일대 공공임대 등 총 6570가구가 입주한다. 이어 △은평구(수색증산뉴타운 중심) 3387가구 △서초구(반포, 잠원) 3320가구 △ 동대문구(청량리 일원) 2797가구 등이 연내 입주할 계획이다.

문제는 들쑥날쑥한 분양으로 향후 4~5년내엔 입주물량이 평년만큼 늘어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과거 금융위기 후 경기가 점차 살아나면서 마곡택지지구를 비롯해 강동구 고덕지구 등 대규모 아파트지구의 재건축이 활발해 졌고, 재개발 사업 또한 활발해 지면서 분양도 늘고, 이들의 입주도 이어졌다. 하지만 박원순 시장의 정비사업 규제가 점차 강화되면서 2020년대 들어서 신규공급은 눈에 띄게 감소했다.

입주물량을 보면 내년엔 1만4000여 가구까지 입주물량이 감소한다. 그나마 지난해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 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으로 2025년 다시 2만가구까지 상승하는데 이를 제외하면 입주 현장이 다양하지 못하다.

물론 앞으로 3년~4년 후 입주예정 물량은 올해~2024년 사이 분양되는 물량에 따라 달라질 텐데 분양시장 환경 또한 낙관하기가 쉽지 않다.

최근 국내외 경기 상황이 원자재값, 임금인상을 부추기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서울은 재개발, 재건축 정비사업을 통한 공급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건설사와 조합 간에 사업비 문제로 마찰이 잦다. 또한 수익성 악화를 우려해 주택사업 수주를 주저하는 건설사들이 늘면서 정비사업 속도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실제로 DL이앤씨는 최근 경기 과천시 '과천주공 10단지' 재건축 정비사업 참여를 포기했다. DL이앤씨는 이 단지 시공권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 10개월간 공을 들여왔다. 하지만 건설경기가 전처럼 좋지 않은 데다 공사비 상승 등으로 사업 여건이 어려워지면서 이런 결정을 내렸다.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8구역은 두차례 시공사 선정 경쟁 입찰에서 롯데건설만 단독 입찰해 유찰됐고, 서울 중구 신당9구역도 건설사들이 입찰에 참여하지 않아 수의계약으로 전환할 것으로 전해졌다. 연초 시공사를 선정한 서초구 방배신동아도 포스코이앤씨와 현대건설의 대결이 예상됐지만 현대건설이 막판에 입찰을 포기하면서 포스코이앤씨의 수의계약으로 진행됐다. 양천구 신정4구역도 시공사 선정 입찰에 두 번 연속 대우건설만 참여해 수의계약으로 진행됐다. 올해 상반기에 시공사를 선정한 전국 도시정비사업장(재건축·재개발·리모델링) 120곳 중 88%(105곳)는 업체 단독 응찰에 따른 수의 계약으로 체결됐다.

강북에선 시공사들이 관심을 보이지 않아 조합이 자발적으로 공사비를 올리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중구 신당9구역 재개발 조합은 2차 입찰공고에서 공사비를 3.3㎡당 840만원으로 1차 입찰(743만원)보다 100만원가량 올렸고 광진구 중곡아파트도 1차 입찰에서 650만원이던 공사비를 2차 입찰에서 800만원으로 올렸다. 하지만 건설사들은 여전히 수주에 대한 내부 검토만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당분간은 기존 수주현장들을 중심으로 분양하는 현장들이 있겠지만 내년, 내후년으로 갈수록 신규 분양 현장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이는 입주물량 감소로 연결 돼 서울 아파트 시장은 심각한 수급불균형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서울 입주물량이 매년 소량에 그칠 경우 수급불안정으로 인해 매매가와 전셋값이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지난해 기준금리가 급등하며 부동산시장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지만 시장이 회복세로 접어들게 되면 가격이 크게 오를 수 있다. 하향 안정화 중이던 전셋값도 마찬가지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물량이 풀리지 않으면 그만큼 매수세가 커지고 매도우위 시장으로 접어들면서 집값 상승이 뚜렷해진다"며 "집값이 오르면 전셋값도 동반 상승하기 때문에 전세난이 심화되고 가격은 다시 오르는 악순환을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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