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대형건설사, '기술력·브랜드'로 중소형사 먹거리 뺏는다
[초점] 대형건설사, '기술력·브랜드'로 중소형사 먹거리 뺏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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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듈러 주택·가로주택정비 등 소규모 주택 사업 '눈독'
"지역이나 소규모 사업까지 넘어와 파이 뺏기는 실정"
DL이앤씨 관계자들이 부산의 공장에서 제작한 모듈러 주택을 조립하고 있는 모습. (사진=DL이앤씨)
2021.10.29 DL이앤씨 관계자들이 부산의 공장에서 제작한 모듈러 주택을 조립하고 있는 모습. (사진=DL이앤씨)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로 주력 분야인 주택업이 부침을 겪으면서 대형 건설사들이 중소형 건설사 먹거리 시장까지 진출하고 있다. 신사업 발굴을 통해 사업 다각화에 나선 것인데 일각에서는 대형건설사들이 시공능력과 브랜드 파워를 무기로 중견·중소건설사들의 텃발까지 탐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9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건설 사업자의 체감 경기 지수인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BSI)는 지난 2022년 6월부터 지난 3월까지 기준으로 50~70선에 머무르고 있다. 기준선인 100을 밑돌면 현재의 건설경기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는 기업이 낙관적으로 보는 기업보다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같은 엄중한 시장 인식에 따라 수도권 대단지 아파트사업 등 주택·토목 분야를 주요 먹거리로 삼아왔던 국내 주요 대형 건설사들이 소규모 주택·정비사업에 진출하는 모습이다.

최근에는 국내 5위 건설사 GS건설이 목조 모듈러 주택 전문 자회사 자이가이스트(XIGEIST)를 앞세워 모듈러 단독주택 시장에 나섰다. 회사는 기존 단지형 위주의 B2B(기업 간 거래)에서 개인에게 단독주택을 공급하는 B2C까지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4~5년 내 국내 단독 주택 시장에서 점유율 3%, 연간 1500가구, 매출 2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뿐만 아니라 삼성물산, DL이앤씨, 현대엔지니어링, KCC건설 등도 모듈러 주택 사업 관련 인원을 확충해 기술을 연구개발 중이거나 사업을 시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듈러 주택은 공장에서 주택 자재와 부품 70~80%를 사전 제작해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으로, 상대적으로 고숙련 인력 필요성이 덜하고 대량 생산, 균일한 품질 확보가 가능한 데다 공기가 짧다는 장점 때문에 성장성이 높다고 평가된다. 

GS건설 관계자는 "친환경 건축물인 모듈러 주택은 신사업 분야로, 이번 사업 진출로 시장이 더욱 확대되고 다양해질 것"이라며 "소비자들도 안정적이고 양질의 상품을 선택할 수 있는 수요 폭이 넓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대형 건설사들은 '미니 재건축'으로 불리는 가로주택정비사업에도 손을 뻗고 있다. 특히 서울시가 드라이브를 거는 모아주택·타운과 맞물려 건설사들의 관심이 더욱 커졌다. 소규모 정비 사업인 가로주택정비의 경우 기존 재건축·재개발에 비해 사업 진행이 빠르고 모아주택 경우 정부 지원으로 사업에 속도를 낼 수 있고 타운화 전략으로 작은 사업장을 잇따라 따내면 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한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다. 

이에 DL이앤씨는 지난 1월 경기 광명시 LH참여형 가로주택정비사업 시공사 입찰에 단독 참여했으며, 작년 4월 인천 미추홀구 용현3구역(가로주택정비사업) 시공권을 확보했다. 현대건설과 대우건설은 각각 2021년 12월 서울 대치 비취타운 가로주택정비사업(908억원), 2022년 6월 서초아남 소규모재건축사업(공사비 984억원)에 각각 하이엔드 브랜드 '디에이치'와 '써밋'을 제안해 수주했다. 현대건설은 또 작년 11월 모아타운 후보지로 선정된 금천구 시흥5동에 선정 축하 현수막을 걸고 응원전을 벌이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기술력과 브랜드를 가진 대기업이 소규모 사업에 속속 진출하면서 중소형 건설사들의 설 자리가 부족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택지 공급이 줄어 아파트를 짓고, 재건축·재개발 할 부지가 없는데 대형사들이 지역 사업이나 소규모 사업까지 넘어와 파이를 뺏기는 실정"이라며 "결국 중견사들도 작은 건설사들이 하던 청년주택, 역세권 한 동짜리 주상복합 등 기존에 안하던 사업까지 하면서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태희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대형 건설사 진출로 '집 장사'를 주로하는 중소형 건설사들은 한정된 시장 내에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면서 "다만 가로주택정비사업의 경우 사업장 규모가 각기 달라 시장 상황이 다른 측면이 있고 모듈러 주택은 현재 초기 시장 단계로 대기업의 시장 참여를 통해 더욱 성장할 수 있는 만큼 당장 뺏고 뺏기는 시장으로 보기보다는 장기적으로 확대될 시장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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