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나도 해달라"⋯'급' 떨어진 건설사 하이엔드 브랜드
"너도나도 해달라"⋯'급' 떨어진 건설사 하이엔드 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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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건설사 중 8곳 하이엔드 브랜드 보유···소비자 "똘똘한 한 채 선호"
기업은 친환경·고급 자재 사용으로 인한 공사비 증가에 대한 부담 적다
그러나 주택 수요 높지 않은 곳도 브랜드 요구에 하이엔드 의미 퇴색
(왼쪽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현대건설의 디에이치 아너힐즈, DL이앤씨의 아크로 리버파크, 롯데건설의 반포르엘, 대우건설의 서초 푸르지오 써밋 등 하이엔드 브랜드 아파트의 모습이다. (사진=네이버지도)
(왼쪽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현대건설의 디에이치 아너힐즈, DL이앤씨의 아크로 리버파크, 롯데건설의 반포르엘, 대우건설의 서초 푸르지오 써밋 등 하이엔드 브랜드 아파트의 모습이다. (사진=네이버지도)

[서울파이낸스 박소다 기자] 서울 주요 재건축 단지들의 시공사 선정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건설사들이 '하이엔드 브랜드'를 앞세운 전략을 선보이고 있다. 여의도·한남·압구정 등의 재건축 사업 시 지역 랜드마크까지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공권 확보를 위해 자사 기준에 벗어나더라도 하이엔드 브랜드 사용을 남발하면서 브랜드의 의미도 퇴색되고 있다.

2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재 10대 건설사 가운데 삼성물산과 GS건설만 뺀 8곳이 기존 주택 브랜드 외 하이엔드 브랜드를 보유한 상태다. 전자 공시 등에 따르면 현재 하이엔드 브랜드 중에서 가장 많은 주택 수주를 한 곳은 현대건설의 '디에이치'로 서울 4곳 준공·14곳 예정, 경기도·광역시 총 5개 준공 및 예정으로 전국에 총 24개의 프로젝트가 있다. 이어 △DL이앤씨의 '아크로' 22개 △대우건설의 '써밋' 20개 △롯데건설의 '르엘' 11개 △포스코 이앤씨의 '오티에르' 6개 △SK에코플랜트의 '드파인' 6개가 준공 및 예정돼 있다.

건설사들이 하이엔드 브랜드를 출시하는 이유는 주요 도심지 입찰 경쟁에서 선정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현재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는 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 사업에 서로 하이엔드 브랜드를 내세우며 이달 말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경쟁 중이다. 현대건설은 5.5m의 거실 천장고·버티포트(도심항공수단) 착륙장·한양아파트 소유자 동일 평형 입주 시 100% 환급 등 파격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다. 포스코이앤씨의 경우 여의도 초고층 랜드마크 '파크원' 시공 경험과 3.3㎡당 800만원 수준 공사비 등 회사의 수익성을 줄이는 전략을 수주전에서 내세울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사업성이 좋은 곳일수록 브랜드에 민감한 경향이 있다. 최근 서울 노량진3구역 재개발 조합은 하이엔드 브랜드가 없는 건설사와 수의계약을 하려 했다는 이유로 조합장과 조합임원 해임총회를 결정했다. 또 롯데건설은 지난해 흑석9구역에서 조합원들의 르엘 브랜드 요구에 처음엔 거절 의사를 밝혔으나, 시공사 자리가 위태로워지자 결국 르엘을 약속하기도 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공사비가 오르고 있어 일반적으론 재건축 사업성이 안맞을 때도 있지만, 하이엔드 브랜드는 친환경·고급 자재 사용으로 인한 비용 증가 부담이 적기 때문에 회사 입장에서 선호하는 편"이라며 "똘똘한 한 채'라는 말이 있듯이 요즘 사람들은 완성도 높은 주택을 선호하고, 또 고급 자재와 특화설계를 제공해하면서도 주변 시세와 크게 다르지 않는 가격에 분양해 충분히 매력적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하이엔드 브랜드 네임이 붙은 아파트와 같은 지역에 있는 아파트 중 더 높은 가격에 매매되는 곳은 찾기 어렵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의 디에이치 아너힐즈는 올해 8월 기준 전용 84.35㎡(9층)가 29억1000만원에 거래돼 지난 6월 거래된 인근 래미안 블레스티지 84.94㎡(10층) 27억원과 7.78% 정도의 편차를 보였다. 8월 아크로 리버파크 20층의 전용 84.97㎡은 43억9000만원에 계약돼, 인근 반포센트럴자이(21층·84.98㎡) 33억9000만원에 비해 29.5%높게 계약됐다. 서초 푸르지오 써밋 전용 84.95㎡(25층)도 8월 기준 25억9500만원 거래돼 인근 서초두산위브트레지움(84.96㎡·10층)의 21억9000만원 매매에 비해 18.49% 높았다. 

그러나 애초 서울 강남권이나 한강변 단지 입성을 위한 히든카드로 등장한 하이엔드 브랜드를 건설사들이 정비 시공권을 확보하기 위해 전국에 남발하면서 '희소성' 가치가 모호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건설사들은 브랜드 런칭 당시 서초‧강남 등 강남권이나 한강변 단지 입성을 위한 특화 전략이었다. 때문에 기존에는 평당가격, 자재, 입지 등 높은 기준점이 도입됐다.

현대건설의 경우 디에이치를 론칭할 2015년 당시 강남3구, 평당(3.3㎡) 분양가 3500만원 이상 등 세세한 조건이 있었지만 2017년 과천주공1단지 시공사 전쟁에 뛰어들면서 기준을 분양 시점 기준 최고 분양가 단지 또는 렌드마크 단지로 바꿨다. 분양가도 강남권 등에서 4000만원이 넘는 단지들이 속출하며 기준이 없어졌다. 

특히, 주택 수요가 높지 않은 지방에서도 하이엔드 브랜드를 요구하는 조합들이 점점 늘어들며 그 의미가 희석되는 추세다. 입찰 조건부터 하이엔드 브랜드를 명시화한 사례도 있는데, 올해 2월 광주 서구 광천동 재개발조합은 '하이엔드 브랜드 보유 시 하이엔드로만 제안해야 한다'는 조건을 붙였다. 

익명을 요청한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하이엔드 브랜드는 기본적으로 마감재나 적용 기술, 하자 처리 서비스 등이 기존 브랜드보다 뛰어나야 하는데, 상대적으로 공사비가 낮은 지방 아파트 재건축의 경우 조합이 공사비를 낮게 제안하고 있어 강남권의 하이엔드 사업장과 품질면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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