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조선, '하반기 후판' 줄다리기···턴어라운드 판가름
철강-조선, '하반기 후판' 줄다리기···턴어라운드 판가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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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빅3. (사진=각 사)
조선 빅3. (사진=각 사)

[서울파이낸스 주진희 기자] 철강업계와 조선업계가 하반기 후판(선박에 쓰이는 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 가격을 놓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당초 철광석 가격이 안정세로 접어들면서 후판 또한 인하되는 방향으로 무게가 쏠렸다. 그러나 최근 태풍으로 인한 포항제철소의 침수 피해 등으로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자, 철강사 측에서는 후판 가격을 인상하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협상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철강업계와 조선업계는 하반기 후판가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분기마다 후판가격 협상을 진행하는데, 워낙 변수가 많기 때문에 다양한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며 "양측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협상이 길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당초 두 업계는 철광석 가격이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후판 가격을 인하하는 쪽으로 매듭을 지으려 했다. 한국광물자원공사에 따르면 중국 수입 철광석(CFR·운임포함인도)  가격이 이달 17일 기준 t당 94.93달러로 집계됐다. 전주 대비 평균 1.2% 하락하고 불과 한 달전과 비교하면 3.9% 떨어진 수치다. 

철강사들도 당시 이 같은 상황에 동의하며 "원료가격이 예상보다 많이 급락한 상황이라 이를 고려해 하반기 조선사향 후판 가격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직접 언급키도 했다.

이에 따라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점쳐졌으나 최근 포스코 포항제철소가 태풍 여파로 침수 피해를 입으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후판 생산을 주도하는 압연공정이 생산 차질을 빚으면서 수급 불균형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특히 국내 생산량의 약 20%를 차지하는 포항제철소가 정상화까지 최소 3개월이 걸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면서 철강사들 입장이 난처해진 것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철강사 상황을 이해하면서도 "지금까지 협상이 철광석 값 고점을 기준으로 이뤄졌다"며 "그간 부담스러운 후판 가격을 감당하기 위해 대규모 손실을 보며 버텼고, 현재 가격 인하 요인이 확실하기 때문에 당연히 값을 내려야 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후판은 6㎜ 이상의 두꺼운 철판으로, 선박 건조 비용의 약 20%를 차지한다. 10년만에 수주 호황기에 들어선 조선사들 입장에서도 후판 가격으로 인한 부담이 곧 재정난으로 직결되기 때문에 더 이상의 인상은 부담이라는 설명이다.

한 조선사 관계자는 "후판 협상이 유연하게 이뤄지지 않을 경우 연내 흑자전환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후판 생산 기준이 되는 원자재 가격 자체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는 점을 감안해 후판 가격이 인상되더라도 부담스러울 정도는 아닐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철강사 관계자는 "합리적 수준에서 마무리할 수 있도록 양측 입장을 잘 조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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