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인공지능(AI) 활용 신약 개발이 미래 핵심 전략 분야로 부상했지만, 국내에선 미성숙 단계에 머무른다는 지적이 나왔다. 제약사는 AI 솔루션이 어떤 기술과 성능을 갖췄는지 가늠하기 어렵고, AI 기업은 자신이 개발한 솔루션 가치를 미리 입증하기 힘들어 매칭에 난항을 겪으면서다. 이에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인공지능신약개발지원센터는 "두 분야의 상호 이해와 협업이 필수적"이라며 이를 위해 신약 연구자를 위한 AI 플랫폼을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30일 김우연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인공지능신약개발지원센터장은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처럼 밝히며 "제약기업의 AI 기술에 대한 이해, 데이터 구축과 전문인력 확보 방안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AI 도입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센터장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 화학과 교수로, AI 신약 개발 기업 히츠(HITS)의 공동 창업자다.
김 센터장에 따르면 AI 기술은 신약후보 물질 설계부터 전임상, 임상시험, 최적 환자군 도출에 적용돼 불확실성을 줄이고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는 데 이용될 수 있다. 신약 개발 주기는 15년에서 7년으로 단축할 수 있다. 국내 신약 개발 AI 스타트업은 현재 38개로, 지난해 상반기에는 14개 스타트업에 1700억원의 투자가 이뤄다. 정부는 AI 활용 혁신 신약 발굴 27개 사업을 통해 제약바이오산업의 AI 활용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미성숙 단계다.
김 센터장은 "신약 개발은 사회 파급 효과가 매우 큰 공익 성격의 사업"이라면서도 "신약 연구개발(R&D)에 소요되는 막대한 시간과 비용은 국내 제약기업이 넘기 힘든 진입장벽으로 작용한다. 이에 R&D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AI 활용 신약개발이 미래 핵심 전략 분야로 부상했다"고 짚었다. 그는 "현재 제약기업 30곳에서도 자체 개발하거나 신약 개발 AI 기업과 협업해 AI 기술을 확보해나가고 있다"면서도 "해외 사례와 비교할 때 한국 AI 신약 개발 시장은 뚜렷한 비즈니스 모델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는 우리 AI 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AI 기업과 제약기업이 공동으로 협업할 적절한 접점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며 "AI 신약 개발지원센터는 두 영역의 협업을 끌어내는 데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발했다. 그는 "우리는 정보기술(IT) 강국을 넘어 AI 강국으로 도약 중이다. AI 신약 개발 분야에서도 글로벌 경쟁력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김 센터장은 이를 위한 실행 방안으로 신약 개발 연구자를 위한 AI 플랫폼을 올해 하반기에 출시할 계획이다. 이 플랫폼은 IT 분야 전문 지식이 없는 의약화학자도 개발 중인 신약에 해당 AI를 웹상에서 손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AI 기술과 신약 개발 수요를 효율적으로 매칭하기 위해서다. 김 센터장은 이 플랫폼을 통해 AI 신약 개발에 대한 긍정적인 경험을 하게 되면, 매칭이 활발하게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다. 유효물질, 선도물질 발굴단계에 적용할 AI 플랫폼은 제약기업이 고가로 구입하는 해외 소프트웨어 도입 비용을 줄이는 효과도 얻을 수 있을 거라고 봤다.
센터는 융합형 AI 신약 개발 전문가 교육 사업을 강화할 방침이다. 앞서 센터는 온라인 교육플랫폼 라이드(LAIDD)를 구축해 3년간 800명의 교육생을 배출했다. 올해는 신약 개발 연구원 맞춤형 학습 과정과 현장실습 과정을 개설해 신약 개발 현장의 AI 전문인력 부족 현상을 해소하는 데 역점을 두기로 했다. 전문가 자문위원회와 AI 신약 개발 협의체도 운영해 AI와 신약 개발 영역이 활발히 소통하고 기술을 교류할 수 있는 장을 제공할 계획이다. 센터는 국내외 AI 기술 동향과 기업 정보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웹사이트를 구축해 5월부터 가동할 계획이다.
한편, 해외 제약강국에서도 AI 기업들과 손잡고 신약 개발을 가시화 하고 있다. 지난해 4월 영국에선 AI로 디자인한 신약후보물질이 임상시험에 들어갔고, 재작년 10월 미국에서는 AI로 추천한 코로나19 약물 재창출 후보물질이 임상시험을 거쳐 긴급사용 승인을 받았다.
김 센터장은 "이들은 AI 기업과 공동연구, 라이센스 인-아웃을 활발하게 전개하며 글로벌 시장의 신약개발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며 "인공지능 단백질 설계 기술 발전으로 항체 신약 같은 바이오 의약품 개발에도 인공지능을 활용할 길이 열렸다. 지금까지는 저분자 화합물 신약 분야에 쏠려 있었지만, 앞으로는 그 적용 범위가 지속적으로 확장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