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증권가에 부는 여풍
[기자수첩] 증권가에 부는 여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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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남궁영진 기자] "증권업계에서 여성의 존재감이 이렇게 두드러지다니, 그야말로 놀라울 따름이고 격세지감입니다. "

금융투자업계 한 고위관계자는 지난해 연말 속속 단행된 증권사 인사를 두고 연신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최근 들어 증권가에 거세게 불어오는 여풍(女風)을 사뭇 반가워했다. 

증권사들이 급변하는 경영환경과 금융산업에 대응키 위해 저마다 실시한 인사를 보면 여성 리더가 전진 배치된 점이 단연 눈길을 끈다. 철저한 성과중심 원칙에 기반해 여성 인력을 전격 발탁, 변화를 꾀하고자 했다. 

신한금융투자는 9명의 신임 상무보 가운데 3명(33.3%)을 여성으로 중용하면서, 회사 내 전체 임원의 여성 비중이 14%로 늘었다. 오랜 기간 회사 홍보실을 진두지휘해 온 김수영 실장은 출중한 역량을 인정받아 브랜드홍보본부장(상무보)으로 승진했다. 

미래에셋증권도 여성 인재를 염두에 둔 인사를 단행했다. 금융업권 최초 공모로 선발된 15명의 지점장 중 여성은 총 6명으로 40% 비중을 점유한다. 과거의 수직적 직책자 임명 방식에서 탈피해, 기존의 틀을 깨는 과감한 인사 혁신이 시도됐다는 평가다.

하나금융투자도 강희정 소비자리스크관리팀장(상무대우) 등 여성 인재를 임원 및 부서장으로 발탁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여성임원인 김순실 상무보를 PB6본부장에 임명, 12년 만에 회사 내 여성 본부장 배치가 이뤄졌다. 박정림 KB증권 사장은 사모펀드 사태 등 악재에도 최대 실적을 이끈 성과로 연임에 재차 성공했다. 

과거 증권업계는 남성 중심의 보수적 직업군으로 인식됐다. 높은 성과를 냈음에도 여성이 고위직으로 올라서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 여성 임원 탄생을 떠들석하게 알린 언론의 대서특필은 증권가의 보이지 않는 차별을 반증했다.

하지만 그토록 단단했던 금녀'(禁女)의 벽과 유리천장에 균열 조짐이 보인다. 과거 고루하고 보수적 색깔 일색이던 증권사들은 능력 앞에서 성별의 경계를 허물면서 현저한 변화가 일고 있다. 향후에도 출중한 성과와 능력이 인정된 여성 임원이 전면 배치돼 증권가에 대세로 자리할 것이란 기대가 높다.  

지난해 저마다 실적 최고치 행진을 펼친 증권사들은 올해부터 녹록지 않은 업황에 이익이 감소 할 것이란 우려가 크다. 이에 증권사들은 변화와 혁신의 필요성을 절감하며 여성 리더를 전진 배치했다. 이 같은 유의미한 움직임이 증권사의 효과적인 실적 방어책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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