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제조업 중심의 증시, 실물경제 충격 반영 못해"
한은 "제조업 중심의 증시, 실물경제 충격 반영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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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통계월보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실물경제 대표성 분석'
상장기업은 제조업 중심, 실물경제는 서비스업 중심의 괴리
"수출·제조업 비중 높아 외부 충격에 취약···투자에 유의해야"
상장기업 부가가치 전체 GDP 대비 10%, 고용 취업자수 4%
산업별 주식시장 및 실물경제 비중(왼쪽)과 상장기업이 실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 (사진= 한국은행)
산업별 주식시장 및 실물경제 비중(왼쪽)과 상장기업이 실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 (사진= 한국은행)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코로나19가 확산된 이후 주식시장과 실물경제 간 회복 속도에 차이가 나타나는 가운데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제조업 중심의 상장기업을 대표하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왔다. 증시가 전체 실물경제보다는 수출·제조업 비중이 높아 전체 경제를 예측하지 못하고, 향후 대외충격에 취약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은 31일 발표한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실물경제 대표성 분석: 산업별 비교를 중심으로' 조사통계월보 논고를 통해 이같은 분석을 내놨다.

최근 코로나19가 확산한 이후 주가와 실물경제는 상호간 회복 속도에 상당한 차이가 나타났다. 올해 1분기 하루 평균 코스피지수는 코로나19 사태 직전인 2019년 4분기에 비해 45.2% 상승했지만, 같은 기간 국내총생산(GDP)은 0.4% 늘어나는 것에 그쳤다. 고용과 서비스업 GDP의 경우 각각 1.5%, 1.0% 감소하기도 했다. 주가는 사상 최고기록을 갈아치우기 바빴던 데 반해, 실물경제는 부진을 이어가는 등 뚜렷한 온도차가 나타난 것이다.

김도완 한은 조사국 거시재정팀 과장은 "주식시장과 실물경제간 회복 양상의 차이는 국내외의 거시금융정책의 완화기조와 경제주체의 가격 상승 기대에 상당 부분 기인하고 있다"면서 "실물경제 충격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주식시장의 구조적 요인에도 일부 기인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라고 말했다.

한은은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제조업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실물경제는 서비스업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면서 산업구조가 상이한 데 원인이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2015~2020년 평균 기준으로 주식시장 시가총액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68.6%이며, 서비스업은 27.3%에 그쳤다. 반면 같은 기간 실물경제에서는 산업별 GDP 비중이 제조업은 36.3%에 불과했지만, 서비스업은 51.4%로 절반을 상회했다. 고용 상황으로 보면 제조업은 18.6%, 서비스업은 67.3%로 차이가 더욱 두드러진다.

시가총액의 부가가치 및 고용 비대표성 지표(왼쪽)와 산업별 시가총액의 부가가치 비대표성 지표. (사진= 한국은행)
시가총액의 부가가치 및 고용 비대표성 지표(왼쪽)와 산업별 시가총액의 부가가치 비대표성 지표. (사진= 한국은행)

증시에선 삼성전자(우선주 포함),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제조업체 등이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크기 때문에 반도체 기업 실적이 지난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코스피 지수 상승세를 견인했다. 이런 구조적 차이로 인해 우리나라 상장기업 부가가치의 전체 GDP 대비 비중은 10%, 고용 취업자수 대비 비중은 4%를 유지하고 있는데, 이는 미국 수준을 상당폭 하회하는 모습이다.

또한 주식시장의 고용 대표성은 부가가치 대표성에 비해 전반적으로 낮은 수준을 보였다. 이는 금융위기 이후 고용창출효과가 상대적으로 작은 IT업종의 시가총액 비중이 높아지면서 추세적으로 약화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코스피가 우리나라 전체 실물경제를 대변하기 보다는, 제조업 중심의 상장기업을 대표하고 있어 향후에도 코로나19와 같은 제조업과 서비스업에 차별적인 영향을 미치는 충격이 발생할 경우 주식시장과 실물경제 간 서로 다른 양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 과장은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수출·제조업 비중이 크기 때문에 대외충격에 취약할 수 있다"라며 "경기예측 면에서 경기선행지표로 주가를 이용할 때 우리나라 주가 전체 경제가 아닌 제조업 생산 및 수출에 대한 정보를 주로 제공하고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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