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R&D' 개척 임성기···"나는 생명 다루는 제약인"
'한국형 R&D' 개척 임성기···"나는 생명 다루는 제약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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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대 약학과 졸업 후 동대문에 차린 약국 운영 경험 살려 한미약품 경영
"남들 가지 않는 길에 창조·혁신 있다"···과감한 투자로 제약산업 지형 바꿔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오른쪽)과 존 렉라이터 일라이 릴리 회장(왼쪽)이 2015년 4월19일 서울 한미약품 본사에서 악수하며 활짝 웃고 있다. (사진=한미약품)
고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오른쪽)과 존 렉라이터 일라이 릴리 회장(왼쪽)이 2015년 4월19일 서울 한미약품 본사에서 악수하며 활짝 웃고 있다. (사진=한미약품)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한미약품그룹 창업주이자 2일 별세한 임성기 회장은 한국 제약·바이오산업의 성공신화 주역으로 꼽힌다. 한국형 연구개발(R&D)을 줄곧 강조해온 임 회장은 글로벌 제약사와 굵직한 기술 수출 계약을 따내며 국내 제약산업의 역사를 새로 썼다. 

임 회장은 1940년 3월1일 경기 김포에서 태어났다. 중앙대 약학과를 졸업한 그는 1967년 서울 동대문에 임성기약국을 열어 자금을 모았다. 1973년 임성기 제약을 세웠고 그해 상호를 한미약품으로 바꿨다.

약국을 직접 경영한 임 회장의 경험이 녹아든 한미약품은 일선 약사들이 가장 선호하는 제약사로도 주목받았다. 약국 특화 제품과 마케팅, 영업력으로 입소문이 나면서다. 하지만 동시에 메뚜기떼 영업, 업계 최대 접대비 지출사라는 비아냥도 들어야 했다. 

그러나 임 회장은 적극적인 R&D 투자에 따른 결과임을 강조했다. 결국 그는 국내 제약업계에서 처음으로 개량신약 '아모디핀'과 복합신약 '아모잘탄'을 선보이며 이를 입증해냈다. "R&D 없는 제약사는 죽은 기업, R&D는 나의 목숨과도 같다"고 주창한 임 회장의 확고한 신념 덕분이었다.

그는 과감한 R&D 투자를 단행한 뚝심 경영으로 한미약품을 신약개발 회사로 체질을 바꿨다. 그러자 2000년대 초반 제약업계 10위권을 맴돌던 작은 회사는 2010년 업계 선두권으로 치고 올라왔다. 2000년 의약분업 시행 직후 국내 대부분 기업이 투자를 축소할 때, 임 회장은 과감한 투자를 통해 2000년 이후 제약산업 지형까지 바꿔놓았다.

1967년 세워진 서울 동대문 임성기약국 모습(사진=한미약품)
1967년 세워진 서울 동대문 임성기약국 모습(사진=한미약품)

그러나 2010년 창사 이래 첫 적자를 경험했다. 이 과정에서 단기 성과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투자자는 물론 회사 내부에서도 R&D 투자를 줄여야 한다는 의견을 나왔다. 그러나 임 회장은 R&D 투자를 향한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신약 개발에 투자액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나올 때마다 그는 "이익을 좇는 기업인은 신약 개발에 투자를 하지 않겠지만 나는 생명을 다루는 제약인"이라고 강조했다.

임 회장은 매년 매출액의 최대 20%에 이르는 금액을 혁신 신약 개발에 투자했고, 한미약품이 최근 20년간 R&D에 투자한 누적액은 2조원에 달한다. 지난해 연구개발비는 2097억원으로 전체 매출 1조1136억원의 18.8%를 차지했다. 이는 국내 제약사 연구개발비 중 가장 큰 규모다. 2013년엔 코스피 상장 제약기업으로는 처음으로 R&D 투자액 1000억원을 넘기는 기록도 세웠다. 

2015년에는 한 해 동안 총 7건의 대형 신약 라이선스 계약을 글로벌 제약기업에 잇따라 성사시키며, 한국을 역동적인 제약 국가로 탈바꿈시켰다. 그해 계약을 맺었던 신약이 반환되는 아픔도 겪었지만, 임 회장은 전체 임원 회의에서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은 외롭고 힘들지만, 그 길에 창조와 혁신이 있다"며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그 결과 한미약품은 현재 31개에 이르는 신약 파이프라인을 확보해 글로벌 상용화를 위한 개발을 하고 있다. 체내 바이오의약품의 약효 지속시간을 늘려주는 한미약품 플랫폼 랩스커버리가 적용된 호중구 감소증 치료 바이오신약 '롤론티스'는 미국 출시도 앞두고 있다. 랩스커버리가 적용된 바이오신약은 미국 식품의약국(FDA), 유럽의약품청(EMA)으로부터 희귀약 지정을 받으면서 경쟁력을 입증하기도 했다.

임 회장은 회사의 성과를 임직원들과 함께 나누기도 했다. 2015년 대형 성과를 창출한 이듬해 2800명에 이르는 그룹사 전 임직원에게 한미사이언스 주식을 무상으로 증여해 1인당 4000만원가량의 주식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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