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박지민 기자] 올여름 기록적인 폭염과 폭우로 인해 채솟값이 치솟으면서 김치를 담가먹는 대신 사먹는 소비자가 크게 늘어났다. 포장김치를 생산하는 식품업체들은 배추·무 수급으로 진땀을 흘리면서도 매출이 늘어 빙그레 웃고 있다.
5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 시스템(Kamis)을 확인해보니, 전국 주요 시장에서 김치 주재료인 배추와 뭇값은 평년에 비해 껑충 뛰었다. 이날 배추(상품) 1포기 소매가격은 6926원으로 평년에 견줘 46.8% 비쌌다. 무(상품)는 1개당 3688원으로 평년 대비 78.2%나 올랐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는 이달 고랭지배추 출하량이 늘면서 8월보다는 배추 값이 소폭 낮아지겠지만, 하락 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했다. 무도 8월보다는 출하량이 늘겠지만 지난해와 비교하면 9월 출하량이 22% 줄어들 전망이다.
김치에 빠질 수 없는 고춧가루 가격 상승세도 심상치 않다. 이날 고춧가루 소매가격은 1kg당 3만2900원으로 조사됐다. 1년 전보다 53.1% 오른 수치다. 평년에 견줬을 때도 46.9%나 비쌌다.
배추는 고랭지배추 출하량이 늘면서 8월보다는 값이 소폭 내리겠지만, 하락 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무도 8월보다는 출하량이 늘겠지만 지난해와 비교하면 9월 출하량이 22% 줄어들 전망이다.
김치 주재료 가격이 일제히 뛰면서 직접 김장을 하기 보다는 포장김치를 사먹는 소비자들이 늘어난 모양새다. 지난달 둘째주부터 마지막주까지 4주간 홈플러스 포장김치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35% 이상 늘었다.
롯데마트도 포장김치 매출이 크게 증가했다. 특히 주재료값이 치솟은 배추·무김치 판매량이 눈에 띄게 늘었다. 8월 6일부터 31일까지 배추김치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에 견줘 27.9%, 무김치 매출은 29.4% 뛰었다. 갓김치, 파김치 등 별미김치 매출도 8.9% 증가했다. 전체 포장김치 매출로 보면 전년 동기 대비 25% 늘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폭염에 채소 가격이 폭등하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간편한 포장김치를 사먹는 소비자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며 "1인가구, 소가족화 등 사회적 변화로 전통적인 김장을 하는 가구 비율이 지속적으로 줄어든 영향도 있는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치를 생산하는 식품업체들도 바빠졌다. 평년에 비해 배추·무 출하량이 줄어든 반면, 포장김치 수요는 폭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포장김치 브랜드 '종가집'을 운영하는 대상 관계자는 "배추, 무, 고춧가루값이 전부 오르면서 포장김치를 사먹는 소비자들이 늘었다"면서 "계약농가로부터 우선 공급받고 있긴 하지만, 올해 폭염으로 작황이 나빠져 수급에 어려움이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포장김치 출고량을 적절히 조절하고 있고 농작물 납품가는 매년 계약을 통해 정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라면서 "오히려 이번 기회를 통해 포장김치를 처음 접하는 소비자들을 고정 수요층으로 확보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짚었다.
포장김치 가격이 당장 비싸질 우려는 없다. 매년 제조사들이 원가 상승 가능성을 고려해 가격을 책정하기 때문이다. 대상 관계자는 "포장김치도 다른 식품과 마찬가지로 여러 유통채널을 통해 판매되는 상품이기 때문에 원가 변동이 있더라도 갑자기 가격을 올리거나 낮추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시스템(참가격)을 보면, 현재 전국 전체 판매점 기준 '종가집 풍부한 포기김치(1.9kg)' 평균 가격은 1만7900원, 'CJ 하선정 포기김치(2.5kg)'는 1만6373원, '동원 양반 포기김치(2.2kg)'는 1만8185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