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퍼필드 "아모레퍼시픽 사옥 달항아리 닮은 공동체교류 공간"
치퍼필드 "아모레퍼시픽 사옥 달항아리 닮은 공동체교류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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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배 회장 베를린서 처음 만나 '연결' 공감대…사회와 '소통' 장소 설계
14일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 아모레퍼시픽그룹 신본사에서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건축물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아모레퍼시픽그룹)
14일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 아모레퍼시픽그룹 사옥에서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건축물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아모레퍼시픽그룹)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올림픽이 서울에서 열린 1988년 한국을 처음 찾은 영국인 건축가는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도자기에 매료됐다. 30년이 지난 뒤 그는 서울 한복판에 백자 달항아리를 닮아 눈에 띄는 건물을 지었다. 지난해 11월부터 아모레퍼시픽그룹 임직원들이 입주한 용산 사옥에 얽힌 사연이다.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는 자신이 생각하는 '세계 예술 정점' 백자를 아모레퍼시픽 사옥에 녹여냈다. 아름다움은 절제됐지만 존재감은 강력한 백자 달항아리 모습이다.

아모레퍼시픽 신본사는 자연과 사람, 사회를 엮는다. 핵심 키워드 역시 '연결'이다. 독일 베를린에서 처음 만난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대표이사 회장과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곧 공감대를 찾은 이유도 연결 덕분이다. 서로 다른 문화권에서 자랐지만 건물이 매개체 역할을 하길 원한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서울을 찾은 데이비드 치퍼필드는 줄곧 관계와 교류에 대해 강조했다. 14일 데이비드 치퍼필드는 용산구 한강대로 아모레퍼시픽에서 자신이 설계를 맡은 사옥에 대해 "도시 경계이자 출입구로서 의미가 있다"며 "사방에 있는 문을 통해 직원뿐만 아니라 주변 공동체가 함께 교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 회사는 '일' 만을 위한 공간이었다면, 이젠 사회와 소통하는 장소로 바뀐 것이다.

데이비드 치퍼필드 건축사무소의 디자인 디렉터 크리스토프 펠거 역시 "서 회장이 일관되게 강조한 건 직원이 일하기 좋으면서도 사회에 기여하는 공간"이라며 "이런 게 세계적 트렌드이기도 하다"고 귀띔했다. 그는 "서 회장은 사회적인 의무에 대해 계속 언급했다. 상업적 목적을 넘어 사회적 공동체에 대해 말하는 게 인상적이었다"고 밝혔다.

'소통'을 중시하는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대표이사 회장은 신본사 2층 대강당 '아모레홀' 강단과 객석 사이를 가깝게 만들었다. (사진=김현경 기자)
'소통'을 중시하는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대표이사 회장은 사옥 2층 대강당 '아모레홀' 강단과 객석 사이를 가깝게 만들었다. (사진=김현경 기자)

한국과 영국이라는 간극을 뛰어넘어서인지 사옥 곳곳엔 '소통'이 녹아있었다. 문화 공간 '아트리움'을 비롯해 자연과 호흡할 수 있는 세 개의 정원 '루프 가든'이 대표적이다. 커다란 창문이 설치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데이비드 치퍼필드는 "긴 창문은 도시와 자연의 접촉만 나타내는 게 아니라 회사 정체성을 드러낸다"고 밝혔다. 데이비드 치퍼필드는 공용 공간인 뜰에도 주목했다. 그는 "베를린에도 뜰이 있었는데, 서 회장은 한국판 대형 뜰을 원했다"며 "일반 집 앞마당에도 있고 궁에도 있는 뜰은 외부적으로는 사람을 초대하는 아름다운 공간이기도 하지만, 안에 있는 사람을 보호하는 공간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업무용 책상과 건물 곳곳에 마련된 가구에서도 소통을 중시하는 서 회장 의중을 엿볼 수 있다. 칸막이를 없애 수평적인 의사소통을 하도록 했고, 신진작가 후원을 위해 로비 의자와 가구 몇 개는 이들로부터 사들였다. 서 회장의 마음은 공간 작은 부분에서도 드러난다. 2층 대강당 '아모레홀' 강단과 객석이 다른 곳에 비해 매우 가까운 이유도 말단 직원까지 돌보기 위해서다. 서 회장은 평소 말단 직원까지 직접 챙기는 것으로 잘 알려졌다. 이 덕분에 아모레퍼시픽에선 "월례회의 때 아모레홀 맨 뒷줄에 앉아도 다 보여 몰래 졸지도 못한다"는 농 섞인 말이 나오기도 한다. 이밖에 지하엔 공용문화공간과 전시실이 마련돼 지역 주민이 자유롭게 방문할 ? 있도록 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용산시대'를 다시 열었다. 1945년 개성에서 창업한 서성환 선대회장이 1956년 용산구 한강로에서 사업 기틀을 마련한 지 61년 만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용산 귀향이 그룹 비전 '원대한 기업(Great Company)'의 중요한 구심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아모레퍼시픽 측은 "오랜 역사를 함께한 용산에 다시 자리를 잡으면서 기업시민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주변 지역과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기본 원칙을 세웠다"며 "이를 위해 연결이라는 키워드 아래 자연과 도시, 지역사회와 회사, 고객과 임직원 사이에 자연스러운 교감과 소통이 이뤄질 수 있도록 고심했다"고 밝혔다.

아모레퍼시픽 신본사 전경 (사진=아모레퍼시픽)
지난해 준공된 아모레퍼시픽 사옥 전경 (사진=아모레퍼시픽)
아모레퍼시픽 신본사 5층 루프가든 (사진=아모레퍼시픽)
아모레퍼시픽 사옥 5층 루프가든 (사진=아모레퍼시픽)
아모레퍼시픽 신본사 17층 루프가든 (사진=아모레퍼시픽)
아모레퍼시픽 사옥 17층 루프가든 (사진=아모레퍼시픽)
아모레퍼시픽 신본사 아트리움 전경 (사진=아모레퍼시픽)
아모레퍼시픽 사옥 아트리움 전경 (사진=아모레퍼시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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