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채무조정] 당국 'P플랜' 으름장에 시중銀 '조건부 동의' 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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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社債權者 동참해야"…5억 달러 추가 요구에 'P플랜' 염두

[서울파이낸스 정초원기자] 대우조선해양 손실 분담에 대한 합의서가 이번주 중으로 마련될 전망이다. 표면상으로는 대우조선해양이 법정관리의 일환인 'P플랜'으로 갈 경우 채권단의 손실이 더 커지는 만큼, 시중은행들도 일단 손실분담에 동참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아가는 분위기다.

그러나 속내는 복잡하다. 속된 표현으로 물릴 가능성이 높지만 금융당국의 압박에 속앓이를 하고 있는 형국이다. 기존의 손실분담(출자전환)도 큰데 채권단이 5억달러 규모의 선수금환급보증(RG) 제공을 추가로 요구할 태세여서 부담감은 더욱 크다.

이에 시중은행들은 일단 회사채 채권자의 동참을 조건으로 내세우고 손실 최소화를 위한 대응책 마련에 골몰하는 한편 국민연금의 움직임 등을 주시하고 있다. 어떤 경우에도 주도권 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는 결연해 보이며 상황에 따라서는 'P플랜'도 염두에 두고 있는 듯한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P플랜'은 Pre-Packaged Plan으로, 워크아웃과 법정관리의 장점만 결합해 부실기업의 회생을 돕는 제도. 금융당국은 이번에 대우조선 채무재조정을 추진하면서 손실분담을 통한 원만한 해결책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법적 강제'라는 용어를 들면서, 이 제도로 갈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P플랜'은 현재까지는 압박수단이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해법이 될 수도 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 KEB하나은행, NH농협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등 대우조선해양 채권은행들은 이번주 KDB산업은행이 제공한 실사보고서를 검토한 뒤 채무재조정에 동의하는 합의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이날 KDB산업은행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 감사보고서가 나오면 내일(30일)쯤 시중은행들에 실사보고서를 보낼 계획"이라며 "늦어도 이번 주말까지는 은행들로부터 채무재조정 합의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금융당국과 KDB산업은행, 수출입은행은 시중은행들이 보유한 총 7000억원 규모의 대우조선해양 무담보채권 중 80%를 출자전환하고, 나머지 20%는 5년 유예한 뒤 5년 분할상환하는 채무조정 방안을 제시했다. 채권단은 시중은행이 대우조선해양 신규 수주 선박에 5억달러 규모의 선수금환급보증(RG)을 제공하는 방안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세부적인 지원 계획이 모두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큰 틀에서는 구두상 가닥을 잡은 상태다.

다만 시중은행들은 대우조선해양 지원에 최종 동의하기 전에 정확한 실사보고서를 확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당초 KDB산업은행은 이날 대우조선해양 감사보고서가 나오면 내부 검토 절차를 거쳐 실사보고서를 보낼 계획이었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의 감사보고서 제출이 다소 늦어지면서 실사보고서 발송 일정도 지연되고 있다. 다만 은행들로서는 대우조선해양이 프리패키지플랜(P플랜)으로 가게 되면 더 많은 손실을 입기 때문에 이번 지원안을 거부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시중은행과 사채권자가 채무조정에 동참하지 못한다면 곧바로 P플랜에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을 맡기겠다는 입장이다. P플랜이란 이른바 '사전회생계획제도'로, 워크아웃과 법정관리의 장점을 결합한 새로운 구조조정 제도다. P플랜이 가동되면 법원이 '이해관계자의 손실 분담'이라는 원칙 아래 채무조정을 진행하기 때문에 시중은행의 부담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통상적인 법정관리와는 다른 형태라고는 하지만, 일단 법원이 주도하는 구조조정인 만큼 선박 발주처가 문제 상황으로 인식하면 선수금환급청구(RG콜)가 이어질 수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P플랜의 선례가 없어 추산이 쉽진 않지만, 시중은행이 현재 감수하는 출자전환 수준에 비해 꽤 큰 부담이 될 것"이라며 "충당금 규모도 커진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채권단 내부에서는 시중은행의 출자전환과 RG 지원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사실상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따르는 모양새다. 출자전환에 따라 대우조선해양의 재무구조가 장기적으로 개선된다고 하더라도, 당장 은행들이 채권 대신 보유할 주식의 손상차손 발생이 불가피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신규 RG의 경우 시중은행이 일정 규모를 먼저 발급한 뒤 해당분이 소진되면 국책은행, 무역보험공사가 발급하는 방식으로 지원된다. 시중은행 일각에서는 RG 의무와 관련한 부담감도 여전히 거론된다. 한 국책은행 관계자는 "이해관계자들의 상황이 최대한 고려된 내용"이라며 "시중은행에서 그정도는 해줘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업계 추산에 따르면 시중은행의 대우조선해양 위험노출액(익스포저)은 RG 등을 포함해 약 2조7000억원 규모다. 은행별로는 NH농협은행 8900억원, KEB하나은행(7100억원), 신한은행(3100억원), KB국민은행(5100억원) 우리은행(2300억원) 순이다.

시중은행들은 대우조선해양 손실분담에 동의하되, 회사채 채권자들도 채무재조정에 참여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붙일 예정이다. KDB산업은행은 사채권자 채무조정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게 될 국민연금 측을 오는 30일 직접 만나 설득할 예정이다. 국민연금은 대우조선해양 회사채 전체 발행잔액의 30%인 3900억원을 보유 중이다. 내달 진행될 사채권자 집회에서 국민연금의 출자전환 동의를 얻지 못하면 채무재조정안은 부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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