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 가뭄' 조선 빅3, 하청업체 일자리 위기 봉착
'수주 가뭄' 조선 빅3, 하청업체 일자리 위기 봉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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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우조선해양 노조와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는 지난 7일 오전 거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조선업 경기 불황으로 하반기부터 대량 실직 사태가 빚어질 수 있다며 "거제시지역을 고용위기지역으로 선정해 달라"고 촉구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황준익기자] 국내 조선 빅3가 해양플랜트 납기 지연을 막기 위해 사내 하청업체 직원을 대거 투입했지만, 올해도 수주 가뭄이 지속되면서 이들의 일자리가 위협받고 있다.

2~3년 전 수주했던 해양플랜트 물량이 올해 속속 인도를 앞두고 있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8일 조선업계와 각사에 따르면 현재 조선 빅3의 사내 하청업체 직원 수는 현대중공업 약 3만5000명, 대우조선해양 약 2만9000명, 삼성중공업 약 2만6000명 등 총 8만명 정도다.

조선 빅3는 지난 2012년부터 해양플랜트 수주가 급격히 증가하자 하청업체 직원을 대폭 늘렸다. 특히 1차 하청업체 인력으로도 부족해 일명 '물량팀'을 공정에 투입했다. 삼성중공업은 2012년 말 약 1만7000명으로 3년 새 1만명에 달하는 인력이 증가했다.

물량팀은 팀장을 중심으로 20~30명이 팀을 이뤄 하청업체로부터 일감을 받아 움직이는 임시직원이다.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일용직 노동자와 비슷하다. 프로젝트를 마치면 또 다른 일감을 찾아 떠난다.

업계 관계자는 "고유가였던 2012년부터 조선 빅3는 해양플랜트를 잇따라 수주하면서 납기를 맞추기 위해 하청직원, 특히 물량팀을 집중 투입했다"며 "조선부문 보다 해양플랜트부문의 하청직원 비율이 상당히 높다"고 말했다.

조선 빅3가 올해 안으로 인도할 예정인 해양플랜트는 모두 19기다. 현대중공업 5기, 대우조선 9기, 삼성중공업 5기다.

문제는 조선사의 수주잔량이 바닥나고 있고 신규 수주도 부진하다는 데 있다. 현대중공업은 이달부터 해양플랜트를 제작하는 해양2공장 작업을 중단했다.

해양2공장은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부유식 생산저장 하역설비(FPSO)와 LNG플랜트를 잇따라 제작했지만 추후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면서다.

조선사들이 해양플랜트 인도를 마무리하면 하청업체를 비롯해 물량팀들은 일자리를 잃게 된다. 일감이 있는 곳으로 옮기면 되지만 타 조선소 역시 신규 수주가 없기는 마찬가지기 때문. 상황은 악화되고 있지만 뾰족한 수가 없는 게 현실이다.

▲ 최근 인도된 대우조선해양의 송가 반잠수식시추선의 모습. (사진=대우조선해양)

그동안 원청업체(본사)와 하청업체 간의 갈등은 계속 있어 왔다. 물량팀은 임시직이다 보니 정규직과 달리 별도의 절차 없이 언제든 해고가 가능하기 때문에 고용불안에 시달린다. 하청업체도 원청으로부터 기성금을 받는 입장이라 금액 삭감에 민감하다.

한 사내협력사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기성금이 삭감돼 임금 체불 문제가 심각하다"며 "기성금 삭감으로 문 닫는 하청업체도 꽤 있다"고 말했다.

반면 사측은 "조원대 적자를 기록하고 있고 신규 수주도 없는 상황에서 수주금액이 줄면 기성금은 삭감될 수밖에 없다. 기성금은 계약에 의해서 정해진다"는 입장이다.

조선 빅3는 구조조정에 돌입하면서 물량팀을 줄일 계획이다. 일감이 없는 상황에서 비효율적으로 많았던 인력을 줄여 정예 인원으로 꾸리겠다는 방침이다.

정성립 대우조선 사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협력사 직원 포함해 현재 4만2000명까지 줄었고 3만명까지가 목표"라며 "1만명 이상 줄인다고는 하지만 물량팀은 일이 없어지면 자연히 떠나게 돼 큰 우려는 안해도 된다"고 말한 바 있다.

황보승면 부산대 조선해양플랜트연구센터 교수는 "조선사가 힘들어지면 물량팀에 제일 먼저 타격이 간다"며 "조선업황이 현 상황대로 흘러간다면 대규모 실직자 발생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처럼 이 정도까지 어려운 적이 없었다. 유례없는 현상"이라며 "조선사가 배를 많이 짓고 해양플랜트를 수주해야하는데 손해를 보니 할 수가 없다. 세계 경기가 살아나고 유가가 회복돼 발주가 일어나지 않으면 해결될 수 없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편, 현시한 대우조선 노조위원장과 변성준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 위원장은 지난 7일 거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선업 경기 불황으로 하반기부터 대량 실직 사태가 빚어질 수 있다"며 "거제시지역을 고용위기지역으로 선정해 달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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