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비정규직 문제 '만만찮다'
은행 비정규직 문제 '만만찮다'
  • 서울금융신문사
  • 승인 2003.05.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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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9개 시중은행 총 1만8천명, 전체행원의 22% 육박
계약직 4년차와 신입 월급 단 5만원 차이...임금 및 처우차별 극심
비정규직 커뮤니티 및 노조 결성 움직임 ...내달초 임단협 촉각


은행원의 약 22%를 차지하고 있는 비정규직원들의 임금인상 및 처우개선 요구가 어느때보다 거세다. 비정규직 임금인상과 처우개선이 올 은행권 임단협의 최대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더욱 그렇다. 지난 22일 임단협을 위한 대표교섭단을 구성, 내달초 본격적인 협상이 시작되는 가운데 이 문제가 어떻게 결론이 날 지 귀추가 주목된다.

벌써부터 비정규직 임금인상을 협의대상에서 빼려는 은행측과 비정규직 처우개선에 사활을 건 금융노조측의 신경전이 팽팽하다.

금융노조 홈페이지에는 그동안 참았던 울분을 떠뜨리는 은행 비정규직원들의 글이 연일 쇄도하고 있고 심지어 모 인터넷 포탈 사이트에 전국은행 계약직 모임이란 커뮤니티를 형성, 실력행사에 나섰다.

특히 지난 23일 노사정위원회 비정규직특별위원회가 비정규직 임금 및 근로조건 등의 차별금지를 골자로 하는 비정규직 근로자 보호를 위한 공익안을 채택함에 함에 따라 이런 움직임은 탄력을 받고 있다.


금융노조에 따르면 작년말 9개 시중은행의 비정규직 인원은 1만8천200여명으로 전체 8만3천300여명의 21.8%로 나타났다.
이중 국민은행의 비정규직 비중이 30%를 넘었고 외환, 한미은행이 27%를 기록했다. 신한, 기업, 제일은행은 20%에 가까운 것으로 집계됐다.

또 은행별 비정규직 임금 및 처우수준도 천차만별이다. 특히 국내 최대 은행인 국민은행의 경우 지원인력(계약직)에 대한 차별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합병이후 비정규직원에 대한 처우가 옛 국민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졌던 옛 주택은행의 기준에 맞춰지면서 사무지원인력들의 극심한 불만을 사고 있다.

국민은행 계약직 A씨(27)는 옛 국민은행 재직 당시 연봉 1천900만원을 받았지만 합병되면서 월 120만원으로 줄었다며 옛 국민은행은 1년에 두번은 70만원씩의 보너스를 받았지만 지금은 추석, 설 등 명절 보너스도 없고 시간외 근무수당, 연차 등도 없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이달 근로자의 날 정규직은 기본급의 50%정도를 보너스로 받았지만 계약직은 한 푼도 못 받았다며 행장님이 계약직은 절대 보너스 없다고 말해 이제는 기대도 안한다고 말했다.

이어 소속돼 있는 팀등급별로 15만원의 보너스는 있지만 그것도 A등급 이하는 생각도 못한다며 옛 국민은행부터 계약직 4년차인데 갓 들어온 신입과 월급이 한달에 5만원 차이인 게 말이 되냐고 밝혔다.

A씨는 은행측이 정규직과 똑같다고 말하는 게 더 화가난다고 말했다. 계약직의 이런 불만에 은행 인사 관계자들은 적인 수인 너네가 따라라. 대세가 그렇다는 게 A씨의 전언이다.

A씨는 예전에는 인사팀 소속이었지만 현재는 본부 팀 소속이라 팀에서 계약해지 하면 바로 나가는 것이라며 퇴직금은 1년마다 정산되고 어쩔 때는 하루 전에 퇴직 통보를 받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외국계 은행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제일은행 전담텔러 B씨는 제일은행 대다수 전담텔러 계약직은 IMF 당시 명퇴한 정직원이 계약직으로 전환해 다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30~40대인 특징을 갖고 있다며 2년전에 대졸이상의 전담텔러 48명을 공채로 뽑았지만 현재 자리를 지키고 있는 직원은 10명이 채 안된다고 말했다.

또 들어올 때는 정직원으로 전환 계획을 밝혔지만 현재 정식전환은 얘기도 없다며 2년전에 들어온 사람이나 새로 들어오는 사람이나 급여가 똑같고 항상 문서엔 계약직 제외 하지만 실적은 절대 제외가 아니란 문구가 붙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신한 및 우리은행 등 후발은행들의 경우는 비정규직 사이에서 평이 좋은 편. 특히 우리은행은 계약직의 승진 및 급여체계가 체계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와 하나느 정직전환제를 도입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입행후 6개월이 지나면 시험과 면접을 통해 정직 전환의 기회가 주어진다.


이와 관련 은행권 비정규직 직원들의 조직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금융노조 역시 올 2월 비정규직 조직화 검토를 위한 TF팀을 신설했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정규직 노조와 같은 성격의 노조를 만드는 것은 아니지만 어떻게든 조직화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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