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업계 "정률제 전환 큰 효과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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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의무수납제' 조건부 폐지 '만지작'

[서울파이낸스 박윤호기자] 정치권 압박으로 일반가맹점 수수료 인상이 무산된 카드사들이 '카드의무수납제' 폐지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밴 수수료 체계를 정률제로 전환했지만, 소액다건화가 점차 증가하는 상황에서 충분치 않다는 판단에서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드사 사장들은 최근 금융감독원이 주최한 간담회에서 소액 카드결제에 한해 가맹점 선택에 따라 거부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청을 전달했다. 즉, 카드납부의무제를 조건부로 폐지해달라는 요청이다.

카드사의 이 같은 요청 배경은 정부와 정치권이 지난해 11월 2일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을 최대 0.7%p(6700억원 수익감소) 낮춤에 따라 밴사들과 정액제였던 밴 수수료 체계를 정률제로 전환했지만, 소액다건화 추세에는 이조차도 감당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카드사는 밴사에 결제 건당 120원 안팎의 밴 수수료를 정액제로 내고 있다. 하지만 1000만원이나 1000원을 결제해도 동일한 수수료를 부담하는 정액제는 소액다건화 추세에선 '역마진'이 난다는 문제가 있었다.

이에 따라 카드업계는 지난해부터 결제 금액에 비례해 수수료를 지불하는 정률제로 전환하고 있지만, 밴 수수료 외에도 일반관리비, 프로세스비용, 리스크비용, 마케팅비용 등 부대비용이 추가로 들어 큰 효과를 거두기는 힘들다는 주장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밴 수수료 체계를 정률제로 전환해도 결제 건당 소요되는 부대비용으로 역마진은 불가피하다"라고 말했다.

여신금융협회 2015년 카드승인실적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카드평균결제금액은 4만6533원으로 전년(4만8674원)대비 4.4% 감소했다.

특히, 연평균 신용카드평균결제금액은 지난해 5만9504원에 진입하면서 역대 최초로 5만원대에 진입했다. 소액다건화 현상 추세가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여신전문금융업법 19조 1항에 따라 신용카드 가맹점은 신용카드 결제를 거절하지 못하거나 신용카드 회원을 불리하게 대우하지 못한다.

소득세법 162조의 2(시행령 210조의 2)에도 '직전 연매출 2400만원 이상 사업자는 신용카드 가맹점으로 의무가입하도록 하고 신용카드 결제를 거부할 수 없다'라고 명시돼 있다.

이 때문에 카드업계는 소액결제에 한해 가맹점이 카드 결제를 거절할 수 있도록 카드납부의무제 조건부 폐지를 희망하고 있다.

하지만 소액카드결제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이 '일정금액 이하 카드결제 불가'라는 방침을 받아 들일지는 미지수다. 또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최근 현금을 따로 들고 다니지 않는 사람이 대다수"라며 "이런 상황에서 카드 소액결제 불가는 괜히 여론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정훈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정부가 1990년 후반부터 세원확보를 위해 카드산업을 장려해 현재 포화상태에 도달했다"며 "변화된 환경엔 이에 맞는 제도 도입의 논의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개입하지 않는다는 전제로 미국처럼 가맹점이 일정금액 이하를 거절할 수 있는 제도 도입도 고려해볼 만하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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