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조선 법정관리 면해…중소 특화조선사로 키운다
STX조선 법정관리 면해…중소 특화조선사로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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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능력·선종 축소…내년까지 930명 추가 감축

▲ STX조선해양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절차를 밟지 않고 채권단 자율협약을 유지하게 됐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STX조선해양 서울사무소.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정초원기자] STX조선해양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절차를 밟지 않고 채권단 자율협약을 유지하게 됐다. 채권단은 과거에 지원을 결의했다가 미지급한 4530억원을 STX조선해양 선박 건조에 활용하고, 회사를 특화 중소 조선사로 전환시키기로 결정했다.

11일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에 따르면 채권단은 이날 실무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STX조선해양 구조조정 방안을 마련했다.

산업은행은 이날 논의된 내용을 내주 채권금융기관협의회에 부의한 뒤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STX조선해양 채권단은 산업은행, NH농협은행, 수출입은행, 우리은행, KEB하나은행, 신한은행 등 6곳으로, 이들 채권단의 75% 이상(채권액 비율 기준)이 동의하면 지원안이 가결된다.

앞서 채권단은 STX조선해양의 정상화 가능성을 재검토하기 위해 실사법인을 선정해 2개월여간 정밀실사를 실시했다. 실사 결과에 따르면 STX조선해양의 계속기업가치가 청산가치를 상회하고 있는 데다, 사업구조조정, 수주합리화, 인적구조조정을 실행할 경우 오는 2017년부터는 안정적인 영업이익을 시현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 나왔다.

또한 STX조선해양이 법정관리를 신청할 경우 협력업체의 연쇄도산, STX엔진 등 관계사의 연쇄부실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떠올랐다. 채권단 입장에서도 정상화 가능성이 높은 기업에 대한 법정관리를 신청할 경우 대출채권 대부분이 즉시 부실화돼, RG대지급 등 손실을 일시에 인식해야 한다.

이에 따라 채권단은 자율협약 상태로 STX조선해양을 계속기업으로 유지하고, 수익성 개선을 위한 사업구조 재편과 구조조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우선 채권단은 기존에 채권단이 지원키로 결의했던 4조500억원 가운데 지금까지 지급하지 않았던 잔여분(손해배상용 등 4530억원)을 STX조선해양 운영 자금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내년 하반기까지 추가 신규자금 지원 없이도 기업이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는 게 채권단 측의 계산이다.

특히 미지급액 4530억원을 이용해 STX조선해양이 수주한 선박을 건조·인도하면 선수금환급보증(RG)이 해소되고, 채권단의 총 익스포저도 줄어든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지원예정자금의 용도를 변경해도 내년 말 채권단 총 익스포저는 지금보다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채권단은 추가 리스크 부담 없이 회사의 정상화 추진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STX조선해양의 건조능력과 선종을 대폭 축소하는 방안도 내놨다. 진해조선소의 경우 선대를 기존 5개에서 2개로 축소하고, 국내사가 아닌 중국 조선사와 경쟁하는 5~7만톤급 탱커선에 특화한다는 계획이다. 신규 수주 과정에서도 EBITDA(현금성영업이익)를 창출하는 선박에 한해 수주를 실행하게 된다.

채권단은 그동안 국내 대형조선사들과 수주경쟁을 해왔던 STX조선해양이 해양플랜트, 중대형 컨테이너선, LNG선 등의 수주를 중단할 경우, 국내 조선업계 과잉공급과 저가수주 우려를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고성조선소는 기수주 건조 물량이 인도되는 2017년초부터 대형블록 공장으로 기능을 변경해, 국내 조선사의 대형블록 하청 공급을 담당하게 된다. 이를 통해 현재 대형블록 확보에 애로를 겪고 있는 대형 조선사의 생산관리 역량을 향상시키고, STX조선해양의 다운사이징으로 인한 고용불안을 줄일 계획이다.

추가적인 인력 구조조정도 단행된다. STX조선해양은 자율협약에 들어간 이후 지난 10월까지 약 864명(24.4%)의 인력을 감축한 바 있다. 이어 이날 발표된 구조조정 방안에 따라 추가적으로 930여명을 줄여야 한다. 일단 이달 중으로 480여명을 감축한 뒤, 내년 말 건조 물량이 감소하고 고성 야드의 분리·운영이 안정화되면 추가적으로 450명을 감축한다는 계획이다.

원가 절감을 극대화하는 차원에서 내년 1월부터는 전 임직원의 임금을 10% 삭감하고, 복리후생비 지급을 중단한다. 앞서 STX조선해양 노동조합은 인력 감축, 임금 삭감, 인력재배치, 생산능률 극대화 등 구조조정 계획을 이행하고, 경영 간섭과 쟁의 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확약서를 제출한 바 있다.

이와 함께 STX프랑스 재매각을 추진하고, 800억원 규모의 다른 비영업용 자산도 신속히 매각할 방침이다. 기존 지원자금에 대한 금리도 현재 3~5%에서 1%로 인하했다. 채권단은 향후 자금이 부족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상황에 따라 따라 별도의 추가 자구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다만 대외여건 악화가 심화되고 구조조정이 지연될 경우에는 회사의 독자 생존 가능성을 재검토한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STX조선해양을 기존의 대형조선사와의 경쟁회사에서 여타 국내 조선사와의 경쟁을 최소화하는 특화 중소형 조선사로 다운사이징할 것"이라며 "향후 중국 조선사들과의 경쟁이 심화될 탱커선 분야에서 기술력과 원가 경쟁력을 토대로 시장 점유율을 유지함으로써 국내 조선업 생태계의 경쟁력과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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