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경로 변함없다'던 한은, 성장률 전망 낮출까
'회복경로 변함없다'던 한은, 성장률 전망 낮출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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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및 내수지표 부진…"2.8% 달성 쉽지 않아"

▲ 사진 = 서울파이낸스DB

[서울파이낸스 이은선기자] 한국은행이 오는 15일 기준금리 결정과 함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수정 발표한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올해 성장 경로는 당초 전망을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고 수차례 공언한 가운데 주요 기관들이 수출 부진과 내수 회복세 미진을 들어 성장 전망치를 2% 중반선으로 하향 조정하고 있어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15일 개최되는 한국은행 10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1.50%인 현 수준에서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 시점에 대한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금리 향방을 결정하기에는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최근 한은과 정부가 내수 회복세에 대한 기대감을 강조하고 있어 미국 금리 동결에도 시장에서의 추가 완화정책 기대는 크지 않은 상황이다.

이주열 총재도 지난달 23일 열린 경제동향간담회와 이달 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종합감사에서 "현 기준금리가 하한이 아니라는 언급이 금리를 낮추겠다는 방향성을 언급한 것은 아니다", "(미국 금리 인하로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여력이 생겼다는 의견에 대해) 생각을 달리한다"고 밝혀 해외 투자은행(IB)을 중심으로 제기된 금리 인하론을 일축했다.

성장률 전망치에 대해서도 이 총재는 "당초 전망한 2.8%의 성장 경로를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2% 초반대까지는 가지않는다"고 말해 낙관론을 유지했다. 지난 5일에는 "대외여건의 불확실성이 높긴 하지만 소비를 중심으로 내수가 회복세에 들어섰다"며 "구체적 수치를 언급할 순 없으나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10일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도 "3분기 경제성장률이 당초 전망대로 가고 있다"며 "지난 7월 내다본 전망치가 1.1%였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금리 결정 이후 발표될 성장률 전망치는 미세하나마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은이 7월 전망 당시 내다본 하반기 수출증가율(3.9%)을 고려할 때 현재까지의 수출 실적치가 크게 부진한데다 내수 회복세도 경기를 견인할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통관기준 수출은 올 7월 전년동기대비 -5.1%, 8월 -14.9%, 9월중 -8.3%를 기록해 9개월 연속 뒷걸음질 치고 있고, 광공업 생산도 7월 -3.2%, 8월 0.3% 증가로 부진한 상황이다. 내수 지표인 설비투자액은 7월 7.0%, 8월 17.1% 증가로 호조를 보였지만, 서비스업 생산과 소매판매액은 각각 2% 내외의 증가세로 양호한 수준이다.

김완중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자산분석팀장은 "현재 발표된 8~9월까지의 지표만 놓고 봤을 때는 2.8%의 성장률 달성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연구소) 내부적으로는 올 성장세가 2.5%를 다소 하회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한은이 경기 회복 기조를 강하게 얘기하고 있고 정부의 소비진작책 등도 추진되고 있어 성장률은 2.5% 수준보다 높게 제시할 것으로 본다"고 부연했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이 총재가) 3분기 1.1% 성장세를 전망한 데에는 2분기 부진에 따른 기저효과도 상당부분 반영됐을 것"이라며 "4분기 전망에 대해서는 정부와 한은 모두 1% 이상의 성장률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관측하고 있어 2.8% 수준보다는 다소 낮출 여지가 있다"고 내다봤다.

지난 11일 '2016년 한국 경제 전망'을 발표한 현대경제연구원도 "올 상반기에는 메르스 충격과 유가 급락 등으로 내·외수가 동반 부진했고, 하반기에는 메르스 충격 완화와 추경 효과로 내수가 살아나겠으나 수출부진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올해 경제성장률을 6월보다 0.5%p 내린 2.5%로 제시했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국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7%로 하향했고,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2.5%로 내려잡았다. 해외 IB인 노무라(2.2%)와 모건스탠리(2.3%) 등은 2% 초반선으로 관측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7월 수정경제전망 이후 3달 간 중국 경기 둔화 우려와 증시 및 외환시장 불안 등 새로운 하방 리스크들이 현실화됐다"며 "한은이 내수를 중심으로 한 경기 회복세에 대한 기조는 유지할 것으로 보여 0.1%p 가량 성장률을 하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의 9월 비농업 고용지표 부진 이후 유력했던 미 연준(Fed·연방준비제도)의 연내 금리 인상 전망이 급격히 약화되고 있어 이에 대한 금통위의 기조 변화도 주목되는 상황이다. 이창선 위원은 "미국 금리 동결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다소 안정되면서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제약 요인이 완화된 것은 사실"이라며 "최근 원화가 강세를 나타내는 점도 추가 인하 기대감을 불러올 수 있겠으나, 금통위에서는 내수 중심의 경기 회복세를 지켜봐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완중 팀장은 "한은이 향후 경기 상황에 대한 추가 정책 여력을 남겨놔야 하는 만큼 현재는1.50%의 금리 수준이 적정하다고 볼 수 있다"며 "만약 경기 상황이 악화될 경우에는 통화정책을 사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준협 실장은 "금리를 추가로 내려 하한 수준이라는 기대가 시장에서 형성되면 외국인 투자자금이 오히려 더 크게 쏠리면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며 "금리 인하의 부작용도 감안할 때 올해 추가 인하는 없을 것으로 본다"는 견해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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