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스위치 하나로 올스톱"…토요타 철학 담긴 모토마치 공장
[르포] "스위치 하나로 올스톱"…토요타 철학 담긴 모토마치 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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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토요타자동차)

불량률 최소화 장치 곳곳…"모든 공정 철저히 매뉴얼화"

[도요타=서울파이낸스 송윤주기자] "필요한 것을 필요한 때에 필요한 만큼 생산한다(Just in time)"

토요타 전 세계 공장을 이끄는 '마더 플랜트(mother plant)' 모토마치 공장 천장에는 이 같은 문구가 크게 쓰여 있다. 토요타는 적기에 적정량의 품질 좋은 제품을 만들어 공급한다는 생산 효율성을 강조한다. 이 문구에서 보듯 공장 곳곳에는 토요타의 철학이 그대로 녹아 있었다.

지난 1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시의 모토마치 공장을 방문했다. 1959년 완공된 토요타 모토마치 공장은 면적 160만㎡의 부지에 직원 4000여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연속 2교대로 연간 9만대(2014 기준)를 생산하고 있다. 생산 제품은 토요타의 수소연료전지차(FCV) 미라이와 더불어 크라운, 에스테마, 수출용 렉서스 GS시리즈 등이다.

모토마치 공장은 글로벌 11개 생산 거점의 '모(母)' 공장 역할을 한다. 해외 공장의 있는 감독자들이 이곳 TPS 추진센터로 파견돼 생산 방식 등을 배우고 돌아가 이를 각 공장에 전파한다. 따라서 모토마치의 생산 방식은 토요타의 표준화 된 글로벌 생산 방식이 되는 셈이다.

생산 공정은 크게 프레스(stamping), 용접(welding), 도장(painting), 조립(assembly), 검사 등 5개로 나뉜다. 우선 협력업체에서 받은 부품들을 공정에 맞게 나눈다. 부품 박스에는 '간판'이라 불리는 용지가 붙어있는데, 여기에는 각각 QR코드가 있어 작업자가 따로 보고를 하지 않아도 부품의 운반과 부족 상태를 자동으로 관리할 수 있다.

▲ (사진 = 토요타자동차)

도장이 필요한 부품들은 미리 넓은 곳에서 일체 도장을 한 뒤 조립 공정을 거친다. 토요타는 1981년부터 차량 도어를 분리시켜 조립(Doorless system)하는 방식을 쓰고 있는데, 이를 통해 전체 조립 공정의 80%가 작업하기 쉬워졌다는 설명이다. 도어를 떼지 않고 조립하면 차량 표면에 상처를 낼 우려가 있고 또 이를 피하기 위해 작업이 번거로워지는 반면, 도어가 없으면 차량을 생산 라인에 더 가까이 둘 수 있기 때문이다.

공장 가운데에는 디지털 시계가 소리를 내며 160초부터 거꾸로 숫자를 세고 있다. 이는 차량 한 대가 만들어지는 데 걸리는 평균 시간 약 140초를 기준으로 각 공정의 생산 시간을 체크하는 역할을 한다. 모니터에는 생산 계획 대비 달성률을 표시하는데 보통 1교대가 170대(하루 340대) 생산을 목표로 약 94%의 달성률을 기록한다.

▲ (사진 = 토요타자동차)

무엇보다 토요타는 생산품의 품질 관리를 최우선 시 한다. 모토마치 공장 관계자는 이를 설명하기 위해 '자동화'라는 단어를 보여줬다. 이는 스스로 자(自)에 사람 인(人)을 붙여 '근로자 스스로 일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각 공정에서 발생한 불량품을 다른 곳에 떠넘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불량률을 낮추기 위한 장치는 공정 내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각 라인에서 불량이 발생하면 작업자는 즉시 '히모(ひも)스위치'라 불리는 흰색 끈을 당긴다. 그 후 '안돈(あんどん) 패널' 내 해당 라인 번호에 주황색 불이 들어온다. 패널을 보고 관리자가 파견돼 담당 작업자와 함께 문제 해결에 나서는데, 주어진 시간 내에 문제를 해결하면 공정은 그대로 돌아가고 일정 시간을 초과하면 패널에는 빨간불이 들어오면서 모든 생산 라인이 멈춘다.

히모 스위치로 불량을 신고하면 공장 생산이 멈출 수도 있어 작업자들이 이용을 꺼려하지 않냐고 묻자 토요타 측 관계자는 "오히려 이 스위치를 만들자고 제안한 것이 라인에서 일하는 직원들이었다"며 "그 외에도 생산자의 작업 피로도를 낮추기 위해 생산 라인을 일직선이 아닌 곡선으로 만드는 등 모토마치 공장 내에는 직원들의 의견을 참고해 도입한 것들이 많다"라고 설명했다.

또 조립라인에서는 작업자의 실수를 줄이기 위해 '포카요케' 시스템도 채택하고 있다. 볼트와 나사를 조일 때 미리 입력된 압력보다 느슨하거나 빡빡하면 공구와 연결된 센서가 경고를 알린다. 이 때 초록-노랑-빨강색 램프가 세로 일렬로 붙어 있는 표시등을 통해 불량 발생을 알 수 있으며, 일정 시간 내 문제 해결을 못하면 역시 공정을 멈추게 된다. 수많은 볼트와 나사로 부품을 조립하는 자동차 특성상 작업자마다 일으킬 수 있는 미세한 오류를 잡기 위해 고안한 장치다.

토요타는 모든 공정을 매뉴얼화 하고 히모 스위치와 포카요케와 같은 불량 점검 시스템을 통해 새로운 작업자가 오더라도 일정한 품질을 유지할 수 있게 했다. 잔고장이 없기로 유명한 토요타 자동차의 숨은 생산 비법이기도 하다.

조립 공정을 둘러보고 나자 공장에서는 교대를 알리는 벨이 울렸다. 생산 작업은 오전 6시25분~ 오후 3시15분까지 일하는 오전조와 오후 4시10분 새벽 1시까지 일하는 오후조로 나뉘어 진행된다. 작업자들은 2시간에 한번씩 10분 휴식을 취하고, 식사 후에는 1시간30분에 한번씩 10분 간 휴식한다.

▲ (사진 = 토요타자동차)

검사 공정에서는 외관을 육안으로 살피고, 스티어링휠과 타이어 각도를 조정해 정확하게 직선을 달리는 지 점검한다. 이후 주행 기능을 위한 헤드램프, 차량 소음 및 진동 등을 점검하고, 브레이크와 구동부, 엔진룸을 살펴본다. 총 1500가지 항목에 달하는 검사 항목을 통해 불량 여부를 다시 한번 체크한다.

투어를 마치고 나니 공장 방문객을 위한 '게임 존'에 도착했다. 이곳에서는 다양한 놀이 기구를 통해 실제 생산 작업과 유사한 체험할 수 있다. 초시계를 작동시켜 일정 시간 내에 작업을 마칠 수 있는 지 체크할 수 있어 마치 작업자와 대결하듯 참여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토요타는 올해 1월부터 모토마치 공장을 포함해 해외 주요 생산 거점에서 새로운 생산 효율화 전략인 TNGA(Toyota New Global Architecture)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그 예로 공장 천장에 설치된 생산 라인을 바닥으로 둬 공장 건설에 필요한 비용을 줄이고 필요에 따라 생산 라인을 줄이고 늘릴 수 있게 했다. 자동차의 뼈대를 이루는 플랫폼을 공유하고, 지나치게 세분화 됐던 디자인과 부품을 간소화 하는 것도 TNGA의 일환이다. 이렇게 절감한 생산비를 통해 편의 사양과 감성 품질 등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부분에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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