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노사갈등에 투영된 조선 강국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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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이은선기자] 지난해 수주달성 목표를 초과하며 회복세를 예고했던 조선업황이 올 들어 심상치 않다. 지난 2분기 사상 최대의 손실을 기록한 현대중공업의 주식가격은 지난 7일 11만원대까지 내려앉았다. 올 1월 3일 주가 25만3500원과 비교해 53% 가량 떨어진 것. 시가총액도 19조에서 9조원대로 쪼그라들었다.

지난 19년 무분규를 기록해온 현대중공업 노조가 부정적 여론을 뒤로 하고 파업 투표에까지 나서고 있는 것은 국내 조선산업의 불안한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최근 5개월째 임금협상에 진전을 보지 못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현대중공업 노조에 대해 '현대차 노조에 물든 것 아니냐'는 비아냥도 나오지만, 노조는 '그나마 낮은 임금을 버티게 해줬던 특근수당마저 사라져 당장 먹고살기가 힘들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회사 측에서 부장급을 부서 직원들의 연월차 사용 실적으로 평가하는  문건이 발견돼 조합원들의 원성이 높아지는 일도 있었다. 연월차 사용이라도 독려해 비용을 줄여야 하는 사측과 조금이라도 임금을 보존해야하는 노조의 기싸움이 협상 테이블 밖에서도 치열하게 진행되는 양상이다.

사실 이처럼 5개월째 진전이 없는 노사 갈등의 핵심은 '불안한 앞날'에 있다. 노조는 지난 금융위기 시절 임금 인상 요구를 자제하며 사측을 배려한 바 있다. 업황이 회복되면 보상받을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었다. 하지만 반짝 반등했던 실적이 하락 추세로 돌아서면서 직원들 사이에선 '몇년을 더 기다려야 하느냐'는 불만과 불안감이 팽배해져 있다.

사측 역시 업황이 나아진다는 확신만 있다면 전향적 태도로 협상에 임할 수 있겠지만, 글로벌 발주 물량 자체가 드문데다 엔저 장기화로 중국에 이어 일본 업체들까지 견제해야하는 현재로써는 마른 수건이라도 짜야하는 형국이다. 

결국 노사 분규를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은 노사간 신뢰회복 뿐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최근 권오갑 사장도 취임 이후 '소통 행보'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협상의 물꼬를 틀 결정적인 계기를 만들지는 못하고 있다.

최근 경영진단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TF가 주목받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임원 인사에 앞서 예고된 대규모 구조조정이 진정성있게 이뤄진다면 노조의 태도변화를 기대해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노조는 "임금인상을 포기한 직원들과 달리 임원들은 성과급 파티를 벌였다"고 질타한 바 있다.

기업 이슈에 가장 발 빠르게 반응하는 증권가는 이번 현대중공업의 노사 분규에 대해 예측을 주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전례가 없어 예상 모형을 만들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실적악화의 또다른 요인으로 노사갈등이 지목되는 전례가 만들어지는 것은 노사 모두 원치 않을 것이다. 위기대응 능력은 물론 조직문화에서도 세계 1위의 명성을 지키는 현대중공업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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