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유화업계, 탄소배출권 거래제 도입 '속앓이'
철강·유화업계, 탄소배출권 거래제 도입 '속앓이'
  • 고은빛 이은선 기자
  • ees@seoulfn.com
  • 승인 2014.07.24 0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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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축 대안 사실상 없어"…상쇄배출권 대비도 난제
학계, 산업계 자체노력 촉구…"정부 지원 병행돼야"

[서울파이낸스 고은빛 이은선기자] 철강 및 유화업계를 중심으로 산업계가 탄소배출권 거래제 도입을 앞두고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이미 조림사업 등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노력에 적극 나서왔지만 추가적인 대안이 없는데다, 2020년 이후 도입될 상쇄배출권 시장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부담이 작용하고 있다.  

◆ "목표관리제로 더 이상은 힘들어"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탄소 배출량이 많은 철강 및 유화업계는 지난 2010년 온실가스 목표관리제 도입으로 공정 과정 등 자발적 노력을 통해 탄소배출량을 줄여왔다. 

실제 온실가스 에너지 목표관리제가 실시되면서 국내 탄소배출량은 2012년 예상분(5억6361만톤)의 3.78%인 2130만톤이 감축됐다. 이는 당초 감축목표인 1.41%(약 800만톤)을 2.7배 초과 달성한 것으로 2007년 이래 처음으로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율(1.13%)이 GDP 성장률(2%)를 하회한 수치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석유업계는 2000년 이후 에너지효율이 충분히 극대화돼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이 없는 상태"라며 "업계조차도 감축 입장에서 환경부가 조림산업에 힘쓰라고 했다고 말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업계는 탄소 배출 감축 차원에서 해외에서도 조림사업을 펼쳐왔다. 앞서 포스코는 조림산업의 일환으로 지난 2009년 탄소배출권 호가확보를 위해 남미 조림사업을 개시한 바 있다. 2009년 2월 포스코는 포스코-우루과이를 설립, 1000㏊(약 300만평) 규모의 부지를 매입해 유칼립투스 나무를 심어 조림사업을 시작했다.

사업 추진 당시 국외에서 획득한 탄소배출권을 국내로 가져올 계획이었지만 정부가 2012년 5월 제정한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라 2020년까지는 국내에서 사용할 수 없게 되면서 해당 사업의 매각을 결정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삼림이 풍부해 조림사업을 조성할 공간도 많지 않고 조림사업을 통한 탄소 저감 효과도 미미하다"며 "업체들로서는 더 이상 할 수 있는 저감 노력이 없는 셈"이라고 토로했다.

◆ 2020년 상쇄배출권 도입, 또다른 숙제

더욱 큰 문제는 내년부터 도입되는 탄소배출권 거래제 외에 2020년 상쇄배출권 시장 도입에 대비해야 하는 중장기 숙제까지 앞두고 있다는 점이다.

A 연구소 관계자는 "일부 중공업은 러시아에 땅을 사서 콩을 심기도 하는 상황"이라며 "2020년이 되면 감축량이 더 증가하고 UN이 세계적으로 압박을 가할 가능성이 남아있는 만큼 업계들이 미리 준비해놓아야 하는 일종의 숙제"라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계는 정부의 정책지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철강업체들이 정부 정책 시행의 촉각을 곤두세우고 대책 마련을 위한 연구에 분주한 상황"이라며 "그러나 온실가스 배출을 목표량만큼 절감할 수 있는 대안은 사실상 없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기술수준으로 공정 상의 배출 저감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절대적인 생산량을 줄이거나 비용을 들여 배출권을 많이 확보하는 것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학계에서는 산업계의 고충은 어느 정도 이해하지만 자체적인 노력과 증빙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임재규 에너지경제연구원 기후변화정책연구본부장은 "어떤 노력을 하고 있고 얼마만큼의 부담이 있는지부터 정확한 통계가 필요하다"며 "자체 탄소 배출 감축 노력이나 배출권을 많이 사들이는 등 감축 노력부터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배출권 거래제 관련해서 제기되는 간접배출 등 문제점에 대한 개선과 정확한 가격 사항 등 시그널을 주지 않은 것이 문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임 본부장은 "아직까지 정부가 배출권거래제에 대한 가격과 비용에 대해 구체적으로 내놓지 않은 상황에서 과징금을 톤당 3만원으로 줄이는 등 방안만 논의돼서는 업계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탄소배출권 도입에 앞서 법인세 감소 등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김승래 한림대학교 교수는 최근 한국경제연구원 세미나에서 "목표관리제와 배출권거래제를 합쳐서 하는 진행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수출 주도적인 산업에 대해서는 정부가 법인세를 줄여주던가 R&D등 연구분야에 대해 지원을 해줘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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