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銀 경영진 대립설?…전산교체 문제로 '내홍'
KB국민銀 경영진 대립설?…전산교체 문제로 '내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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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임 감사위원-이사회 '충돌'…금감원에 검사 요청

[서울파이낸스 정초원기자] KB국민은행의 전산시스템 교체 문제를 놓고 상임 감사위원과 최고 의결기구인 이사회가 갈등을 빚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전산 문제에 대한 갈등으로 보이지만, 그 배후에는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KB국민은행장의 반목이 존재한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병기 KB국민은행 감사위원은 최근 이사회가 진행한 은행 전산시스템 교체 결정에 문제가 있다며 금융감독원에 KB국민은행을 검사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금감원은 이날부터 전산 시스템 교체 과정의 적정성에 대한 현장 검사에 들어갔다.

앞서 정 감사는 이사회가 전산 시스템 업체를 기존 한국IBM에서 유닉스로 바꾸는 안건을 통과시키자, 이를 재고해야 한다는 감사의견을 제출한 바 있다. KB국민은행이 내부적으로 공식 검사를 진행한 결과 업체 변경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심각한 문제를 발견했다는 이유에서다. 의견서에는 △전산 시스템 교체에 따른 비용 문제 △유닉스 전산 시스템의 우수성 여부가 불명확하다는 점 등이 문제점으로 거론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사외이사들은 이같은 감사 의견서를 두 차례에 걸쳐 거절했고, 결국 정 감사는 이 행장의 동의를 받아 금감원에 특별검사를 요청하는 강수를 뒀다. 이같은 요청에 따라 금감원은 전날 검사역 7명을 투입하고 특별검사에 들어갔다.

금감원은 KB국민은행의 내부 통제 문제가 심각하다고 판단하고, 내달 말 검사인력을 대규모로 투입해 전반적인 경영 문제를 짚어 볼 계획이다. 은행의 내부 갈등이 금융당국의 감독으로 번지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이다.

금융권에서는 정 감사와 사외이사간의 갈등을 이 행장(은행)과 임 회장(지주)의 충돌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사외이사들은 임 회장의 입장을 반영하고, 정 감사는 이 행장의 의중을 대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이사회와 감사위원의 단순한 의견 차이지만, 그 이면에는 이 행장과 임 회장의 주도권 다툼이 존재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갈등을 내부에서 봉합하지 못하고 금융당국에 맡겼다는 부분이 이같은 분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실제로 이날 KB금융은 김재열 최고정보책임자(CIO·전무) 명의로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은행 경영진이 우선 협상에 탈락했던 IBM 코리아 대표의 사적 이메일을 근거로 재검토를 지시한 것이 이번 해프닝의 시발"이라며 이 행장 측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 전무는 정 감사에 대해서도 "은행 경영협의회를 거쳐 은행·카드 이사회 결의된 사항에 대해 자의적인 감사권을 남용해 최고 의결기구인 이사회를 무력화시키려 했다"고 지적했다.

아직 KB국민은행 내부에 옛 국민은행 출신과 주택은행 출신 간 반목이 남아있는 가운데, 지주회사와 은행 경영진 간의 갈등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임 회장과 이 행장은 둘 다 외부 출신 CEO다. 임 회장은 모피아(기획재정부 차관) 출신으로, KB금융지주 사장을 지낸 뒤 지난해 회장에 올랐다. 학자 출신인 이 행장은 옛 조흥은행 리스크본부장과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장 등을 거쳐 지난해 KB국민은행 은행장직을 맡았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KB국민은행은 예전부터 내부 파벌 문제가 심각했는데, 경영진까지 갈등을 겪는다면 문제가 심각해진다"며 "갈등을 내부에서 해결하지 못하고 금감원의 손에 맡겼으니, 앞으로 경영진의 리더십에 문제가 생길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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