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 닛산 리프] '진짜' 표방한 유럽형 원조 전기차
[시승기 - 닛산 리프] '진짜' 표방한 유럽형 원조 전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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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닛산 리프 (사진 = 송윤주기자)

[서울파이낸스 송윤주기자] "내연기관만 바꾼 것은 진짜 전기차가 아니다"
 
닛산이 제주에서 열린 '제 1회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에서 전기차 리프의 출시를 예고하며 던진 말이다. 기존 베스트셀링 모델의 엔진을 전기모터로 바꿔 출시된 국내 완성차업체의 전기차와는 달리 리프는 처음부터 전기차만을 위한 부품으로 설계된 모델이다. 2010년 출시 이후 35개국에서 10만대 이상이 팔리며 성능이 입증된 전기차이기도 하다.

'진짜 전기차'를 표방한 리프를 제대로 느끼기 위해 국산 전기차를 연달아 타고 20일 제주에서 마지막으로 리프의 시승 일정을 잡았다. 리프는 사양에 따라 보급형과 고급형 두 가지로 국내 출시될 예정인데 이날은 천시트를 적용한 보급형 모델을 탔다.

운전석에 앉으니 베이지톤의 핸들과 시트 등의 인테리어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어두운 색상을 주로 쓰는 국내 차량들과는 느낌이 사뭇 다르다. 리프는 전장이나 전폭이 SM3 Z.E.보다 짧지만 해치백이라 전고가 높기 때문에 실내를 넓게 활용할 수 있다. 특히 전기차는 보통 뒷좌석 아래에 배터리를 장착하기 때문에 실내나 트렁크 활용 면에서는 전고가 높은 SUV나 해치백 모델에 유리하다.

 

▲ 리프의 조그셔틀 (사진 = 송윤주기자)

기어박스도 특이하다. 원형의 조그셔틀을 왼쪽으로 당기면 중립모드(N)이며 왼쪽으로 당겼다 위로 놓으면 역주행모드(R), 아래로 놓으면 주행모드(D)로 변한다. 주행모드에서 한번 더 왼쪽으로 당겼다 아래로 놓으면 회생제동력을 최대화하는 B(Brake)모드가 켜진다. 주차모드(P)는 조그셔틀 가운데 있는 P버튼을 눌러주기만 하면 된다. 기어를 수직으로 움직이는 데 익숙해 있어 적응하는 시간이 걸리지만 조작감이 편하다. 특히 평지에서 신호 정지가 길 때 기어레버를 올리는 데신 P버튼을 가볍게 누르고 브레이크에 발을 뗄 수 있어서 다리에 느껴지는 피로감을 줄일 수 있다.

 

▲ 배터리 잔량과 충전 소요 시간 등을 나타내주는 계기판. 윗쪽 패널 왼편에는 나뭇잎 눈금으로 운전 습관을 알아볼 수 있다. (사진 = 송윤주기자)

계기판에는 속도계와 함께 주행가능 거리와 충전 소요 시간 등이 표시되며 대시보드 위 쪽에 작게 마련된 소형 계기판에는 속도, 시간, 실내온도가 나타나고 왼편에는 나뭇잎 그림 위로 눈금이 그려져 있다. 이 눈금은 운전자가 급브레이크를 밟거나 과속 등을 하지 않고 에코 주행을 했을 때마다 올라가며 나뭇잎 그림은 점점 자라 나무 모양으로 바뀐다.

시동을 걸자 경쾌한 소리가 들린다. 국산 전기차들은 전기차 특성상 시동을 걸어도 계기판에 불이 들어올 뿐 엔진음이 들리지 않아 시동이 켜졌는 지 혼동됐으나 리프는 시동버튼을 누를 때부터 소리와 함께 대시보드 위에 나뭇잎 모양의 그림이 나타나면서 친환경 차라는 느낌이 물씬 난다.

가속의 느낌도 다른 전기차들과는 달랐다. 가솔린이나 디젤 모델을 타다가 전기차를 타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첫 스타트가 빠르다는 것이 가장 다르다고 느낀다. 그런데 리프는 다른 전기차보다 가속페달의 유격이 있어 더 깊게 밟아야 원하는 스타트 속도를 낼 수 있었고 가속을 할 때도 더 많은 힘이 들었다. 다소 답답한 느낌이 들지만 가속 정도를 미세하게 조절할 수 있어 전기차 주행에 익숙하지 않은 운전자들에게는 도움이 될 것으로 보였다. 또한 부드러운 가속 탓인지 배터리 소모도 적다는 느낌을 받았다.

 

▲ 전기차 전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전력 사용 정보를 나타낸다. (사진 = 송윤주기자)

리프도 배터리 소모를 줄여주는 에코모드 주행을 지원한다. 다른 국산 전기차와는 달리 에코 모드 버튼은 기어박스 부근이 아닌 핸들에 장착돼 있어 사고 위험이 덜하다. 에코 모드를 켜고 달리니 가속 페달이 더 둔해졌다. 다른 전기차에 비해 배터리 소모가 느린 편이라 주행의 답답함을 감수하면서 에코 모드로 달릴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승차감은 세단인 SM3 Z.E.와 비슷할 정도로 부드러운 편이라 요철이 많은 도로나 과속방지턱에서도 충격이 덜하다. 또한 차체 뒷편 하부에 장착된 배터리는 차체의 안정감을 높여줘 고속 주행에도 안정감이 느껴졌다.

닛산에 따르면 리프의 가격은 보급형과 고급형이 각각 5000만원, 5500만원대에 책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5일 빌리 헤이즈 부사장은 전기차엑스포 현장에서 한국 시장을 위한 전략을 곧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충전 인프라 등 한국인에 특성을 고려해 설계된다면 안정감 있는 주행과 실용성이 있어 국내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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