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보유액, 넉달째 사상최대…한은 '딜레마'
외환보유액, 넉달째 사상최대…한은 '딜레마'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은 수지 적자 가능성…"환시 개입 불가피"

[서울파이낸스 채선희기자] 국내 외환보유액이 3400억달러를 넘어서며 넉 달 연속 사상 최대치를 이어가고있다. 다만 외환보유액의 급격한 증가는 한은의 수지 적자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10월 현재 국내 외환보유액은 3432억3000만달러로 집계되며 전월보다 63억달러 늘었다. 월간 증가액은 2011년 10월(75억9000만달러) 이후 2년 만에 가장 큰 규모다. 외환보유액은 당장 외환이 부족할 때를 대비해 국가가 쌓아두는 자금으로 일종의 '외화 비상금' 형태로 볼 수 있다.

국내 외환보유액은 지난 7월 이후 넉 달 연속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으며, 규모는 전세계 7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외환보유액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한은의 수지 적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한국은행의 외환보유액이 늘면 통화안정증권(통화량 조절 위해 금융기관 또는 일반인 대상으로 발행하는 증권, 통안채) 발행도 증가하게 되는데 통상 통안증권 발행비용은 외환보유액 운용비용보다 많이든다"며 "금리가 떨어지는 시기에는 한은이 흑자를 보지만 금리가 올라가고 원화가 강세를 보일 경우에는 적자가 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은 경기회복 조짐이 나타나는 가운데 양적완화조치 축소(테이퍼링)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미 연준(Fed)이 양적완화조치 축소를 본격화하면 국내외 시장금리는 상승하게 된다. 또한 금융위기 발발 가능성이 제기된 신흥국들에 비해 한국의 펀더멘털이 양호하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원화는 신흥국 통화들과 차별화된 강세를 보이고 있다. 내년초 원·달러 환율이 1000원대 초반까지 떨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실제 과거 한은은 2004~2007년까지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전세계적으로 부동산 붐이 확산되자 미 연준은 거품을 줄이기 위해 금리를 올렸다. 당시 한은은 적자 규모는 1조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한은도 이같은 우려에 대해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한은은 최근 국정감사 요구자료를 통해 "현 단계에서 적자 가능성을 언급하기는 어렵다"면서도 향후 적자 발생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문제는 중앙은행에서 적자가 발생할 경우에는 통화정책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고 중앙은행은 물가 관리에도 어려움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상당수 해외 중앙은행들은 정부가 외환보유액을 보유하고 중앙은행은 운용만 맡기도 한다. 게다가 한은은 '무자본 특수법인'이기 때문에 적자가 나도 완충작용을 할 자본금이 없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최근 외환당국이 적극적인 환율 방어에 나서면서 외환보유액 규모가 증가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미국 재무부는 반기 환율보고서를 통해 "한국은 현물환과 선물환을 통해 개입을 하고 있는데 현물환(달러화) 매수로 외환보유액이 증가하고 있으며 이미 충분한 수준"이라 평가했다.

한 시장 관계자는 "당국이 환율 개입을 하면 수출 기업엔 좋으나 국민들은 비싼 가격에 수입을 하게 된다"며 "환율 개입을 통한 원화 절상 완화는 국민들이 수출기업에 일종의 보조금을 주는 것이므로 신중히 할 필요는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국은행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외환보유액 규모의 적정기준에 대해서는 생각하고 있지 않다"며 "국내 금융시장의 수요와 공급 수준을 맞추기 위해 당국이 달러를 흡수할 필요는 있으며 원화 강세를 막을순 없더라도 속도 완화를 위해 시장개입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