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드] 증권사 투자대회에도 '선거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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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장도민기자] 선거열풍이 증권가 투자대회로까지 확산되는 모습이다. 정치테마주에 대한 비판적 여론에도 불구하고 '정치테마주=대박주'라는 인식이 여전한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2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모의투자대회와 실전투자대회에 참가자 대부분이 선거 특수를 이용해 정치인 발언 등에 투자의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2~3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안에 고수익을 창출해야하는 투자대회의 특성상 참가자들은 순위권에 들기 위해 폭등 가능성이 높은 종목을 선정할 수밖에 없다. 주말을 제외하면 실제 거래가 이뤄지는 기간은 약 40여 일에 불과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웃지못할 사례도 목격되고 있다. 주식거래 경험이 전무한 투자자들이 순위권에 진입하고 있는 것. 한 주식포털의 블로거는 자신의 투자대회에서 경험이 없는 투자자가 정치테마주를 통해 3위에 입상하는 것을 목격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주식 매수도 할 줄 몰라서 저한테 물어보신 분이 뉴스에서 '안철수연구소' '안철수 연구소' 하니까 샀는데 대선 관련주로 편입돼 연일 상한가를 기록해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며 "주위에 입상하는 사람들을 보면 차트, 재무제표 분석, HTS 사용하는 방법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털어놨다.

이같은 실정을 반영이라도 하듯 시중에는 투자대회에서 단기간동안 수익을 올리는 비법을 공개한 서적들이 절찬리에 판매되고 있다. 해당 서적들의 주요 내용은 세력주 선정, 전일 상한가 종목 공략법, 테마주 초기 공략법, 유망테마주 20선 등이다.

투자대회 공략 서적을 통해 테마주 운영에 대한 원리를 익힌 대학생들은 대부분 유사한 형식으로 전략을 세우고 있다.

가장 먼저 야당과 여당으로 나누고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손학규, 정동영, 정몽준 순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다음 당선 가능성이 높거나 언론 노출이 잦은 인물과 관련된 테마주부터 높은 비율로 자금을 나눠 매수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남는 자금은 관련 정치인 테마주중 대장주를 추가 매수한다.

다음으로는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관련주를 제외한 다른 정치인 관련 종목이 한번이라도 이슈를 타고 급등할 경우 5~10%의 수익이 나는 지점에서 매도하고 남은 자금을 현재까지 가장 발언이 잦은 정치인 관련 테마주에 투자해 언론보도에 따라 거래를 반복하며 수익률을 올리는 방식이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26일 시작된 제10회 키움증권의 대학생 모의투자대회 참가자들의 거래 상위종목은 ▲안철수연구소 ▲아가방컴퍼니 ▲영진약품 ▲기아차 ▲삼성전자 ▲하이닉스 ▲큐로컴 ▲모나미 ▲영남제분 ▲동성제약 ▲메디포스트 ▲OCI ▲LG전자 ▲유진기업 ▲이노셀로 나타났다.

대회 거래량 상위 종목들을 살펴보면 시가총액 규모가 큰 우량주와 정치테마주, 신약관련주로 구성돼 있으며 이중에서도 특히 안철수연구소와 아가방컴퍼니의 거래가 가장 활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증권가에서는 치밀한 투자분석과 이를 바탕으로 한 예측이 아닌 테마주 편승을 통한 단기 수익으로 입상하는 현 투자대회들은 변별력이 없다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실제로 국내 한 대형증권사에서 투자대회를 주도적으로 운영했던 한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편법'이라 불리는 종목들에 대한 제한이 없다는 점을 많이 지적받았다"면서도 "증권사 입장에서는 테마주 편승도 실력으로 볼 수 있다"고 답했다. 이어 "특히 최근에는 선거라는 이슈가 있는 만큼 이를 얼마나 잘 활용하는지도 평가기준 중 하나로 꼽힐 것"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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