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어버린 소비도 영향···9월 인하 가능성 75%
예상 웃돈 PPI 변수···"2% 진입 시점 8~9월 예상"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9월 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반등했던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이 다시 둔화된 데다, 급증했던 소매판매 성장세가 정체됐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4분기 중 연준이 추가 인하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6일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현재 선물시장에 반영된 9월 인하가능성이 하루새 10%포인트(p) 가량 상승하며 75%를 넘어섰다.
이 중 0.25%p 인하 가능성이 53.5%로 대다수를 차지했고, 0.5%p 인하 가능성도 20%를 웃돌았다. 반대로 9월 동결 전망은 전일 34.9%에서 현재 24%대로 10%p 가량 낮아졌다. 7월 인하 가능성이 30%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인하시점을 9월로 보는 분위기다.
연내 인하횟수가 2회가 될 것이란 전망도 39.5%로 확대됐다. 현재 1회 인하 전망치가 23.8%, 3회 인하가 25.8%라는 점을 고려하면 중간값이 2회에 맞춰진 상태다.
이처럼 연준의 금리인하 기대감이 강화된 직접적인 이유는 물가지표다. 전일(현지시간) 공개된 4월 미국 헤드라인 CPI와 근원 CPI 상승률이 각각 3.4%, 3.6%를 기록, 3월(3.5%, 3.8%)과 비교해 둔화됐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 1월 이후 4개월 만의 디스인플레이션(물가상승 둔화)이다.
다른 경제지표 역시 금리인하 기대감을 뒷받침한다. 4월 기준 비농업 고용(17만5000명)이 예상치(24만명)를 크게 하회한데 이어, 소매판매가 3월 수준에서 정체됐기 때문이다. 4월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오히려 소비가 감소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는 높은 금리 수준이 경제 회복세를 유의미하게 제약하고 있음을 뜻하며, 연준의 고금리 장기화 정책의 당위성 중 하나인 견고한 경제가 흔들리고 있음을 나타낸다.
실제 이달초 4.7%를 웃돌았던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현재 4.32%까지 떨어졌으며,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금리는 같은 기간 5%에서 4.71%까지 급락했다. 달러인덱스 또한 전일 105.3선에서 현재 104.21까지 하루새 1포인트 넘게 떨어졌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4월 CPI는 3월과 비교해 큰 변화가 없지만, 물가압력이 재차 상승할 것이란 우려를 진정시키는 역할을 했다"며 "각종 경제지표 역시 완만한 둔화세를 보이면서, 9월 인하 가능성에 힘을 더해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주목할 점은 시장이 아닌 연준이 보고 있는 금리인하 시점이다. 이에 대한 힌트는 지난 14일(현지시간) 제롬 파월연준 의장의 연설에서 엿볼 수 있다.
당시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더 천천히 떨어지고 있다. 인내심을 갖고 긴축정책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기다려야 한다"고 발언, 사실상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의 금리 동결을 시사했다.
이 같은 경계심을 뒷받침 하는 것이 생산자물가지수(PPI)다. 지난 14일 발표된 4월 PPI는 전년 대비 2.2%나 상승하며, 작년 4월(2.3%) 이후 가장 높은 상승폭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근원 PPI의 경우 2.4%로 전월 상승폭을 유지했다.
CPI의 선행지표로 해석되는 PPI가 여전히 높은 오름세를 보이면서 5월 물가상승률이 다시 반등할 수 있단 우려도 높아졌다. 이 때문에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를 비롯한 다수의 연준 위원이 현재의 제약적인 통화정책을 장기간 지속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디스인플레이션 추세 자체는 유효하다는 진단이다. 3월 급증했던 소매판매가 4월 들어 정체된 것은 긴축 여파가 상대적으로 늦게 반영되는 미국 경제가 고금리의 영향에 노출됐음을 뜻한다. 소비가 위축되면서 인플레이션 둔화세도 빨라질 것이란 추론이다. 파월 의장 역시 PPI 쇼크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이 뜨겁다기보다는 혼재됐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박성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연준의 하반기 금리 인하 구도는 유효하지만, 인플레이션 지표를 몇 달 동안 더 확인해야 할 것"이라며 "당장은 8~9월 정도가 돼야 CPI가 2%대로 떨어질 것으로 본다. 이를 확인할 수 있는 9월 FOMC가 첫 인하시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