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원·달러 환율이 24원 넘게 급락하며 1340원대까지 떨어졌다. 지난 3월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던 미국 소매판매가 예상을 크게 하회하면서, 금리인하 기대감을 재점화시켰다는 분석이다. 재개된 디스인플레이션(물가상승 둔화) 역시 위험선호심리 확대에 영향을 미쳤다.
1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전장 대비 24.1원 내린 달러당 1345.0원에 마감했다. 이는 지난 3월 26일(1339.5원, 종가)이후 두달여 만에 최저치이며, 지난해 12월 14일(24.5원 하락)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이다.
이날 환율 급락의 주재료는 미국 소비지표다. 전일(현지시간) 미 상무부는 4월 소매판매가 전월과 같은 7052억달러(계절조정 기준)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 예상(0.4% 증가)을 크게 하회하며, 물가상승분을 감안하면 사실상 감소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3월 소매판매 증가율도 기존 0.7%에서 0.6%로 하향 조정됐다.
이뿐만 아니라 같은날 발표된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3.4%, 근원 CPI 상승률이 3.6%로 각각 0.1%포인트(p), 0.2%p씩 둔화됐다.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70% 가량을 차지하는 소매판매가 정체된 데다, 디스인플레이션이 재개되면서 시장내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졌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현재 선물시장에 반영된 9월 인하(-25bp) 가능성은 53.1%까지 상승했다.
직후 시장내 위험선호심리가 확대된다. 전일 뉴욕증시에서 3대 지수는 0.88~1.4% 상승 마감했으며, 이날 코스피 지수도 2753.00으로 전장 대비 0.83% 올랐다.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들은 4263억원 어치를 순매수했으며, 코스닥 지수도 870.37으로 하루새 0.95%나 상승했다.
그 결과 전일 105초반대에 머물렀던 달러인덱스는 현재 104.3선까지 하락했다. 반대로 유로·달러 환율은 전일 1.081달러선에서 현재 1.088달러까지 상승했으며, 전일 달러당 156.5엔선까지 절하됐던 엔화 가치도 이날 153엔선까지 절상(하락)했다.
소재용 신한은행 S&T센터 리서치팀장은 "물가가 둔화되면서 안도감을 준 측면도 있지만, 그것보단 소매판매가 생각보다 부진하게 나와 연준 금리인하 기대감이 다시 살아난 영향이 크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다만 추세적으로 보면 지난달 과열된 부분이 되돌려진 것에 가깝다. 지금부턴 냉정하게 경제지표를 주시해야 할 때"라며 "오늘 하루만 보면 과민반응한 측면이 크다. 당분간은 조정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