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코웨이 매각…"황금알 낳는 거위 죽인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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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 미래 '불투명'…"코웨이 매각 실책"

[서울파이낸스 윤동기자] 웅진그룹이 웅진코웨이를 매각, 태양광 사업에 전념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가운데, '잘 나가던' 웅진코웨이를 버리고 불투명한 태양광사업에 주력하는 것은 이해타산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주력 '효자사업' 매각 

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상당수 전문가들이 웅진그룹의 이번 결정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 증권사 유통담당 연구원은 "웅진코웨이는 현재 정수기 시장에서 독보적인 1위이며 영업도 잘 하고 있는데 반해 웅진에너지 등은 업계 내에서 영향력이 작고 수익성도 불투명하다"며 "돈줄이 되는 효자 주력사업에서 돈 안 되는 곳으로 옮기겠다는 것으로밖에 비쳐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실제 웅진코웨이는 2010년 매출액 1조5018억원, 영업이익 2549억원을 올린 '알짜'업체다. 웅진그룹은 2010년 6조1000억원의 매출액과 43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는데 이 중 웅진코웨이는 매출액의 25%, 영업이익의 50%를 담당했다. 웅진그룹 입장에서는 코웨이는 말그대로 자금줄이다.

반면 웅진그룹이 새롭게 주력사로 삼겠다는 웅진에너지와 웅진폴리실리콘은 업황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웅진폴리실리콘으로부터 소재를 받아 잉곳이나 웨이퍼를 생산하는 웅진에너지는 2010년 매출액 1603억원, 영업이익 574억원을 기록했다. 웅진코웨이와 비교한다면 매출액은 9분의 1, 영업이익은 4분의 1에 불과하다.

더욱이 지난해에는 유럽발 금융위기로 실적이 더욱 악화됐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영업이익은 245억원으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60% 수준에 머물렀다.

◆ 태양광산업 미래 '불투명'

더욱 심각한 문제는 태양광 시장의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태양광 업종은 한 때 석유고갈에 따른 대체 자원 필요성이 부각되면서 장밋빛 전망과 함께 국내 다수의 기업들이 시장으로 뛰어들거나 진입할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지난해 유럽발 재정위기와 함께 글로벌 경기가 침체국면에 들어서면서 국내외 유수의 대기업도 태양광 사업에서 철수하거나 축소하는 등 오히려 업황 매력이 떨어졌다.

발전산업의 매력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현재의 태양광발전은 1kw/h 당 발전단가가 너무 높아 대규모 정책적 투자 없이 자립이 어렵기 때문이다. 에너지관리공단에 따르면 태양광의 1kw/h 당 발전단가는 711원으로 원자력의 38원에 비해 18배 이상 비싸다.

태양광산업의 경우 국책사업으로서 정부지원이 가능하다는 점은 장점이지만, 한 때 국책사업이었던 전기차가 상업성이 없다는 이유로 결국 사라졌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는 더욱 높다.

게다가 태양광 업종은 수요에 비해 업체들이 많아 업종 내 생존경쟁도 치열하다. 일부 증권사에서는 OCI나 한화케미칼 같이 업계에서 열손가락에 꼽는 회사 및 중소형 특화사만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을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올 정도다.

◆ 자금압박에도 코웨이 매각은 '실책'

일각에서는 코웨이 매각이 웅진그룹의 고육지책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재무안정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것. 

실제 지난 2007년 극동건설을 인수하기 전 웅진그룹의 지주회사인 웅진홀딩스의 채무는 2568억원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9월말 2조5717억원까지 불어났다.

극동건설도 빚에 허덕이고 있다. 2011년 3분기말 기준으로 단기차입금이 2714억원 등 부채총계가 7134억원에 달해 자기자본인 3476억원의 두 배가 넘는다. 여기에다 프로젝트 파이낸싱 관련 채무보증 잔액도 7422억원에 달한다.

웅진그룹은 이같은 자금압박 의혹을 일축하고 있지만, 상당수 전문가들은 코웨이 매각이 불가피할 정도로 재무건전성이 악화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코웨이 매각은 그룹사 차원에서 '실책'이라는 시각이 많다. 이상구 현대증권 연구원은 "웅진코웨이의 현금창출 능력과 재무 안정판 역할을 해온 점을 감안하면 재무리스크가 감소한다 해도 웅진그룹의 미래 불확실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또다른 증권사 유통담당 연구원도 "당장 현금이 들어오면 부채 문제는 어느정도 해결되겠지만 이후 성장동력에 적잖은 문제가 생긴다"며 "이번 웅진그룹의 결정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죽인 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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