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금융지주 저축은행, 진흙탕 속 진주되길
[기자수첩] 금융지주 저축은행, 진흙탕 속 진주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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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이종용기자] KB금융지주가 지난해 영업정지된 제일저축은행을 인수해 설립한 'KB저축은행' 출범식이 17일 서울 가락동 본점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어윤대 KB금융 회장을 비롯해 민병덕 국민은행장 등 지주사 임직원들이 참석해 이정훈 KB저축은행 사장과 함께 테이프 커팅식을 가졌다. 수백개 노란색 풍선들이 날아가고 현수막이 걷히면서 KB저축은행이란 새로운 간판이 드러났다.

작년 이맘때 해당 저축은행을 출입했던 터라 이번 KB저축은행 출범식은 감회가 새로웠다. 건물 2층 영업점을 들어가보니 종전 '고객 쉼터용 북카페'는 치워지고, 대신 더 넓어진 점포공간에는 새 창구설비가 깨끗히 설치됐다.

지주 고유컬러인 노란색이 들어간 유니폼을 입은 창구 텔러들이 임직원들을 맞이했다. 늘상 "저축은행권에 먹거리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던 종전 임원들은 보이지 않았다. 영업정지 명령과 동시에 자리에서 물러났다고 한다. 그나마 일면식 있는 직원이 몇 있었는데, 금융지주의 일괄 재면접을 통과하고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KB금융뿐만 아니라 우리금융(우리금융저축은행), 신한금융지주(신한저축은행), 하나금융 등 여타 지주사들도 저축은행업권에 속속 진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금융지주가 정부의 으름장에 못이겨 부실저축은행을 인수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었으나, 영업정지 저축은행들은 우량자산과 부채만을 매각하는 자산부채이전방식으로 순조롭게 새주인을 맞았다는 평가다.

영업 측면에서는 1금융과 2금융권 경계에서 답을 찾고 있는 모습이다. 금융지주 계열사라는 강점을 살려 은행 대출금리와 기존 저축은행 신용대출금리의 중간대인 10%대 금리의 대출을 제공하겠다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어윤대 회장도 이날 개점식에서 "한국 금융시장은 규격화되어 있지 않은 것이 단점이다"며 "일반은행 대출이자 7%와 2금융 대출이자 20~30% 사이의 중간층, 7~10% 대출이자가 없다"고 말했다. 고객층에 대해서는 "미소금융 등 마이크로금융의 수혜를 받는 고객보다 약간 위쪽층 고객들"이라고 했다.

당장은 저축은행 판관비를 걱정하는 모습도 보였다. 어 회장은 "6000억원으로 (제일저축은행을) 인수했는데 동대문5가 국민은행 지점 하나가 1조원"이라고 비교하면서 "직원 200여명에 2000평이 되는 이런 곳을 어떻게 관리할 지 걱정"이라고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저축은행을 계열사로 포함시킨 금융지주사들은 서민금융의 '모범답안'을 찾기위해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난해 수많은 서민들을 울렸던 저축은행 사태가 재현돼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결국 지주사 계열 저축은행들이 1금융과 2금융의 경계선인 '1.5금융사'로서, 업계 '미꾸라지'가 될지 '메기'가 될지는 온전히 대형 금융지주사의 몫으로 남겨졌다. 10여년 전처럼 서민들로 북적이는 '진정한' 서민금융기관의 모습을 되찾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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