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시장 진단-上] 카드대란 재현될까
[카드시장 진단-上] 카드대란 재현될까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파이낸스 이종용 기자] '제2의 카드대란'인가, 금융감독당국의 지나친 조심성일까.

'김석동, 권혁세' 라인으로 구축된 금융당국이 신용카드사를 대상으로 본격적인 옥죄기에 돌입해 카드업계 상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카드사들의 마케팅 과열 현상과 카드론 급증 양상이 지난 2003년 카드대란 때와 닮은 것 아니냐고 주장한다. 하지만 카드업계를 중심으로 한 전문가들은 "카드론 증가는 사실이지만 카드시장은 그 어느때보다 안정적"이라며 우려가 과장된 것이라 보고 있다.

◇ '그때와 비슷하긴 한데···' 카드론 1년새 43% 급증

30일 금융당국은 카드사들의 무리한 대출경쟁을 막기 위해 대손충당금 적립비율을 대폭 높인 '신용카드 시장 건전성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대손충당금은 카드사들이 연체로 인한 손실을 대비해 쌓아두는 자금이다.

이처럼 당국이 카드 규제를 대폭 강화하고 나선 것은 무분별한 카드 대출로 가계 부채가 늘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카드대출이 전체 가계부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지만 카드대출 급증 현상을 보고만 있을 수 없다는 것.

금감원의 지난해 말 기준 집계에 따르면 KB국민카드를 제외한 6개 전업카드사의 전체 이용실적은 517조4000억원으로 카드대란 직후인 2003년 말 517조3000억원을 약간 웃돌았다.

문제는 결제 리스크가 높은 카드론 등 카드대출이다. 지난해 말 카드 대출 잔액은 27조9000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19% 증가했다. 2005년 8조원에서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카드론은 2009년 소폭 감소했으나 지난해 23조9000억원으로 1년새 전년보다 42.3%나 급증했다.

금융감독원 여신전문서비스실 관계자는 "가계부채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최근 급증한 카드 대출이 가계부채 부실화로 번지는 것을 조기에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고 말했다.

◇ "양보다 질을 따져야" 카드사 연체율 2% 미만

업계는 카드사 분사 등으로 영업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는 점은 동의하지만 시장이 우려하는 카드업계에 대한 위험성은 다소 과장됐다는 의견이다. 2003년 카드대란과 비교하면 카드시장은 안정적이라는 것.

특히 금융기관 건전성의 주요 기준 가운데 하나인 연체율은 카드대란 때보다 15분의 1수준이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업카드사들의 연체율은 1.68%로 2003년 28.28%와는 큰 차이가 있다. 연체율은 카드대란을 겪었던 2004년 말 18.25%에 달했지만 2006년 5.53%, 2008년 3.43%에 이어 2009년 2.23%로 떨어졌다.

카드사들의 사업 포트폴리오도 많이 달라졌다. 김인성 여신금융협회 실장은 "2003년에는 현금서비스, 카드론 등 현금대출 비중이 60%를 넘었지만, 지금은 신용판매 비중이 80%, 현금대출 20%로 매우 안정적인 구조"라고 설명했다.

또 당시 가장 큰 문제는 무분별한 고객 모집이었다. 신용등급이 낮은 고객에게까지 카드가 발급되고 이에 따라 현금서비스 부실이 늘어나게 됐다는 것. 하지만 카드모집인 역시 카드대란 때는 8만9000명에 달했으나 현재는 절반 수준인 4만9000명 수준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최근 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 등 서민금융업이 위기에 몰리면서 금융당국 입장에서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을 것"이라며 "이번 규제 방안은 카드대출 부실화에 대한 직접적인 우려라기보다는 선제대응인 면이 크다"고 말했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