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약세 어디까지 갈까?
달러 약세 어디까지 갈까?
  • 서울금융신문사
  • 승인 2003.01.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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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건전한 달러' 주문
최근 달러화 약세 현상에 대해 부시 행정부는 강한 달러를 계속 고수하겠다고 연일 천명했다. 신임 존 스노 재무장관 역시 부시의 강한 달러 정책을 지지한다고 28일 밝혔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최근 달러/유로 환율은 37개월래 최저치를 경신했다. 게다가 연방준비위원회의 달러화지수 역시 6.3%급락하며 3년래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브로커들은 올해 유로/달러 환율이 0.97∼1.01달러 범위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측했지만 1월 넷째주에 벌써 1.0905달러를 기록해 예측치를 훌쩍 벗어났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예전처럼 정부 관료의 몇 마디 말로 추세 전환을 기대할 시기는 이미 지났다고 입을 모은다.

문제의 핵심은 미래의 불확실성이다. 실제로 28일 존 스노의 발언으로 강세 전환했던 달러화는 부시의 이라크 압박 연두교서로 다시 약세 반전했다. 상당수 경제 전문가들은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전에 관한 국제적 불신임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강한 달러는 공염불에 불과하다고 전망한다.

이러한 전망은 최근 美 경제의 더블딥 우려와 맞물리며 더욱 힘을 얻고 있다. 소비자신뢰지수 등 각종 경기 지표가 잇달아 기대 이하치로 발표되었다. 30일 발표를 앞두고 있는 4/4분기 GDP 결과에 대해서도 기대보다는 우려의 시각이 많다. 게다가 지난해 5천억달러의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도 큰 부담이다.

이에 따라 80년대의 쌍둥이 적자를 연상시키는 달러화 급락 시나리오까지 등장했다. 전통적인 안전도피처로서 달러화 지위는 이제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국제자본의 흐름 역시 달러화 약세쪽에 무게가 실렸다. 현재 미국으로의 주식 자본 순유입은 제로 포인트에 가깝다. 이는 지난 98년 LTCM 파산 위기 및 러시아 디폴트 위기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또한 對美 외국인 투자도 지난해 3/4분기까지 660억달러 순유출을 기록했다.

이런 정황들로 봤을 때 극단적인 반전 조치가 있지 않는 한 달러 강세화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게 시장의 중론으로 자리잡고 있다. 다만 시장에 반론이 있다면 아직 미국의 국채시장이 견조하다는 점인데, 허약해진 미국 경제의 버팀목 역할까지 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한편에서는 최근 아시아의 對美 투자가 유럽을 앞질렀다는 데 희망을 찾는 이들도 있다. 아시아권 국가들이 수출 경쟁력 확보를 위해 달러화 방어에 나서고 있으므로 극단적 위기는 비켜갈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어느 쪽도 중론에 가깝지는 못하다.

물론 미국의 입장에서는 달러화 약세가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다. 통화에는 분명 양면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달러화 약세로 선회하면 美 경제의 디플레 압력을 막을 수 있고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나아가 유럽과 일본 등 주요 경제국의 내수 부양 및 개혁을 강제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그러나 그에 따른 막대한 부담을 고려하면 그리 쉽게 선회하기 힘들다.

강한 달러 정책을 철회하면 자칫 달러화 및 달러화 자산의 투매 현상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 이는 그간 당연시 여겨 온 달러화 본위제를 통째 흔들어 버릴 지도 모른다. 이에 일각에서는 강한 달러도, 약한 달러도 아닌 건전한 달러 정책을 주문하고 있다. 기축 통화로서의 달러화 위상을 지키되 시장 중립적 정책으로 달러화 경착륙 저지를 유도하자는 주장이다.

시장의 달러 약세 압력에도 불구하고 부시 행정부는 연일 강한 달러 정책을 고수하는 발언을 내보내고 있다. 당분간 국제사회는 달러화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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