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 올해 첫 금통위···부동산PF 불안에도 8연속 동결 유력
'D-2' 올해 첫 금통위···부동산PF 불안에도 8연속 동결 유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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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 보유·운용 관련 종사자 100명 중 98명 '동결' 예상
부동산PF 불안에 조기인하 기대↑···견조한 물가가 발목
금리인하 시점 전망, "하반기 연2회" vs "5월부터 연3회"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올해 첫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가 이틀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8회 연속 동결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태영건설 워크아웃으로 촉발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에 조기인하 기대감이 확산됐지만, 견조한 물가상승률이 이를 차단했다는 평가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조기인하 기대가 되돌려지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9일 금융투자협회가 채권 보유·운용 관련 종사자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98명이 한은 금통위가 1월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전망했다. 나머지 2명은 0.25%포인트(p) 인하를 예상했다.

이번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할 경우 8회 연속 동결이다. 앞서 한은 금통위는 2021년 8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기준금리를 0.5%에서 3.5%까지 3%포인트(p)나 인상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해 2월 이후 기준금리를 지속 동결하면서, 사실상 금리인상이 종료됐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 물가·美 연준 통화정책 요지부동···고금리 장기화 시사

이번 동결 전망의 주요 근거는 견조한 물가상승률이다. 앞서 국내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초 5%에서 7월 중 2.4%까지 둔화됐지만, 유가·환율·농산물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10월 3.8%까지 높아졌다. 해당 요인들이 해소되며 12월 기준 3.2%까지 하락했지만, 여전히 목표수준(2%)을 크게 웃돌고 있다.

실제 이창용 한은 총재는 올해 신년사를 통해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을 잘 마무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올해 물가안정을 최우선으로 추구하면서도, 경기회복과 금융안정에 필요한 최적의 정교한 정책조합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물가가 한은의 목표에 충족되지 않는 한 금융안정 중심의 통화정책으로 선회하기 어렵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연준의 조기인하 기대감이 약화됐다는 점도 변수다. 비둘기파적(통화완화 선호)으로 해석된 지난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3월 금리 인하 전망치가 80%를 웃도는 등 시장내 조기 인하 기대감이 확산됐다.

하지만 최근 공개된 12월 FOMC 의사록에 금리인하 시점 등에 대한 언급이 없자 오히려 인플레이션 경계감이 재확산됐다. 이로 인해 선물시장내 80%를 웃돌던 3월 인하 기대감이, 현재 58.1%까지 하락한 상태다.

금투협 관계자는 "12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 공개 이후 기준금리 조기인하 전망이 약화되고,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확대됐다"며 "이에 1월 금통위에서 현재 금리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는 전망이 우세했다"고 전했다.

역대 최대치(2%p)인 한미금리차가 추후 좁혀질 것이란 전망 역시, 한은의 고금리 장기화 노선에 무게를 싣고 있다. 올해 첫 금통위 역시 금리인하 기대감을 차단하는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동결'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이 총재 역시 신년사를 통해 "대부분의 중앙은행들이 고물가에 대응해 한 방향으로 달려온 지난해와 달리, 올해 주요국의 금리인상 사이클이 마무리되는 가운데 나라별로 정책이 차별화될 것"이라며 연준과의 통화정책이 차별화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충분히 장기간 지속"···시장내 금리 인하 기대 잠재워야

문제는 연내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다. 연준 '피벗(정책선회)'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며, 시장에 금리인하 가능성이 반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통화정책에 민감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올해 들어 상승세를 보였지만, 현재 3.297%로 기준금리 대비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최근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으로 금융불안 우려가 불거지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고금리 수준이 장기화되며, 그 여파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비롯한 가계·기업 신용에 파급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실제 지난 금통위 의사록에서 부동산 관련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큰 보험사, 여전사, 증권사나 PF-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 시장에서 유동성 부족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에 이번 금통위에서 매파적 성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다만 한은 입장에선 매파적 스탠스를 완전히 약화시키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반도체 업황이 개선되면서 경제성장률이 서서히 반등하고 있는 데다, 최근 시장금리가 하락하면서 민간소비의 부담도 다소 완화됐기 때문이다.

한은이 최우선 정책으로 지목한 물가안정 부문에서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도 감안할 수밖에 없다. 실제 지난해 11월 금통위에서도 4명의 금통위원이 물가상승률의 둔화가 예상보다 완만할 경우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한은은 레고랜드 사태에서 나타나듯 물가 안정과 금융 불안을 분리 대응하고 있다"며 "부동산 PF 우려가 높아졌지만, 물가에 대한 우려가 존재하는 만큼 통화정책의 효과를 확인하려 것이다. 연준의 통화정책 역시 변수 하나가 완화된 것이지 기준금리 인하를 조기에 할 수 있는 충분조건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금리인하는 시점은···'하반기 연2회' vs '5월부터 연3회'

시장이 주목하는 부분은 금리인하 시점이다. 현재 시장에선 한은의 물가 전망을 근거로, 금리인하 시점을 하반기로 관측하고 있다.

앞서 한은은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상반기 물가상승률이 3% 초반에서 등락할 것으로 내다봤으며, 목표수준(2%)에 근접하는 시점을 하반기로 예상한 바 있다. 또한 한은은 최근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를 통해 물가 안정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낸 바 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이를 근거로 3·4분기 각 1회씩 올해 두차례(50bp) 금리 인하를 전망했다. 그는 "지난 회의에서 한은은 통화긴축 기간을 '상당기간'에서 '충분히 장기간'으로 변경했다"며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으로 인한 부동산PF 문제는 향후 금융불안 발생 시 수습과정에서 통화정책의 변수가 될 수 있겠지만, 선제적 금리 인하로 연결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상반기 중 금리인하가 단행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신얼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부동산 PF발 경기 둔화 우려를 근거로, 올해 한은이 5월 이후 분기당 1회씩 연 3회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내다봤다.

신 연구원은 "부동산 시장 침체는 건설업뿐만 아니라 금융권에도 직결되며, 특히 2금융권으로 분류되는 증권업에 대한 우려가 크다"며 "금융시스템 리스크로의 확대 가능성을 제어해야 하는 당국은, 금리 인하 필요성을 보다 인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 금리인하 기대감이 커졌지만, 한은이 금리인하가 시급하다고 판단할 가능성은 낮다. 연내 2~3차례 수준의 인하 기대가 합리적"이라며 "미국이 5월부터 금리를 인하한다면, 한은은 분기 1회 정도로 따라가는 수준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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