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이창용 "향후 6개월 내 금리인하 예측하기 어려워"
[일문일답] 이창용 "향후 6개월 내 금리인하 예측하기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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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통화정책방향 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금리 인하 시점에에 대해 "제 사견으로는 향후 6개월 정도는 금리인하를 예측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추가 인상 가능성에 대해 "전체적으로 물가 둔화흐름이 지속되고 있다. 유가가 상승할 가능성이나, 이스라엘-하마스 사태 같은 대외요인 관련 리스크도 완화됐다"며 "현실적으로 추가 인상 필요성이 많이 낮아졌다"고 평가했다.

반면 금리인하 가능성에 대해서는 "금통위원들은 현 상황에서 금리 인하를 논의하는 것 자체가 시기상조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금리인하를 했을 때 경기부양 효과가 있겠지만, 현재 부동산 가격이 조정되는 국면에 있다. 섣부른 금리 인하가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연결될 수 있다"며 "부동산 시장 연착륙도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부동산 가격 자체가 높은 편인데, 이를 다시 상승시키는 우를 범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불거진 태영건설 관련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려에 대해서는 "위험 관리가 잘못된 대표적 케이스"라며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될 가능성은 작다. 중앙은행이 나설 필요성은 아직까지 없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 총재와의 일문일답]

-금융중개지원대출(이하 금중대) 한도 유보분을 활용해 중소기업 지원에 나섰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가 확대됐기 때문인지?

△현재 정부와 당국이 부동산 PF 시장을 안정시키고 태영건설 문제를 이끌고 있기 때문에 제가 코멘트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한은은 특정 산업이나 특정 기업의 위기에 대응하지 않는다. 시장 불안을 가져올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한은이 나설 때가 아니다.

금중대 지원 결정과 태영건설 문제를 연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금중대 지원을 결정한 것은, 상당 기간 고금리가 유지될 것이라, 상대적으로 취약할 수 있는 지방 중소기업 등을 선별적·한시적으로 지원하자는 취지다.

사실 금통위 내에서 많은 논란이 있었다. 조윤제 위원은 현 상황에서 금중대 지원하기에 적절한 시점이 아니라는 소수의견을 냈다. 물가 안정을 강조하고 통화 긴축을 유지하겠다는 한은 정책과 다른 시그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위원들은 금중대 지원이 경제 전체의 유동성을 크게 늘리지는 않으면서도, 선별적 지원을 통해 고금리 기조를 더 오래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의견이었다.

-태영건설 워크아웃이 부동산 PF나 건설업 전반 위험으로 확대될 수 있는지?

△태영건설 사태가 부동산 PF나 건설업 위기의 시발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태영건설을 보면 부채비율이나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PF 보증액이 다른 건설사와 차별화되게 높다. 부동산 PF 중에서도 위험관리가 잘못된 대표적인 케이스이자, 정부가 얘기해온 질서 있는 구조조정의 좋은 예라고 생각한다.

태영건설 사태가 부동산 PF, 건설업의 큰 위기로 번져 시스템 위기로 확산할 가능성은 적다고 생각한다. 이런 개별 사례가 시장 불안정으로 이어진다면 한은은 시장 안전판 역할을 하겠지만, 지금 그런 상황은 아니라고 말씀드린다.

-추가 금리인상 필요성이 낮아졌다고 하셨다. 금통위원들의 향후 3개월 기준금리 견해에 변화가 있는지?

△지난해 11월에는 금통위원 중 4명이 3.75%까지 열어두자는 입장이었고, 2명은 3.5% 수준을 유지하자는 의견이었다. 이번에는 5명 모두가 전망 경로에 큰 변화가 없다면, 기준금리를 3.5%로 충분히 장기간 가져가면서 물가 안정 기반을 확고히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지금 전체적으로 물가상승률의 둔화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 또한 11월에 비해 유가 상승 가능성, 이스라엘-하마스 사태 등 대외 경제 불안 위험이 많이 완화됐다.

-'통화 긴축 기조를 충분히 장기간 지속한다'는 표현이 유지됐다. 지난 11월에는 6개월 이상일 것이라고 하셨는데, 그 견해가 여전한지?

△미국 연준의 물가 상승률 변화에 따른 금리 결정, 물가가 계속 안정될지, 경기예측 등을 봐야 하지만, 제 사견을 전제로 적어도 6개월 이상은 금리를 인하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현 상황에서 금리인하는 부동산 가격 상승 기대를 자극하는 부작용 크다고 말씀하셨는데?

△경기 상황 등을 봤을 때 다양한 투자처가 있다면 경기 부양 효과가 있겠지만, 부동산 가격이 조정 받고 있는 현재 국면에서 섣부른 금리인하는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연결될 수 있다. 그렇게 되지 않게 연착륙을 시키는 게 중요하다는 뜻이다. 우리나라는 부동산 가격 자체가 높은 편인데, 이를 다시 상승시키는 우를 범하지 않아야 된다.

-신생아 특례대출 등이 주택시장이나 가계부채를 자극할 수 있다고 보시는지?

△신생아 특례대출의 경우 저출산 문제 등을 고려하면 좋은 제도라고 본다. 다만 소득 수준이 안 되는데 돈을 빌려주는 게 젊은 층을 도와주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젊은 층이 집을 살 수 있도록 낮은 금리로 돈을 빌려주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본인들이 감내할 수 없는 수준까지 빌려줬다가 다시 금리가 오를 경우도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정책금융도 일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좋다고 본다.

-고금리·고물가로 가계부채가 늘면서 소비 여력이 제약되고 있다. 경제성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는지?

△젊은 층을 중심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고금리로 인한 소비 여력 제한은 자영업자 등 전반적으로 다 겪는 일이다. 안타깝기는 하지만 통화정책을 통해 물가를 낮추고 있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중간 점검을 하면 지난해 11월 예측했던 것보다 소비는 다소 둔화했고, 성장률을 낮추는 쪽으로 작용했다. 반면 수출이 생각보다 높아지면서 성장률 전망이 2.1%로 유지되고 있다. 다만 소비와 수출의 양극화를 시사할 수도 있는 만큼 일단 지켜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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