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 120兆 시대···중소운용사 "하느냐 마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ETF 120兆 시대···중소운용사 "하느냐 마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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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F 시장, 올해만 43조원 상승
4위까지 시장 점유율 '고정적'
후발 중소운용 "제 살 깎아먹기"
여의도 증권가.(사진=박조아 기자)
여의도 증권가.(사진=박조아 기자)

[서울파이낸스 이서영 기자]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중소 자산운용사들이 ETF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ETF를 안 하자니 시장 성장세가 아쉽고, 하기엔 수익이 거의 나지 않는 계륵이기 때문이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공모 ETF의 순자산총액은 지난달 말 121조428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78조5116억원에 비하면 불과 1년도 지나지 않아 43조원 가까이 늘었다. ETF 상품 수도 같은 기간 666개에서 803개로 137개가 새로 출시됐다. 쉬는 날을 제외하면 거의 이틀에 하나씩 상품이 출시된 셈이다.

지난 2022년 한 해동안 ETF 상품이 133개 출시됐지만 설정액은 4조7102억원 늘어나는 데 그친 것과 비교하면 엄청나게 큰 증가폭이다.  

이 같은 성장세에 일부 중소 자산운용사들은 상품 출시를 예고하고 나섰다.

최근 트러스톤자산운용은 행동주의 펀드를 표방하는 특성상 주주 행동주의 활동이 본격화할 경우 주주가치 확대가 예상되는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상품 위주로 TRUSTON 주주가치액티브 ETF를 출시하기로 했다.

IBK자산운용도 이달 중 코스피200을 추종하는 상품인 ITF 200 ETF를 상장 예정이다. 

이에 따라 ETF 출시 운용사는 현재 24곳에서 26곳으로 늘어나게 된다.

다만, 현실은 기대와 크게 다르다. 상품과 설정액이 빠르게 늘어나는데도 삼성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KB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등 순으로 이어지는 점유율 순위는 1년 새 변동이 없었다. 이들간 점유율이 약 1% 수준에서 오르락 내리락 할 뿐이다.

이미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대형 운용사들과 경쟁해야하는 중소 자산운용사 입장에서는 수익성 문제로 ETF 출시에 대한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교보악사자산운용은 지난 2019년 ETF 사업 철수를 결정하기도 했다. 

ETF 운용에서 적자를 면하려면 순자산총액이 약 300억원을 넘겨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TF 상장 폐지 기준은 순자산총액 50억원으로 더 낮은 수준이지만, 운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이 수익을 깎아먹지 않으려면 300억원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 기준 순자산총액이 300억원 이하인 ETF는 484개로 반절 넘게 차지했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일단 시장을 점유하는 것도 중요한 상황이라, 수익성이 조금 떨어져도 일단 내고 보자는 심리도 작용하고 있다"며 "고객 입장에서는 운용사들의 경쟁이 조금 더 싼 상품을 접한 기회로 작용하는 점은 긍정적이겠으나, 이렇게 가다보면 운용사의 수익성이 지속적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배타적 사용권이 사실상 사문화돼 중소 운용사가 새로운 테마의 ETF를 내놓더라도 대형사가 재빠르게 비슷한 ETF를 내놓으면 이름도 제대로 알리지 못하고 고객들을 뺏기게 된다.

업계 또다른 관계자는 "성장세가 크다보니 들어가야한다는 생각은 있지만 이미 늦어버려서 후발주자로 들어가면 오히려 제 살 깎아먹기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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