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공공재' 압박에···'만년 저평가' 못벗어나는 은행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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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노릇·갑질·독과점" 尹 은행 비판 '직격탄'
은행 'KRX지수·PBR' 회복 '요원'···투심 악화
내년 총선 앞두고 국회선 '횡재세' 논의까지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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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대표적인 배당주로 꼽히는 은행주가 연일 계속되는 공공재 압박에 힘을 못쓰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은행권에 대한 정부의 고통분담 요구가 거세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이는 은행주 투자심리 악화 요인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은행 지수는 지난 7일 기준 625.38로, 전일(649.91)보다 3.77% 감소했다. 지난달 가장 높은 수준이었던 18일(659.05)과 비교하면 5.11% 하락했다.

같은 기간 KRX은행 지수를 구성하는 대부분의 종목이 하락세를 겪었다. KB금융지주는 지난달 18일부터 지난 7일까지 9.36%(5400원), 신한금융지주는 3.71%(1350원), 하나금융지주는 7.16%(3150원), 우리금융지주는 2.51%(320원) 각각 하락했다. 카카오뱅크도 0.22%(50원) 떨어졌고, 지방 금융지주 3사(BNK·DGB·JB)도 3.19~6.79% 하락했다. 대표적인 배당주로서 연말이 다가올수록 주가가 오르던 예년과 다른 모습이다.

은행주들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을 보면 이들 금융회사의 주가가 상당한 '저평가 상태'에 머무르고 있다는 점이 더욱 두드러진다. 4대 금융지주 PBR을 보면 이날 기준 KB금융은 0.36배, 신한금융은 0.34배, 하나금융은 0.31배, 우리금융은 0.30배다.

PBR은 시가총액을 자산으로 나눈 값으로, 해당 기업의 순자산이 주당 몇 배로 거래되는지를 보여주는 수치다. 통상 PBR 배수가 1배 밑으로 떨어지면 저평가를 받는 것으로 여겨진다.

코로나19 이전 국내 은행주 PBR은 0.46~0.47배 수준을 기록하다, 코로나19 대유행이 있던 2020년 3월 0.27배로 급락했다. 이후 금리가 오르던 지난해부터 다시 0.4배 수준을 회복했으나 올해 들어 0.3배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배당확대 의지를 꾸준히 피력했음에도 은행주 PBR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여전히 회복하지 못한 것이다.

은행주 부진은 은행이 공공재로서 이익 추구보단 서민금융 지원 등 사회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정부의 태도와 무관치 않다는 게 시장의 진단이다. 특히,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권을 향해 쏟아낸 강도 높은 비판이 '직격탄'이 됐다는 분석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고금리로 어려운 소상공인들께서 죽도록 일해서 번 돈이 고스란히 대출 원리금 상환에 갖다 바치는 현실에 '마치 은행에 종노릇을 하는 것 같다'며 깊은 한숨을 쉬셨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달 1일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는 "은행들이 갑질을 많이 한다"며 "은행의 독과점 시스템을 어떤 식으로든지 간에 자꾸 경쟁이 되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에 이어 금융당국 수장들도 같은 기조의 발언을 내놓자, 금융그룹들은 은행 등 주요 계열사를 중심으로 대출금리 인하, 이자캐시백, 생활비 지원 등의 상생금융안을 부랴부랴 내놓고 있다. 대출원금과 이자를 실질적으로 감면해준다는 점에서 은행 실적에는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은행의 초과 이익을 환수하는 내용의 '횡재세' 도입 논의가 급물살을 탈 가능성도 있다. 이미 국회에는 횡재세 관련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여당에서도 상당한 이자이익을 벌어들인 은행권을 향해 연일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유의동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지난 7일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시중은행들이 별다른 혁신 없이 매년 역대 최대 이익을 거두고 있다"며 "중소기업과 서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금융활동은 축소하면서, 300~400% 성과급을 지급하고 임직원 1인당 평균 연봉이 1억원을 넘는 돈 잔치를 벌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횡재세 도입 외 은행권의 서민금융 출연금 확대 가능성도 커진 상황이다. 취약층을 지원한다는 취지와는 별개로, 은행 수익성과 실적에는 부담되는 요소다. 은행권을 향한 강도 높은 규제와 부담금 요구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면서 은행주에 대한 투자 매력도도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은행 이익 확대에 대한 정치권의 비판 여론이 다시 거세지는 양상"이라며 "횡제세 도입 논란은 결국 서민금융에 대한 출연금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데다 올해 2~3월 은행주 투자심리를 크게 위축시켰던 독과점 행태에 대한 비판론도 재부각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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