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유통업계에 불붙은 '반값 킹크랩' 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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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정세 나비효과 러시아산 킹크랩 물량 늘어 가격↓
러시아산 킹크랩 가격, 시중 유통 대게 가격과 비슷
방문객들이 2일 오후 제타플렉스 서울역점의 킹크랩 반값 행사가 진행되는 곳에서 쇼핑을 하고 있다[사진=이지영 기자]

[서울파이낸스 이지영 기자] "고객들이 합리적인 가격으로 킹크랩을 제공하기 위해, 국내 최대 크랩 수입사와 협의해 킹크랩 조업선 한 척을 통째로 사전 계약하는데 성공했다. 20톤 가량의 킹크랩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함과 더불어 경쟁력 있는 가격에 선보일 수 있었다." 롯데마트 관계자의 전언이다.

2일 기자가 찾아간 서울 중구 롯데마트 제타플렉스점 곳곳에는 롯데 레드페스티벌을 알리는 빨간 현수막이 붙어 있었다. 2층에 위치한 수산물 코너 한쪽에서는 고급 갑각류의 대명사인 킹크랩이 진열돼 있었다. 해당 코너는 오후 5시께 방문했음에도 킹크랩 반값 행사를 진행해 방문객이 넘쳤다. 롯데마트는 오는 8일까지 레드 킹크랩(100g·냉장·러시아산)을 행사 카드(롯데·KB국민·비씨·신한카드) 결제 시 50% 할인해 4995원에 판매하고 있다.

킹크랩 코너에서 만난 해당지점 직원은 "현재 판매하는 킹크랩은 입항부터 계류·판매까지 활(活) 물류만을 이용해 산지에서 배송돼 신선하다"고 전했다. 이어 "킹크랩 공급량이 증가하면서 시세가 낮아짐에 따라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많은 고객들이 방문한다. 저희 지점만 해도 킹크랩 180kg을 들여왔는데 벌써 50kg 소진됐다"고 설명했다. 

롯데마트 제타플렉스점에서 만난 여성은 "최고급 수산물 중에 하나인 킹크랩을 저렴한 가격에 쇼핑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롯데마트 제타플렉스 해산물 코너에 행사중인 반값 킹크랩이 진열된 모습 (사진=이지영 기자)

롯데마트에 앞서 이마트·홈플러스도 러시아산 레드 킹크랩의 할인 행사에 대대적으로 나선 바 있다. 앞서 이마트는 지난달 20일부터 21일까지 양일간 러시아산 레드 킹크랩을 100g 당 5980원에 선보였다. 올 9월 이마트 킹크랩 평균 판매가가 100g 당 1만980원인 것을 고려하면 약 45%가량 저렴한 가격이다. 당시 이마트는 행사를 위해 총 4톤의 킹크랩 물량을 확보했지만 모두 품절된 상태다. 

이에 이마트는 킹크랩 품절제로 쿠폰까지 발급한 상태다. 이마트 관계자는 "지난달 27일부터 28일 이틀간 킹크랩 구매를 못한 고객 대상으로 품절제로 쿠폰을 발행했다"며 "고객이 이달 3일부터 5일까지 당시 발행된 쿠폰을 들고 오면 지난달 행사가였던 현재 가격의 50%로 구매가 가능한다"고 전했다. 이어 "추후 킹크랩 행사는 현재 현업 검토중인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홈플러스 역시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1일까지 점보 레드 킹크랩(2.4kg 내외)을  마이홈플러스 멤버십 고객 대상 50% 할인한 14만9000원에 판매했다. 이는 100g당 약 6200원에 판매한 셈이다.

이날 기자가 자리를 옮겨 찾은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에서도 레드 킹크랩의 1kg 당 도매가는 9월 초 11만원 내외에서, 현재 6-7만원 내외로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노량진 수산시장 킹크랩 매장 별로 특정 도매가가 정해져 있기보다는 흥정을 통해 판매하는 분위기다.

2일 오후 6시쯤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의 1층 수산물 코너에 진열된 킹크랩 (사진=이지영 기자)

노량진 수산시장 킹크랩 매장의 한 상인은 살이 꽉 차 있는 킹크랩을 들어올리더니 무게를 재보며 "싸게 판매하겠다"며 기자를 잡아끌기도 했다.

킹크랩 시세 하락 배경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물량 증가가 원인으로 꼽힌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미국·유럽이 러시아산 해산물 수입을 금지한 데 따른 영향이다. 러시아는 수출길이 막히자 9월 첫 조업이 시작된 뒤 레드킹크랩 활어를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 국가에 많이 수출했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 가격이 급격히 내려갔다는 평가다. 

러시아산 대게 1kg가 현재 5-6만원 시세를 보이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킹크랩의 가격 하락을 가늠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킹크랩의 판매가는 대게 판매가의 2배에 달할 정도로 가격 차이가 컸지만, 킹크랩 시세 하락으로 두 갑각류의 가격이 비슷진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살아 있는 상태로 유통되는 킹크랩 특성상 빠른 재고 소진이 필요해 가격이 떨어진 것”이라며 "킹크랩 가격은 연말까지는 예년보다 낮은 기조를 나타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러시아의 킹크랩 생산량이 올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러시아의 레드 킹크랩 조업할당량(quota)은 2016년까지만 하더라도 1만7000톤 규모에 불과했지만  풍부한 어족자원과 수요 증가 덕택에 2017년 2만1000톤으로 증가한 데 이어 2018년에는 2만6000톤으로, 약 50%가량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2024년에 킹크랩 조업 쿼터가 변동될 것으로 예상돼 할당 받은 킹크랩 조업량을 채우지 못하면 내년 쿼터가 삭감될 수 있다. 이 때문에 러시아 현지에서는 어선들이 앞다퉈 킹크랩 조업에 나서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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