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휘청일라"···대주주 리스크에 카뱅·대구銀·상상인 '좌불안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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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리스크에 지배구조 흔들려···신사업도 '불투명'
카뱅·대구銀, 신사업 발목···상상인저축銀 매각 명령
김범수 카카오 전 의장이 지난 2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에 SM엔터테인먼트 인수 주가 시세조종 의혹과 관련해 조사를 받으러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범수 카카오 전 의장이 지난 2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에 SM엔터테인먼트 인수 주가 시세조종 의혹과 관련해 조사를 받으러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최근 카카오뱅크, DGB대구은행, 상상인저축은행 등 최대 주주의 잇단 비위 혐의로 곤란에 처한 금융회사들의 사례가 늘면서 '대주주 적격성' 문제가 화두가 되고 있다. 대주주의 비위행위가 인정된다면 최악의 경우 해당 금융사의 지배구조가 바뀌거나 신사업이 어려워질 수 있다. '오너리스크'에 직면한 금융사들은 대주주에 대한 수사진행 상황과 금융당국의 입장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의 대주주인 카카오는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인수 과정에서 주식시세 조종을 했다는 의혹으로 최근 금융당국의 처벌 검토대상에 올랐다.

이와 관련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4일 여의도에서 열린 '금융의 날' 행사 직후 기자들과 만나 "법인(카카오)에 대한 처벌 여부 등을 적극적이고 종합적으로 검토 중"이라며 "해당 건을 이번주 내 검찰에 송치하면서 금감원의 입장을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만약 카카오가 이번 시세조종 혐의로 벌금형 이상의 처벌을 받게 되면 보유 중인 카카오뱅크 지분 중 10% 초과분을 처분해야 한다. 현행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에 따라 금융사 최대주주는 최근 5년 내 조세범 처벌법, 공정거래법,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을 위반해 벌금형 이상의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금융회사가 국민 재산을 기반으로 영업을 하는 만큼 대주주가 이를 소유할 자격이 있는지 즉, '대주주 적격성'을 철저하게 검증한다. 현행법 기준의 '대주주 적격성'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금융사는 당국 인허가가 필요한 신사업에 진출하지 못하거나, 최악의 경우 최대주주가 바뀌는 혼란을 겪어야 한다.

카카오뱅크 주주구성을 보면 카카오가 지분 27.17%로 최대주주고, 이 외 한국투자증권(27.17%), 국민연금(5.30%), KB국민은행(4.88%), 서울보증보험(3.20%) 등이 있다. 카카오가 카뱅 지분을 내다 판다면 최대주주가 바뀌게 되는 것이다. 카카오뱅크가 '카카오'란 브랜드이미지를 통해 각종 금융서비스를 제공해왔던 터라 향후 사업에도 적잖은 타격이 불가피하단 관측이다.

대주주 적격성 문제는 다른 금융사들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DGB대구은행은 불법계좌 개설사고와 모(母)그룹 DGB금융지주의 전현직 최고경영자(CEO) 비위 혐의로 시중은행 전환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지난 7월 시중은행 전환을 공식화하고 전담 태스크포스팀(TFT)을 구성하는 등 연내 시중은행 전환을 마무리할 예정이었지만, 현재로선 전환 인가신청을 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한 상태다.

앞서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11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대구은행이 시중은행) 전환신청을 하게 되면 사업계획 타당성이나 대주주 적격성, 건전성 등을 보게 될텐데, 심사 과정에서 이런 점(비위 행위)을 고려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상상인·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은 금융당국으로부터 '대주주 적격성 충족 명령'을 받은 사례다. 두 금융사의 지분 100%를 보유한 상상인그룹의 유준원 대표가 불법대출 등의 혐의로 중징계를 받았기 때문이다.

상상인그룹은 두 금융사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으로, 상상인의 대주주는 지분 23.44%를 보유한 유 대표다. 친인척 등 특수관계인 지분을 포함하면 지분율은 32.19%로, 당국은 상상인·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의 실소유주를 유 대표로 보고 있다. 이번 대주주 적격성 충족 명령으로 상상인그룹은 내년 4월 4일까지 두 저축은행의 보유주식을 10% 이내로 남기고 모두 처분해야 한다.

올해 저축은행 업황이 전반적으로 악화되긴 했으나, 지난해만 하더라도 두 저축은행의 영업이익은 각각 556억원, 295억원으로 그룹 실적의 핵심을 차지했다. 지난해 상상인그룹의 전체 영업이익은 633억원이다. 상상인으로선 그룹의 캐시카우인 두 금융 계열사를 정리해야 하는 뼈아픈 상황인 것이다.

대주주 적격성 검증은 금융소비자들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지만, 일각에선 빠르게 변화하는 금융환경 속에서 금융혁신을 과도하게 가로막는다는 지적도 있다.

앞서 지난 2021년 금융당국이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본인신용정보관리업(마이데이터) 사업에 진출하려던 금융사들에 대해 인가심사를 무기한 중단하면서 논란이 됐던 것이 대표 사례다. 당시 마이데이터 심사가 중단된 금융사는 하나금융 계열사, 삼성카드, BNK경남은행, 카카오페이 등이다.

이들 금융사의 대주주가 소송, 제재 등에 휘말려있다는 것이 심사 중단의 이유였다. 그러나 마이데이터 등 신사업과 특별히 관련 없는 이유로 금융사들의 시장 진입을 과도하게 제한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특히, 당시 마이데이터는 핵심 미래먹거리로 꼽히며 전 금융업권이 뛰어들 만큼 시장 선점이 중요한 사업이었지만, 심사가 중단되면서 다수 금융사들이 피해를 봐야 했다. 이후 금융당국은 금융혁신을 과도하게 가로막는 '대주주 적격성' 관련 심사중단제도 개선을 추진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당시 당국이 인허가 심사중단제도를 개선했던 것은 혐의 만으로 심사를 중단하는 게 무죄추정원칙과 상충된다는 지적 때문이었다"면서 "혁신금융이나 예측 가능성 측면에선 바람직한 방향이지만, 최근 카카오의 경우 혐의가 확실시됐다는 게 금감원 기류라 '대주주 적격성' 여파가 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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