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빵·검정고무신 이어 웹소설들도 2차 저작물 지재권 침해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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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2차 저작물 작성권 독점' 카카오엔터에 과징금 5억4000만원
공모전 당선 작가에 2차 저작물 독점 제작권 요구···"시장 지위 남용"
카카오엔터 측 "2차 작성권 가져간 적 없다, 공정위 판결에 항소할 것"
구성림 공정거래위원회 지식산업감시과장이 (주)카카오엔터테인먼트 불공정 계약 체결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5억 4천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며 관련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이도경 기자] 고 이우영 작가의 '검정고무신' 등 2차 저작권 계약에 대한 불공정 관행이 사회적 논란을 불러오고 있는 가운데,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자사 웹소설 공모전 당선 작가와 체결한 계약이 2차 저작물 작성권을 제한하는 것으로 밝혀져 물의를 빚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카카오엔터가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공모전 당선 작가들의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을 제한한 행위에 대해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며 시정명령과 과징금 5억4000만원을 부과했다고 지난 24일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카카오엔터는 지난 2018∼2020년 개최한 5개 웹소설 공모전 당선 작가 28명과 연재 계약을 맺으면서 웹툰·드라마·영화 등의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을 독점적으로 갖는 계약을 함께 체결했다.

통상 공모전 주최 측이 2차 저작물에 대한 계약을 체결할 경우 우선협상권을 갖는 조건을 제시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반면 카카오엔터는 이보다 더 나아가 독점 제작권을 요구한 것이다.

보통 2차 저작물에 대해 우선협상권 계약을 체결하면, 저작자는 우선협상자가 2차 저작물을 제작하지 않거나 협상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을 경우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한 다른 제작사와 거래할 수 있다. 하지만 우선협상권이 아닌 독점권을 가져갈 경우에는 카카오엔터가 관련 창작물로 영화·드라마 등 2차 저작물을 제작하지 않는 경우에도 작가는 손을 놓고 있을 수밖에 없다.

실제 카카오엔터는 28개 당선작에 대해 총 210개 유형의 2차 저작물 작성권을 가져갔으나, 작년 11월까지 만들어진 2차 저작물은 16개(11개 당선작)에 불과했다. 2차 저작물 제작으로 발생한 수익은 원작자와 배분한 것으로 파악됐다. 

만일 카카오엔터의 계약 사항 중 저작물 작성권 독점 부여 관련 항목이 저작자의 작성권 자체를 양도받는 것으로 해석된다면, 원 저작자는 작품을 바탕으로 독자적인 캐릭터 상품을 만들어 판매할 때도 카카오 측의 허락을 받고 수익 배분 협상을 해야 한다.

다만 이번 사건의 경우 카카오가 공모전 당선 웹소설의 2차 저작물에 대한 사업 수익을 원작자에게 돌려주고 있어, 히트작을 만들고도 제대로 된 대가를 받지 못한 '구름빵'의 백희나 작가, '검정고무신'의 고 이우영 작가가 겪은 저작권 침해 사건과는 차이가 있다.

문제는 웹소설이 웹툰·영화·드라마 등 2차 저작물에 대한 확장성을 기반으로 성장하는 'IP(지식재산)의 씨앗'이라 평가받는 만큼, 웹소설의 2차 저작물 작성권을 제작사가 독점하는 것이 창작자 입장에서는 상당한 저작권을 침해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로는 지난해 큰 인기를 끈 '재벌집 막내아들'이나 '시멘틱 에러' 등이 있다. 네이버웹툰 '화산귀환'과 카카오엔터의 '나 혼자만 레벨업' 등 웹소설 원작의 웹툰 역시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카카오엔터가 2차 저작물 작성에 대한 독점권을 쥐고 작가의 선택권을 제한할 경우, 작가는 자신의 작품이 웹툰이나 영상으로 탄생했을 때 전혀 빛을 보지 못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작가들이 동의해 체결한 계약을 문제삼을 수 없다는 의견이 나오지만, 공정위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양분하고 있는 웹소설 시장에서 신인·무명 작가의 선택권이 넓지 않은 만큼 카카오엔터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부당 계약을 종용한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구성림 공정위 지식산업감시과장은 "웹소설 시장을 네이버와 카카오가 양분하고 있어 공모전을 통하지 않고서는 신인·무명 작가가 자기 작품을 세상에 낼 기회가 없다"며 "카카오엔터가 우월적 지위를 가진 상황에서 사적 계약이고 작가가 동의했으니 괜찮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공정위가 공모전 저작권과 관련한 불공정 행위를 제재한 첫 사례로, 공정위는 금전적 손해 규모를 추정하기 어려운 '권리 침해' 사건임을 고려해 정액 과징금(5억원 상한·법 위반 기간 등에 따라 가중)을 부과했다. 이는 관련 매출을 산정하기 어려운 사건에 대한 최대 규모 과징금이다.

공정위의 시정명령에 따라 카카오엔터는 향후 3년간 공모전 당선 작가와 체결하는 모든 계약 내용을 공정위에 보고해야 한다.

공정위 측은 "2차 저작물 작성권의 포괄적 양도를 엄격히 제한하는 저작권 법령의 취지, 문화체육관광부의 '창작물 공모전 지침' 등에 배치되고 정상적인 거래 관행에도 벗어나는 불공정한 조건"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카카오엔터 측은 실제 창작자의 2차 저작물 저작권을 부당하게 양도받은 사례가 없다며, 항소를 통해 부당함을 알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카카오엔터 관계자는 "당사는 창작자를 국내 창작 생태계 주요 파트너로 여기고 있고, 실제 창작자의 2차 저작물 작성권을 부당하게 양도받은 사례가 없다"며 "법원에 항소해 부당함을 다툴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사 과정에서 이 부분을 충분히 소명했음에도 공정위가 제재 조치 판단을 내린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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