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또 제동···의료계 반발에 '진통'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또 제동···의료계 반발에 '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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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 국회 법사위 계류···18일 재논의
번거롭고 복잡한 절차에 '미청구 보험금' 연평균 2800억원
의료계 "보험사 위한 과잉 입법" vs 정부 "법적 문제 없어"
이정근 대한의사협회(의협) 상근부회장이 12일 국회 앞에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내용을 담은 보험업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1인시위를 펼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정근 대한의사협회(의협) 상근부회장이 12일 국회 앞에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내용을 담은 보험업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1인시위를 펼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의료비로 실제 부담한 금액을 보장해주는 실손의료보험은 국민 10명 중 7명 이상이 가입해 '국민 보험'으로도 불린다. 그만큼 일상생활과 밀접한 보험이지만, 청구 과정이 불편하고 번거로운 탓에 가입자들이 청구하지 않은 보험금만 연평균 2800억원에 이른다.

복잡한 절차 없이 청구 과정을 전산화하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오래전부터 추진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최근 14년 만에 관련 법안이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하며 추진 속도가 붙는 듯 했으나, 이번에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보험업계와 의료계의 시각차가 여전히 큰 터라 향후에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 13일 전체회의를 열고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골자로 한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 심사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오는 18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다시 논의하겠단 방침이다. 

이 개정안은 보험 가입자가 보험금을 청구하는 과정을 간소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는 실손보험을 청구하려면 병원에서 진단서와 진료비 내역서, 영수증 등을 챙겨야 하는데, 이 과정을 간소화한 것이다. 보험 가입자가 보험금을 받기 위한 자료를 의료기관에 요청하면 의료기관은 관련 서류를 중계기관을 거쳐 보험사에 전달하는 방식이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가입자들은 진료를 받고난 뒤 의료기관에 보험금을 청구해달라고 요구하기만 하면 된다. 병원이나 약국을 방문해 서류를 발급·제출하는 과정이 번거로워 '잠자는 실손보험금'이 매년 늘고 있다는 점에서 간소화 이후 보험금을 청구하는 이들은 늘어날 전망이다.

국회 정무위 소속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건강보험공단과 보험사 통계를 활용해 분석한 자료를 보면, 가입자들이 청구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 실손보험금은 2021년 2559억원, 2022년 2512억원이다. 최근 3년간 지급되지 않은 보험금만 연평균 2760억원에 이른다.

소비자들은 물론, 낙전 수입이 줄어들 보험사들은 천차만별인 비급여 진료비를 비교할 수 있다는 점에다 비급여 과잉진료를 바로잡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에 법안 통과를 바라고 있다.

한국소비자단체연합 등 소비자 단체들도 "복잡한 실손보험 청구 과정과 번거로운 증빙자료 준비에 보험금 청구를 포기하고 있다"며 소비자 편익 제고와 권익 증진을 위해 보험업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번에도 가장 큰 난관은 의료계의 반발이다. 대한의사협회(의협)와 대한병원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약사회 등은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 등을 이유로 실손보험 간소화에 반대 입장을 펴고 있다.

의협 관계자들은 지난 12일 국회 앞에서 시위를 통해 "보험업법 개정안이 민간 보험사의 이익만을 고려한 과잉 입법"이라고 주장했다. 간소화로 보험사가 개인 의료 정보를 손쉽게 취득할 경우 보험료 인상 등 국민이 불이익을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의료기관의 권한을 일방적으로 침해하는 법안이라는 주장도 함께 제기된다. 법안을 둘러싼 이들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는 형국이다.

이를 바라보는 정부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에 긍정적인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법제처에서 유권해석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만큼, 법적으로도 문제가 없을뿐 더러 이를 떠나 금융소비자를 위해 꼭 필요하다는 얘기다. 다만 의료계의 강한 반발이 이어질 것으로 보여 향후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의료계에서도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소비자 편익을 위한 일인 걸 분명히 알고 있을 것"이라면서 "청구 방식만 전산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되레 신속한 보험금 지급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이지만, 의료계가 계속 강력하게 반발할 것으로 보여 법안 통과가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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