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신종자본증권 발행 봇물···'자본 적정성' 확보
은행권, 신종자본증권 발행 봇물···'자본 적정성'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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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 은행계 금융지주, 올해 누적 발행액 3.6조
BIS총자본비율 줄하락···자본확충 필요성 커져
레고랜드 사태 이후 금리 안정화···투자자 몰려
국내은행들의 지난해 이자이익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사진=서울파이낸스DB)
국내은행들의 지난해 이자이익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사진=서울파이낸스DB)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국내 은행계 지주사들이 부동산PF 부실, 경기침체 등에 따른 건전성 악화에 대비해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통한 자본 확충에 나서고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금융)와 계열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올해 누적 신종자본증권 발행액은 3조6100억원이다. 이는 사상 최대였던 지난해 8개 금융회사 발행액(5조3730억원)의 약 67%에 해당하는 규모다. 올해 추가 발행이 예정된 은행 신종자본증권 규모(2700억원)까지 고려하면 비율은 72%까지 올라간다.

최근 금융지주와 은행들이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열을 올리는 것은 경기 불확실성에 대비해 자본을 미리 쌓아둘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신종자본증권은 만기가 없거나 30년 이상으로 길어 영구채로 불리는데, 회계상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인정돼 금융기관의 자본 적정성을 개선하는 역할을 한다.

금융사별로 보면 신한금융지주가 올해 총 9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고, 계열 신한은행은 4000억원 규모로 발행했다. 하나금융지주는 8000억원을, KB금융지주와 KB국민은행은 각각 6000억원, 4100억원을 발행했다. 우리금융지주는 총 5000억원을 발행했다. 우리은행의 경우 지난 7월 24일 공시를 통해 27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겠단 계획을 밝혔는데, 수요예측을 통해 해당 금액은 4000억원까지 확대될 수 있다.

특히, 올해 국내 은행들의 BIS기준 자본비율이 하락, 자본 적정성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자본을 늘려야 할 필요성도 커졌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4일 발표한 '2023년 6월 말 은행지주회사 및 은행 BIS기준 자본비율 현황' 자료에 따르면 주요 금융사 가운데 올해 2분기에 BIS총자본비율이 전분기 대비 떨어진 금융회사는 △신한금융 △하나금융·하나은행 △KB국민은행 △우리금융·우리은행 △NH농협금융·NH농협은행 등이다.

5대 시중은행 가운데선 신한은행을 제외한 4대 은행의 자본 적정성 지표가 악화된 것이다. 전분기 대비 BIS총자본비율이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진 곳은 하나은행으로 0.36%p(포인트) 하락한 17.78%를 기록했다. 뒤를 이어 농협은행의 6월 말 BIS총자본비율은 18.67%로 0.33%p 떨어졌다. 같은 기간 국민은행은 0.13%p 떨어진 18.40%, 우리은행은 0.07%p 떨어진 16.26%를 각각 기록했다.

금융당국도 환율·금리 상승 등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고, 중국 부동산 경기 부진 등 대내외 여건이 악화되고 있는 만큼 은행들이 충분한 자본여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하반기 레고랜드 사태로 악화됐던 자금조달 환경이 올해 들어 차츰 개선되면서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우리금융이 오는 7일 발행할 예정인 20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의 경우 금리가 연 5.04%로 확정됐는데, 지난해 10월 발행한 22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의 금리 연 5.97%보다 1%p 가까이 낮다.

다른 은행 및 금융지주사들도 상황은 비슷했다. 지난해 하반기 5% 후반대까지 치솟았던 이들 금융사의 신종자본증권 금리는 올해 4% 중반~5% 초반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은행계 지주사들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투자자들의 관심도 커질 전망이다. 신용등급이 높고 자본력이 큰 금융지주의 신종자본증권은 안정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최근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올해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은행 및 금융지주사들은 모두 수요예측을 거친 후 발행 규모를 대폭 늘리기도 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 신종자본증권 금리가 높아 비용부담이 컸지만 자본 확충이 시급했던 터라 고육책으로 발행을 할 수밖에 없었다면, 지금은 금리가 많이 안정됐고 투자자들의 관심도 커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전략이 되고 있다"고 했다.

최성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금융지주의 조건부자본증권은 안정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속적으로 관심을 받을 것"이라며 "채권시장 금리 변동성 확대 속에서 금융지주 신종자본증권의 금리 매력이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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