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성·수익성 '악화일로'···저축은행 신용등급 줄하향
건전성·수익성 '악화일로'···저축은행 신용등급 줄하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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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500억원 순손실 ···"2분기 실적 더 나쁠 것"
부동산PF 부실 우려, 대손비용 증가 등 사면초가
서울 시내 저축은행 간판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저축은행 간판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올해 저축은행업권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 자금조달 부담 가중 등으로 주요 경영지표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저축은행의 주 고객층이 경기 변동에 민감한 소상공인, 서민층인 만큼 업황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올해 1분기 528억원의 순손실로 9년 만에 적자 전환한 저축은행업계가 2분기 더 나쁜 성적표를 받아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신용평가사들이 저축은행에 대한 신용등급 전망을 잇따라 하향 조정하고 있다. 한국기업평가(한기평)는 최근 OK저축은행(BBB+), 웰컴저축은행(BBB+), 키움저축은행(A-), 바로저축은행(BBB+)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키움예스저축은행의 신용등급은 BBB+(부정적)로 새로 부여했다.

한국신용평가(한신평)도 웰컴저축은행의 신용등급전망을 'BBB+(안정적)'에서 'BBB+(부정적)'로 조정했다. 나이스신용평가(나신평)는 OSB저축은행 신용등급 전망을 'BBB(안정적)'에서 'BBB(부정적)'로 조정했다. 나신평은 올해 1분기 BIS자본비율이 11%(금융당국 권고 수준)를 하회한 애큐온저축은행과 페퍼저축은행에 대해서도 신용등급 하향조정을 검토했지만 두 은행이 2분기 중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비율을 끌어올린 점을 고려, 기존 등급을 유지하기로 했다.

신용등급 전망이 하락한 저축은행들은 조달환경 악화, 부동산PF 부실 우려, 대손비용 증가, 가계대출 연체율 상승 등 건전성과 수익성 악화에 직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저축은행들은 지난해 하반기 시중은행들과의 자금조달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자 연 5% 이상의 고금리 예금을 대거 유치했는데, 그에 따른 이자비용 부담에 허덕이고 있는 상황이다.

1년만기 예수금이 많은 저축은행 특성상 지난해 하반기 고금리로 받았던 예금만기가 올해 4분기 몰리게 되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해당 자금을 적정한 수준의 금리를 제공하면서 재예치할 수 있느냐가 수익성 개선의 핵심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이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수익성 개선을 위해 지난해보다 금리를 낮게 책정하되, 고객 이탈이 없도록 경쟁사보다는 높은 금리를 줘야 하는 복잡한 상황에 놓인 것이다. 수익성 개선을 위해 자칫 낮은 금리를 제시할 경우 자금이 대규모로 빠져나가게 되는데, 이에 따른 자본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한신평은 지난 17일 진행한 '2023년 상반기 정기평가 결과와 하반기 산업별 전망' 웹세미나에서 저축은행업권에 대해 "지난해 4분기 조달된 고금리(5.3~5.4%) 예수금 비중이 높은 점을 감안할 때 재조달 과정에서 금리 부담이 존재한다"며 "조달금리 안정화 없이는 수익구조 안정화가 쉽지 않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부동산경기 침체에 따른 PF대출 부실화 우려도 저축은행업권의 건전성을 악화하는 주요 요인이다. 최근 한기평이 등급전망 하향 저축은행 4곳을 포함, 12개 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평가를 진행한 결과 지난해 말 기준 부동산PF(본PF+브릿지론) 대출 규모는 9조5000억원, 총 대출 대비 비중은 30%를 넘어섰다.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PF 비중도 225%로 다른 업권 대비 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PF 부실 해소는 부동산 경기 회복을 전제로 하는 만큼 현재 저축은행 자구책 만으로는 쉽게 털어내기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건전성 지표가 당분간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의미다. 서민층 경기가 침체되고 있어 가계부채 질 하락에 따른 수익성 악화도 불가피하다. 각종 리스크가 겹친 탓에 저축은행업권의 올해 2분기 실적이 1분기보다 나빠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상황이 이러한 탓에 금융위원회가 지난 17일 저축은행업권 인수합병(M&A) 규제를 완화한 것을 두고 업계에서는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동일 대주주가 영업구역 제한 없이 저축은행을 최대 4개까지 소유·지배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이번 규제 완화의 골자다. 기존에는 동일 대주주의 3개 이상 저축은행(영업구역 확대 수반) 소유·지배가 불가능했다.

저축은행 간 몸집 키우기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게 당국에서 밝힌 규제 완화의 목적이지만, 사실상 저축은행 부실 사후처리를 용이하도록 길을 열어둔 것 아니냔 분석도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저축은행들이 다 어렵고 부실대출도 대규모로 들고 있는 상황이어서 M&A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시기라고 보기 어렵다"며 "벌써부터 올해 자본력 약한 저축은행 몇 곳이 부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데, 우량 회사들이 이들 부실 저축은행을 떠안는 형태가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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